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Liver)은 인체의 화학공장이라 불리는 기관이다. 소화 과정에서 흡수된 영양소들을 저장하는 역할, 대사 과정에서 필요한 성분이나 화합물의 상당수를 만들어내는 역할, 체내에 유입된 해로운 물질에 대한 해독 역할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간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간암, 그중에서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세포암’은 매년 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 질환으로 꼽힌다. 최근 포스텍(POSTECH, 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간암을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선보였다.
간암 진단 기술, 정상 조직 구분이 관건
간암은 주요 암종 10위권 내에 거의 항상 위치하는 종류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를 보면 2023년 사망률 11.9%, 2018~2022년 5년 상대생존율이 39.4%로 나오는 악명 높은 암종이다. 여느 암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간암은 특히 초기에 발견해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중요한 열쇠다.
그동안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 단층촬영(CT)과 같은 영상 검사와 혈액 검사 등이 간암 진단 기술로 활용돼 왔으나 한계는 있었다. 또한, 수술할 때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의 경계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였다. 경계가 모호할 경우, 암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필요 이상의 건강한 조직까지 제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형광 물질 활용한 간암 진단 기술
POSTECH 연구팀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색깔에 기반한 간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8,000개 이상의 형광 물질을 조사한 결과, 간암 세포에만 달라붙어 초록색 빛을 내는 물질 ‘cLG(cancerous Liver Green)’와 건강한 간세포에서만 빨간색 빛을 내는 물질 ‘hLR(healthy Liver Red)’을 찾아냈다.
이 두 형광 물질을 함께 사용할 경우, 간암 조직과 정상 조직이 서로 다른 색상으로 표시되므로 조직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지도에서 국가별로 색을 다르게 칠함으로써 국경이나 지형 경계 등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 할 수 있다.

간암 진단 기술의 혁신
이 기술의 핵심은 각각의 형광 물질이 특정 표적을 찾아 달라붙도록 설계했다는 데 있다. 연구팀은 최신 유전자 기술과 열 분석을 통해 cLG는 간암 세포에 풍부한 ’FATP2‘라는 지방산 운반 단백질과 결합하며, hLR은 건강한 간세포에 많은 ’SMPD1‘이라는 효소를 결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 결과, 두 형광 물질을 함께 활용하자 간암 조직과 정상 조직의 경계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특히 기존 MRI나 CT로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었던 작은 크기의 초기 암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조기 발견 및 조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돼, 간암 진단 기술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장영태 교수는 “이 기술은 간암 진단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뿐만 아니라, 수술 중 빛(형광)을 따라가며 암 조직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혁신적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번 연구는 POSTECH 화학과·융합대학원 장영태 교수, 중국 린이대학(Linyi University) 밍 가오(Min Gao) 교수, 중국 난방과기대(Souther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크리스 순 헝 탄(Chris Soon Heng Tan) 교수, 순천대 약대 하형호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및 중국 국가 자연과학기금(NSFC)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최근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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