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 심장, 폐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 작은 손상에도 뚜렷한 증상을 보인다는 건, 그만큼 생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중요한만큼 예민해서, 노화에 따라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어렵지 않게 분간할 수 있다.
한편, 즉각적으로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더라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러면서 손상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장기들이 있다. 간, 신장(콩팥), 췌장(이자)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 간은 높은 내구력과 재생력을 갖춘 장기로 꼽힌다. 어지간한 손상에도 증상을 보이지 않으며, 뛰어난 재생력으로 곧 기능을 되찾기도 한다. 주요 장기들과 달리 나이가 들어도 기능이 심하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간에게도 ‘천적’이 있다. 바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간염이다. 바이러스성 간염이 발생하면 간 세포들이 일시에 감염되며 광범위한 손상이 발생한다. 간의 재생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 능력을 뛰어넘는 손상에는 대응하기 어렵다. 간염이 치명적일 수 있는 이유다.
간염 바이러스의 종류와 발생 원인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Virus)는 A형, B형, C형, D형, E형으로 구분된다. 발견된 순서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약자를 써서 각각 HAV부터 HEV까지로 표기하기도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흔히 A형, B형, C형이 잘 알려진 편이다.
A형과 E형은 주로 오염된 음식 또는 물을 통해 감염돼, 급성 간염을 일으킨다. A형은 완치율이 높지만 드물게 심각한 수준의 합병증을 발생시킨다. E형의 경우는 임산부에게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B형은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급성 또는 만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보다 중한 간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D형은 독자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B형 감염자에게 중복으로 발생한다. B형 바이러스로 인한 증상을 악화시켜 간 손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C형은 감염자의 혈액 접촉으로 감염되며, 대부분 만성 간염으로 진행된다. 다른 유형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B형과 C형 간염은 직접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더라도 주사 또는 신체 접촉으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바이러스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지 않아도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간이 손상되거나, ‘지방간’으로 인해 간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간염 바이러스의 작용과 대응방법
간염 바이러스는 몸 안에 들어와 간에서 번식한다. 면역체계가 이들에게 반응하는 과정에서 간 손상을 유발하며 간 기능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급성으로 진행되면 간의 대응을 뛰어넘는 손상이 발생하니 문제, 만성으로 진행되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인지하지 못할 수 있어 문제다.
이들 중 A형과 B형은 의료기관에서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B형 간염 접종을 하면 자연스레 D형 간염도 차단되므로 세 가지는 해결이 된다.
E형 간염의 경우, 급성 간염 중 A형 다음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발생 비중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대학병원의 급성 바이러스 간염 환자들을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A형 간염이 약 79%로 1위, E형 간염이 약 약 7.5%로 2위다.
단, E형 간염 백신이 아직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감염원인 식수, 음식에 신경을 써 원인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문제는 C형 간염이다. 만성 간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로,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만성으로 진행되는 만큼 증상을 보이지 않고 진행되는 탓에,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것도 문제다. 유병률이 그리 높지는 않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C형 간염은 현재 예방 백신이 없다. 치료제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약물을 통해 완치할 수 있지만, 아직 100%는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완치가 되더라도 기존에 진행된 간 손상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치료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이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는 감염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감염자의 혈액을 통해 전파되므로, 의료기관 종사자 등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한 이슈라 할 수 있다.
간염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실천
바이러스 감염원에 노출되지 않도록 개인위생을 신경 쓰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A형과 B형은 예방 백신이 존재하므로 가급적 미리 접종을 받아두도록 한다. B형과 C형은 혈액, 체액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으므로 위생과 관련된 용품들은 반드시 개인용으로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간염 바이러스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더라도 간염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지방간으로 말미암아 간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로 지방간 환자 중 약 25%가 지방간으로 인한 간염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평소 식이조절과 체중관리를 필수로 하도록 하고, 검진 기회가 있다면 간 기능 검사를 통해 지방간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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