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이다. 아예 신경쓰지 않고 사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이는 슬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명제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다이어트’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피로감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으로든 단기적으로 독하게든 다이어트를 이어가는 이들이 많다. 검색 한두 번이면 수많은 다이어트 경험담과 방법론이 나오고, 하루가 멀다 하고 다이어트 보조제가 새롭게 출시된다.
어지럽기 짝이 없는 ‘다이어트 전국시대’의 틈을 비집고 등장한 새로운 트렌드가 있다. 바로 혈당 관리를 중점에 두는 ‘혈당 다이어트’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혈당 수치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체지방 축적을 예방한다는 원리다.
사실 이미 꽤 알려진 방법이라서 ‘새롭다’고 말하기엔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 언제나 ‘슬로우 어답터’는 있는 법. 뒤늦게 혈당 다이어트를 접하고 귀가 솔깃해진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기초부터 바로 알기, 혈당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몸은 정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움직일 때는 당연하고, 생각하거나 공부할 때, 잠을 잘 때도 그렇다. 쉽게 말해, ‘숨쉬기 위해’, ‘존재하기 위해’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셈이다. 그 에너지는 누가 만드는가? 바로 몸 안에 있는 수많은 세포들이다. 무엇으로 만드는가? 혈액을 타고 흐르는 영양소들을 이용해 만든다. 그중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원료(에너지원)가 혈액 속에 포함된 포도당, 즉 ‘혈당(blood sugar)’이다.
혈당이란, 혈액 속 포도당이 어느 정도 들어있는지를 가리키는 지표다. 보통 공복 상태일 경우 90~100mg/dL 정도를 정상치로 본다. 우리 몸 전체의 혈액량이 약 4~6L 범위에 있으므로, 몸 전체의 혈당량을 추산하면 약 4~5g 정도라 할 수 있다. 보다 정확히는 체중에 따라 혈액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 따라 혈당량 또한 달라진다. 혈당량을 측정할 때 단위로 데시리터(dL)당 밀리그램(mg)을 사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인간의 체중이 보통 수십 kg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미세한 양이다. 하지만 이 소량의 혈당이 에너지원으로서 갖는 중요성은 상상 이상이다. 특히 뇌세포와 적혈구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혈당은 항상 일정수준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

혈당의 현상 유지 본능, 항상성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간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혈당의 상승 정도는 다르다. 이때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혈당 스파이크’라 한다.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변화가 생기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 하는 ‘관성’과 세트라 할 수 있는 성질이다. 혈당 스파이크는 이 항상성이라는 본능에 위배된다. 항상성으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급격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선 심리적으로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실제로 혈당의 심한 변동은 예민, 불안, 무기력과 같은 감정기복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역으로 위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혈당 수치에 이상이 있다는 시그널로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생리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정상치보다 혈당이 올라갈 경우, 몸 속의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당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작용을 하며, 이 과정에서 남아도는 포도당을 지방으로 바꿔 축적한다. 즉, 살이 찌는 과정이다.
혈당 다이어트의 핵심은 바로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 본능’에 있다. 혈당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면 인슐린의 작용으로 지방 축적이 발생하게 되니, 혈당 변화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식사와 생활습관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혈당 다이어트, 기존 다이어트와 무엇이 다른가?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개선. 기존의 다이어트와 똑같지 않냐고? 천만에. 원리가 다르다. 어차피 다이어트가 필요해지는 이유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어떤 방식의 다이어트든 결국 음식과 운동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그 핵심 포인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실천 방법이 달라진다.
기존 다이어트의 핵심 프레임은 열량, 즉 ‘칼로리’였다. 먹는 것을 절제하고 대사량을 높여 섭취하는 양보다 소모되는 양을 많게 하는 산술적 다이어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혈당 다이어트는 다르다. 무조건 칼로리 낮은 음식을 찾는 대신, 혈당 수치를 적게 올리는 음식을 찾는다. 칼로리 소모량이 많은 운동법보다, 혈당 수치를 안정화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운동법에 초점을 맞춘다. 시야를 바꾸고 프레임을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다이어트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혈당 다이어트, 어떻게 실천하면 되는가?
가장 먼저, 식사 순서를 신경쓸 것을 권한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반찬을 차려놓고 함께 먹는 방식의 식사 문화를 가지고 있다. 서구화된 방식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밥과 국, 반찬을 차려놓고 먹는 형태로 식사를 한다.
이때 음식을 먹는 순서를 의도적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식이섬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순이다. 이해하기 쉽게 음식을 예로 들어 꼽자면, 채소나 과일을 먼저 먹고, 그 다음 살코기나 달걀, 그 다음 잡곡밥을 먹는 식이다.
코스요리를 먹듯 순서대로 먹는 편이 혈당 다이어트의 본래 의도에 최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낯설다면 억지로 따라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위 규칙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식습관에 서서히 적용해나가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한 걸음이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루틴을 만든다. 흔히 식사 직후 운동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는 과격한 고강도 운동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식사 후 TV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맨몸 스쿼트 동작을 가볍게 해보자. 이것이 무리라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칼로리 소모’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혈당 수치 안정화’라는 안경을 쓰자. 상승한 혈당에 맞춰 분비된 인슐린이 잉여 에너지로 인식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혈당 다이어트, 유의할 점은?
혈당 다이어트를 하고자 한다면 유의할 점이 있다. ‘GI 지수(glycemic index)’라는 지표를 활용해 혈당 상승이 낮은 음식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주된 원리다. 하지만 무조건 GI 지수가 낮은 음식이라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다. 개인의 체질 등에 따라 어떤 음식은 낮은 GI 지수에도 불구하고 혈당 상승이 높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소 체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혈당 변화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시중에 판매되는 혈당 측정용 센서가 있다. 이를 통해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어떤 운동을 했을 때 등 상황에 따라 혈당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대략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유념할 사항이 있다. 본래 혈당 측정 센서는 당뇨 환자를 위해 사용되는 의료기기다. 즉, 일반 대중의 지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센서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가 과학적으로 정확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센서를 활용한다면 그 결과를 맹신하지 말고 적당히 참고만 하는 수준으로 활용하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