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염은 A형부터 E형까지 다섯 종류로 나뉜다.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Virus)의 약자인 HV 사이에 A부터 E까지를 넣어서, HAV(A형 간염 바이러스)부터 HEV(E형 간염 바이러스)까지 약어로 부르기도 한다.
이들 중 가장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은 C형 간염이다. 예방 백신이 없고, 치료를 하더라도 완치율이 100%는 아니기 때문에 다소 위험이 남는다. 게다가 치료를 하더라도 이미 손상된 간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C형 간염 백신은 의료계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최근 C형 간염 백신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변이 빠른 C형 간염 바이러스
다섯 종류의 간염 중 사람들 사이에 익히 알려진 종류는 보통 A형, B형, C형 세 가지다. A형과 B형은 백신이 개발돼 있어 예방이 가능하고, D형 간염은 B형 백신으로 함께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주목을 받지는 않는다. E형의 경우 백신은 존재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도입되지 않았다. 다만, 음식과 물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원인만 차단되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C형이다. 1940년대에 간염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고, C형은 비교적 최근인 1989년에 확인됐다. 이후 현재까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간염 바이러스 중 유일하게 예방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 종류다. 항바이러스 치료법이 있고 실제로 완치율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100%가 아니라는 점, 만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가 남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만성적인 C형 간염으로 인해 간경변, 간암 등 합병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30 백신 관련 아젠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우선시해야 할 병원체’ 중 하나로 HCV를 선정할 정도다.
HCV의 백신 개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다양한 유전자형이 존재하는 데다가 변이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HCV의 세부적인 유전자형만 100종 이상이 발견돼 있으며, 여기에 변이 속도가 빨라 새로운 유전자형이 빠르게 생겨난다. 게다가 면역 반응 회피 메커니즘까지 다양하다. 백신 개발 절차가 따라가기 어려운 모든 요건을 갖춘 셈이다.
현재까지 HCV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방법이 시도돼 왔다. 바이러스 내 특정 단백질을 이용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법, HCV 유전자를 포함한 DNA를 주입하는 방법, 코로나 바이러스 등에서 효과를 거뒀던 mRNA를 이용한 백신 개발법 등 다양한 접근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HCV 정복은 달성하지 못한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감염 능력’ 자체를 직접 차단하는 접근법
이 문제에 관해 독일 뤼베크 대학의 연구팀이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바이러스의 ‘중화 에피토프’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중화 에피토프는 바이러스의 ‘감염 능력’을 관장하는 부위다. 감염이 발생해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면 면역 시스템이 바이러스의 중화 에피토프를 인식한 다음 그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백신의 기본적인 원리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의 백신 개발은 바이러스 전체 또는 일부 단백질을 활용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이에 비해 뤼베크 대학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중화 에피토프’를 모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기존 방법으로도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는 점은 같지만, 바이러스의 감염 능력을 떨어뜨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중화 에피토프에 직접적으로 항체가 결합할 수 있다면 감염 능력을 매우 높은 확률로 차단할 수 있다. 바이러스의 힘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 감염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정밀하게 공격하는 방식이다.
뤼베크 대학 연구팀은 HCV의 단백질을 활용해 중화 에피토프를 모방한 다음, 이를 합성 단백질 운반체에 결합시켰다. 쉽게 말하면 덩치를 키워 면역 시스템이 공격할 타깃을 더 잘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인간
연구팀은 이 합성 단백질 운반체를 나노 입자에 담아 주입함으로써, 면역 시스템을 강화하게끔 했다. 나노 입자는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면역 세포에 의해 이물질로 인식되는 대신, 원활한 상호작용을 하며 항체를 만들어내도록 돕는다.
인간과 같은 항체 대상으로 검증 완료
뤼베크 대학이 제시한 이번 방법은 쥐 모델에서도 검증을 마쳤다. 보통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실험할 경우, 인간과 100%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인간 항체 레퍼토리’를 가진 쥐 모델을 사용했다. 인간의 면역 체계를 모방하도록 목적을 갖고 특별 설계된 모델이다.
인간과 같은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쥐 모델을 통해 실험한 결과, 다양한 유전자형을 가진 HCV를 성공적으로 중화해냈다. 현재까지 발견된 모든 유전자형에 효과가 있는지, 빠른 변이 속도에도 대응할 수 있는지까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접근 방식을 통해 HCV 백신 개발 성공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는 입장이다. 또한, HCV 뿐만 아니라 유사한 특성을 지닌 다른 바이러스가 있을 때 그에 대한 백신 개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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