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몸은 그야말로 정교한 시스템과 같다. 저마다 부여받은 역할을 수행하며, 그것들이 맞물려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어느 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떤 식으로든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 정밀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분들은 모두가 중요하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어떤 것은 생명에 곧장 직결되는 역할을 한다. 그런가하면 어떤 것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당장 생명을 좌우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시스템 이상을 초래한다.
간은 후자로 분류되는 장기의 대표 격이 아닐까 한다.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몇 가지 장기들 중 가장 먼저 떠오르기 쉬운 것.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이 중요하다’라는 명제만 기억할 뿐, 구체적으로 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충성스러운 장기 간, 그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혹은 잘 몰랐을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알아본다.
음식은 어떻게 소화되는가?
입으로 들어온 음식은 치아에 의해 분쇄되고 침과 섞여 식도를 거쳐 위로 넘어간다. 위는 강력한 산 성분을 분비해 음식물을 부드럽게 만듦과 동시에 그 안에 섞여 있는 유해한 균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펩신을 분비해 단백질을 분해하는 등, 대부분의 음식물이 보다 쉽게 소화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사전작업을 수행한다.
위를 지나 소장으로 넘어가면 대부분의 소화 및 영양소 흡수가 이루어진다. 소장 벽에는 융털이 빽빽하게 배치돼 있어, 보다 넓은 면적으로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이를 통해 음식물에 포함된 영양소들은 혈액으로 흡수돼 혈관을 타고 몸 곳곳으로 전달될 준비를 마친다. 여기까지 마치고 난 다음, 나머지 잔여물들은 대장으로 넘어가 대변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간의 역할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간은 ‘소화기계’로 분류된다. 그것도 소화기계에서 매우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한다. 1차적으로 간에서 생성된 담즙은 지방이 원활하게 소화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더 나아가서는 소화된 영양분과 관련된 대사 전반을 총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화학 공장’ 간의 주된 역할
대부분의 장기들은 동맥과 정맥, 두 가지 혈관과 연결된다. 동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고, 정맥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돌려보낸다. 하지만 간의 경우는 좀 다르다. 소화된 영양소가 포함된 정맥혈이 먼저 간으로 들어갔다가, 영양소 처리, 변형 등을 마친 다음 심장으로 돌아간다. 심장은 이렇게 받아들인 영양소와 호흡기를 통해 받아들인 산소를 포함해 동맥혈을 몸 곳곳으로 보낸다.
즉, 간은 원초 상태의 영양소가 들어오는 혈관(간문맥), 처리 후 결과물을 내보내는 혈관(간정맥),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는 혈관(간동맥)의 세 가지 혈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위와 소장 등을 통해 혈액으로 흡수된 영양소들은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운반된다. 간으로 들어오는 혈액의 대략 75%가 간문맥을 통해 들어가는 ‘영양분이 가득한 혈액’이다. 나머지 25%는 간 세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동맥을 통해 공급되는 혈액이다.
혈액을 타고 들어온 원초적 상태의 영양소들은 간에서 처리 과정을 거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3대 에너지원은 물론, 대부분의 비타민과 철분 등 무기질이 모두 간을 통해 합성되고 처리된다. 알코올 등 독성을 갖고 있는 물질이나, 대사를 거친 후 남게 되는 산물들을 해독하고 후처리하는 것, 면역과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는 것 역시 간의 중요한 역할이다. 사실상 간을 가리켜 ‘우리 몸의 화학공장’이라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간이 처리하는 영양소들
탄수화물은 먼저 포도당의 형태로 몸에 들어오며, 간은 이를 글리코겐으로 변환해 저장함으로써 혈당 수치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한다. 물론 저장된 글리코겐을 다시 포도당으로 분해해 내보내는 것도 간의 역할이다.
단백질은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는데, 이중 간에서 처리하는 단백질은 대표적으로 체내 삼투압을 유지하고 다른 물질을 운반하는 ‘알부민’, 혈액 응고 작용을 하는 ‘프로트롬빈’과 ‘피브리노겐’ 등이 있다. 단백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통상 암모니아가 생성되는데, 간은 이를 독성이 없는 ‘요소’로 바꿔 몸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한다.
지방의 경우 흔히 알려진 콜레스테롤, 지방산, 그리고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인지질’ 등이 간에서 합성된다. 비타민 중에서는 A, D, E, K가 대표적이고, 철분과 구리, 아연, 마그네슘 등 다양한 무기질도 모두 간을 거쳐 처리된다.

간에 이상이 생기면?
간은 해부학적으로 우간엽(우엽), 좌간엽(좌엽), 미상엽(꼬리엽), 방형엽(네모엽)이라 불리는 4개의 엽(lobe)으로 나눠진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우간엽이 대부분의 대사 활동과 해독을 담당하고, 그보다 작은 좌간엽이 그 역할을 보조한다. 미상엽은 혈액순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담낭과 가까이 있는 방형엽은 지방 소화를 돕는 담즙 분비에 관여한다.
각기 조금씩 다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간 손상이 왔다고 해도 어느 부위의 손상이냐에 따라 기능 저하도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다만, 간은 본래 우수한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어,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면 정상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 대표적으로 피로감이 평소보다 심하게 느껴지고, 피부 및 눈이 누렇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날 수 있다. 간의 위치가 복부의 오른쪽 위편이므로, 이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면 간의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밖에 소화불량 문제가 자주 나타나거나 갑작스럽게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영양소를 받아들여 처리하는 간의 역할을 생각해볼 때, 간이 영양소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처리하지 못하면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이다.
소변이 짙은 색으로 나오거나, 전신에 가려움이 반복되거나, 다리 또는 발목이 붓는 증상이 보이면 이 또한 간에 문제가 생겼다는 징조일 수 있다.
간 질환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간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다양한 질환의 가능성에도 직면해 있다. 바이러스성 간염(A형, B형, C형)을 비롯해 간 조직이 섬유화되는 ‘간 경변’, 지방이 과다 축적되는 ‘지방간’, 간 기능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간 부전’, 간 세포나 담관에 발생하는 ‘간암’이 대표적이다.
간은 내구성도 높고 재생능력이 있는 데다가 어지간해서는 침묵을 지키며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는다. 차라리 요란하게 호들갑이라도 떨어주면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에 처하는 케이스인 셈이다.
보통 질환 예방을 위해 권장되는 일들은 엇비슷하다. 식습관, 운동, 위생관리, 스트레스 관리, 정기검진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간 질환 예방과 관련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바이러스성 간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접종이 있다. 보통 A형 간염과 B형 간염에 대한 백신이 있으며,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미리미리 접종을 챙겨두면 좋다. 단, C형 간염의 경우 백신이 없고 만성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아 보다 심각한 질환으로 번질 우려가 있으므로 감염경로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감염자의 혈액을 통해 주로 전염되므로, 의료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은 감염원 노출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이밖에 내과 등에서 혈액 검사를 통해 간 기능 검사를 해볼 수 있다. 간의 손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며, 건강보험공단의 정기 검진을 통해서도 기본적인 간 기능 검사 결과는 받아볼 수 있으므로 참고로 알아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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