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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근무’를 아시는가? 하이브리드(Hybrid)라는 단어에서 이미 짐작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사무실 출근과 재택(원격)근무를 혼합한 방식을 뜻한다. 시간 및 공간 제약 없이 탄력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의미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던 시절, 많은 기업들이 질환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한 바 있다. 특히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IT분야 기업들에서 활발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이후 재택근무로 인한 업무상 단점 및 비효율성이 대두되며, 엔데믹 전환 이후 다시 사무실 출근으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물론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편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일하다가 다시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는 것은 업무환경 면에서 퇴보하는 느낌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적잖은 갈등과 타협 끝에, ‘하이브리드 근무’를 채택하는 기업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이브리드 근무, 건강상 명확한 장점 있어

업무공간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인터내셔널 워크플레이스 그룹(International Workplace Group, IWG)은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는 영국의 직장인 약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시행하면서 업무 스트레스와 불안증세가 줄었다는 응답이 각각 78%, 72%로 나왔고,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는 응답도 68%로 나왔다. 출퇴근 시간이 절약돼 ‘일과 생활의 균형’이 더 나아졌다고 답한 사람은 86%로 나왔다.

응답자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주5일 사무실 출근이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답했다. 

물론 이는 하이브리드 근무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난 설문조사라 할 수 있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 자체를 몹시 즐거워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동일한 급여조건이 유지되면서 출근일수가 줄어든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훨씬 많을테니 말이다.

다만, 이에 관해 스탠퍼드대학의 경제학 교수 닉 블룸이 「네이처」에 게재한 연구 논문이 있다. 블룸 교수는 그동안 재택근무를 주제로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해당 논문에서 하이브리드 근무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학계에서 네이처가 갖는 권위를 생각해볼 때, 그에 게재된 논문이라면 훨씬 신빙성 있는 근거라 할 수 있다. 연구의 핵심을 ‘하이브리드 근무의 장점’이 아닌 ‘하이브리드 근무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두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블룸 교수의 연구에는 또한, 하이브리드 근무가 갖고 있는 또다른 장점이 포함돼 있다. 여성, 비(非) 관리자, 출퇴근 시간이 긴 직원들의 퇴사가 3분의 1 가량 줄었다는 것이다. 이는 보다 많은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일 경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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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근무, ‘뉴노멀’로 자리잡나

하이브리드 근무는 분명 근무환경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그로 인한 직원들의 정신건강 면에서도 긍정적인 조사결과가 여럿 존재한다. 

다만 우려되는 포인트가 있다면 기업의 생산성, 그리고 관리 효율성일 것이다. 아무래도 한정된 공간 안에 모여있을 때에 비하면 업무관리나 성과관리 등에서 제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블룸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문에 언급했다. 하이브리드 근무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던 관리자 중 약 400명이 실제 하이브리드 근무를 시행한 후 긍정적으로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관리자 입장에서도 명백한 장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직은 하이브리드 근무가 완전히 보편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거대 기업을 필두로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근무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IWG와 같은 업무공간 솔루션 제공업체, 혹은 클라우드 기반 협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트렌드를 이끌어가려는 활동을 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 더딘 것이 사실이다. 산업구조와 주력을 차지하는 기업들의 업종을 봤을 때도 그렇고,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할 수 있는 분야에서도 보수적인 경향이 깔려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글로벌 트렌드다.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하는 사람들의 정신건강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것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근무환경 면에서 보다 나은 조건이라는 의미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도 여럿 들어와있는 것이 현실이다. 직원들의 정신건강이 기업의 생산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하이브리드 근무를 완전히 외면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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