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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라는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통증을 느낀다는 건 일종의 ‘신호’라고 봐야 한다. 신체에 실제로 가해진 손상 또는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혹은 ‘통증이 발생한 곳에 신경을 써’라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통증 부위에 관심을 갖고 보다 빠르게 치유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통증을 가리켜 또 다른 종류의 ‘바이탈 사인(활력 징후)’이라 부르기도 한다. 맥박, 호흡, 체온, 혈압과 마찬가지로 통증 역시 ‘몸에 이상이 있다’라는 걸 알리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상처가 났을 때, 혹은 질병 징후, 질병으로 인한 증상이 대표적일 것이다. ‘문제가 생겼으니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라는 무언의 통보다.

통증은 어떤 원리로 어떻게 발생하는 걸까? 통증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알아두어야 할까?

 

‘통각 수용기’와 통증 발생의 메커니즘

우리 몸의 피부, 근육, 관절, 내장 등에는 ‘통각 수용기’ 또는 ‘통증 수용체’라 불리는 것들이 분포해 있다. 각 부위에 분포하는 통각 수용기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이를 신경 신호로 변환해 척수로 전달되고, 이것이 다시 뉴런을 타고 뇌로 전달돼 ‘통증이 발생했다’라는 걸 인지하는 구조다. 

통각 수용기는 세부적으로 ‘자유 신경 말단’, ‘A 델타 섬유’, ‘C 섬유’ 등으로 구분한다. 각각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부위에 분포하는지도 달라진다. 

피부와 점막 등에 넓게 분포하는 자유 신경 말단은 가장 단순한 형태의 통각 수용기다. 물리적 자극, 화학적 자극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맞거나 부딪치는 감각, 무언가에 찔리는 감각, 손상을 입힐 수 있는 화학 성분 등이다.

A 델타(A-delta) 섬유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날카로운 통증을 캐치하며, 이를 빠른 속도로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 깜짝 놀라게 되는 반응이 그 예다. A 델타 섬유는 피부 진피층에 많이 분포해 피부 표면에서 발생한 통증을 빠르게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근육과 관절의 운동 신경, 내장 등에 분포해 찌르는 듯 발생하는 통증을 전달한다.

C 섬유는 A 델타 섬유와 반대의 기능을 한다. 통증의 전달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둔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통증을 전달한다. 흔히 말하는 ‘뻐근한 통증’이 바로 C 섬유에 의해 전달되는 통증이다. 주로 내장 기관에 발생하는 통증, 약하게 시작해 점진적으로 심해지는 종류의 통증이 C 섬유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부위

통증은 몸에 발생하는 이상 신호이므로, 이를 감안하면 모든 곳에 분포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몸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부위’도 분명 있다. 대표적으로 뇌, 심장에는 통각 수용기가 존재하지 않으며, 각막과 내장기관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통각 수용기가 분포한다.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이상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미리 느끼게 하기 위한 것이 통증인데, 중요한 기관은 오히려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니까. 이는 보다 면밀한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이야기다.

‘통증을 느낀다’는 것은 해당 부위에 위험한 자극이 가해졌음을 알리는 신호다. 즉, 통각 수용기가 활성화되면 해당 부위는 위험에 노출됐다는 의미가 되므로, 해당 부위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킨다. 손상된 부위의 사용을 억제하는 보호 상태로 들어가는 셈이다.

그런데 만약 뇌나 심장에 이런 과정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뇌는 몸의 통제를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며, 심장은 전신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요 기관이다. 이들이 통각 수용기를 갖고, 자극에 대해 반응하며 기능 저하를 일으킨다면? 높은 확률로 생명에 위협이 발생할 것이다.

이 때문에 뇌와 심장은 자발적으로 기능하는 통각 수용기가 존재하지 않는 대신, 인간이 스스로 관심을 갖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이는 다른 내장기관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통각 수용기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적게 분포됨으로써 수동적으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생존’의 효율성을 위한 진화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통증을 치료하고 관리한다는 것

통증은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으로 구분된다. 급성 통증은 보통 특정할 수 있는 이유로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부위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간단한 예로, 피부 표면에 상처가 나면 통증이 생기지만, 연고부터 꿰매는 시술 등의 방법을 통해 상처가 아물면 통증도 사라진다.

하지만 만성 통증은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원인을 알더라도 단기간에 치료하기가 어렵다. 흔히 말하는 ‘진통제’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통증을 없애는 게 아니다. 통증의 원인은 그대로 있되, 말초 신경에서 신호 발생을 억제하거나, 통증 신호가 척수 또는 뇌로 전달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원리를 알고 있는 만성 통증 환자들은 진통제 투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만성 통증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을 ‘치료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에 있다. 사람들은 암이나 뇌졸중, 폐렴과 같은 병은 치료의 대상으로 생각하지만, 만성적으로 이어지는 통증은 그냥 견디며 살아야 하는 것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만성 통증을 ‘증상이 아닌 일종의 질병’으로 구분하고 있다. 단기간의 획기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꾸준한 관리로 서서히 통증을 완화시키며 그 원인을 원상복구시키는 것이 만성 통증 치료의 본질이다. 중대한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지속되는 통증이 있어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경우가 많다. 이것이 만성 통증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분명히 통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삶이란 그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활력 있게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통증을 노화에 따라 자연스레 발생하는 것으로 여기고 지나치기보다는, 시간을 들여 치료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보다 나은 삶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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