
체지방과 불안 증상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까?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이 연관돼 있다는 건 알지만, 이는 다소 생뚱맞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가 체지방과 불안 증상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해준다.
체지방과 불안 증상의 연관성
15일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발표된 맥마스터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신체는 조직과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때 신진대사 측면의 변화도 동반된다. 이번 연구는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기간에 따라 신체 반응에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그 복잡한 관계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맥마스터 대학의 의학과 교수인 그레고리 스타인버그 박사는 "지방 조직과 불안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하면 잠재적 치료법에 대한 새로운 길이 열린다"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신진대사와 정신건강 사이에 복잡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불안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심리적 스트레스와 지방 분해
연구팀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체내 지방 조직의 세포가 지방 분해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에너지를 빠르게 사용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부분에서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 명확하게 짚어둘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투쟁 or 도피 반응’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몸에서는 에너지를 축적시키려는 경향을 강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스트레스의 지속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단어지만, 세부적으로는 긍정적인 스트레스(유스트레스, Eustress)와 부정적인 스트레스(디스트레스, Distress)로 나뉜다. 유스트레스는 짧게,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다. 이때 신체는 일순간 모든 기능을 높은 수준으로 활성화시키게 되며, 정에서 에너지를 빠르게 소모하는 작용이 발생한다.
반면,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몸에서의 반응도 달라진다.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사용했음에도 문제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몸은 에너지를 아끼고 비축하려는 경향을 강화하게 돼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디스트레스, 즉 일반적으로 말하는 해로운 스트레스다.

체지방과 불안 증상 사이의 메커니즘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의 핵심을 요약하자면, 짧은 스트레스 반응을 통해 체지방이 줄어들면 불안 증세가 완화된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생리학적 메커니즘이 있다. 첫째, 지방 조직에서 지방 방출이 이루어지면, 지방 조직 내 면역 세포는 ‘GDF15’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한다. GDF15는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불안 증상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즉, 짧은 스트레스를 반복함으로써 체지방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지방 조직의 크기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GDF15 호르몬을 분비하는 주체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불안 증세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둘째로, 체지방 감소에 따른 염증 수치 개선이다. 지방 조직이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는 것, 그리고 체지방을 줄임으로써 체내 염증 수치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염증 물질은 체내 순환계는 물론 신경계에도 폭넓게 영향을 미치므로, 염증 물질 분비가 줄어들면 정신건강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 셋째, 체지방량이 줄어들면 비만 및 과체중이 완화되면서 전반적인 신체건강의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외모 차원의 자신감은 물론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게 되므로, 그 자체로 불안 증세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비만과 불안 잡을 혁신적 치료법 가능성
이번 연구는 스트레스가 인한 지방 조직과 지방 세포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로 인해 불안 증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결지어 이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로써 비만 문제와 불안 증상 문제 모두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혁신적 치료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생겼다.
연구팀 소속의 박사 후 연구원이자 이번 논문의 주 저자인 로건 타운센드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대사 경로에 초점을 맞춰 불안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라고 말했다.
타운센드 박사는 암 치료를 위해 GDF15 차단제가 다방면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이 약물이 향후 불안 치료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체지방과 불안 증상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혀냄으로써 신진대사와 정신 건강 간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조명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비만과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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