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를 늦추자’는 말이 건강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에 맞춰 노화를 늦추는 구체적인 실천방법들도 널리 퍼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평균 기대수명이 많이 늘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세상.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에 분명하지만, 더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노화를 늦추는 데 있어 단골 키워드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항산화’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나 습관에 대한 정보 콘텐츠에서도 수시로 언급되는 단어다. 그런데 보다보면 항산화 물질이라는 게 무척 다양하다.
가뜩이나 챙겨야 할 영양소도 많은데, 항산화까지 신경 쓰자니 머리가 아프다. 그러다가 또, 어차피 챙겨야 하는 영양소 중에 항산화 역할을 하는 것들이 포함돼 있다는 말도 보인다. 이쯤되니 헷갈릴 지경이다. 무수한 정보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한 번쯤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다.
항산화, 왜 필요한가?
항산화의 필요성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항산화는 글자 그대로 ‘산화를 막는다’는 의미다. 산화란 산소와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산소와의 결합을 왜 막아야 할까? 이는 비유를 통해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바깥에 쌓아둔 철이 녹슨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녹은 철이 산화돼 생긴다. 이것을 우리 몸에 비유해보면 된다. ‘산화로 인해 세포와 조직이 녹슨다’라고 하면 이해가 수월할 것이다.
물론 산소는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모든 산소와의 결합을 막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세포의 산화를 일으키는 주범은 바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다. 과도하게 만들어진 활성산소는 세포막, 단백질, DNA 등을 손상시킨다. 이 과정에서 유발되는 ‘산화 스트레스’는 노화 및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노화를 늦추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항산화가 필요해진다.

산화의 주범, 활성산소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산소’를 필요로 한다.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간 산소는 폐포에서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화 헤모글로빈’을 만든다. 이런 방식을 통해 산소는 혈액을 타고 전신의 조직과 세포로 공급된다.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는 공급받은 산소와 영양분을 사용해 에너지를 만든다. 이때 에너지와 함께 ‘활성산소’가 생겨난다. 호흡을 통해 얻는 산소는 기본적으로 안정성 있는 분자 상태(O2)다. 세포에 공급된 산소 분자가 대사를 마치고 환원되는 과정에서 짝이 없는 전자(-)가 붙으면 활성산소가 만들어진다.
편의상 활성산소라고 통틀어서 이야기하지만, 그 종류는 여러 가지다. 산소 분자에 짝 없는 전자가 하나 붙은 초과산화물 음이온, 수소 원자 두 개가 붙은 과산화수소를 비롯해 하이드록실 라디칼, 일산화질소 등이 대표적인 활성산소의 유형이다. 항산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등장하는 ‘자유 라디칼(free radicals)’ 역시 활성산소의 하위집합에 속한다.
이들은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높은 반응성을 가진다. 주변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곧장 반응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DNA와 만나면 돌연변이 또는 염색체 이상을 유발할 수 있고, 세포 내 단백질과 만나면 이상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요인을 만드는 주범인 셈이다.
또, 지질을 산화시켜 세포막의 구조와 기능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혹은 지방세포 내에서 트라이글리세라이드 합성을 증가시키고 지방 분해를 억제하는 등 비만을 유발하기도 한다.
활성산소, 순기능도 있다
이렇게 보면 활성산소는 몸에서 절대적으로 없애야 할 존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마냥 문제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활성산소의 핵심은 높은 반응성이다. 이는 해로운 요소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면역세포에서 활성산소가 만들어질 경우,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해로운 요소들과 결합해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같은 원리로 세포 외부에 존재하는 미생물 중 해롭거나 불필요한 것이 있을 때, 이들과 싸울 수 있는 무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활성산소가 높은 반응성을 갖는다는 것은, 언제든지 다른 무언가와 반응을 일으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유하자면 언제든 누군가와 친해질 수도, 싸움을 벌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산화 스트레스 조절, ‘균형’ 유지가 필요하다
핵심은 ‘균형’이다. 산화 스트레스는 활성산소가 필요 이상으로 생성되거나, 항산화 능력이 부족해 둘 사이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활성산소는 산소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존재다.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활성산소와 항산화 능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항산화 물질을 섭취해 항산화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건전한 생활습관을 통해 활성산소 생성을 어느 정도 줄이는 것은 의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항산화 물질이 체내에 충분히 존재하면 활성산소를 중화시킬 수 있다. 활성산소의 반응성을 감소시킴으로써 과도하게 활동하지 못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양한 항산화 물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이들을 섭취하도록 적극 권장하는 이유다.
항산화 물질의 종류와 그 역할
활성산소 생성을 줄이기 위한 건전한 생활습관에 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다들 아는 그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항산화 물질에 관해서는 한 번쯤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을 듯하다. 항산화 물질의 종류가 무척 많아서 볼 때마다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서다. 물론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짚어보기는 어렵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것들에 대해서만 정리해보려 한다.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비타민 종류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듯하다. 먼저 비타민 C는 수용성 항산화 물질로, 세포 밖에서 활성산소를 중화시키고 비타민 E를 재활용하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 C를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은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다시 열거하지는 않겠다.
지용성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 E는 세포막 내에서 지질이 과도하게 산화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아몬드와 땅콩, 해바라기씨, 올리브유, 아보카도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식물이나 미생물에서 발견되는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색소를 들 수 있다. 알파카로틴과 베타카로틴, 토마토 등 붉은색을 띠는 과일이나 채소의 주성분인 라이코펜, 눈 건강 영양제에서 흔히 접하는 루테인과 지아잔틴 등이 카로티노이드에 속하는 것들이다. 종류에 따라 시력 보호, 면역 강화, 피부 건강 증진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항산화 작용을 수행한다. 베타카로틴은 당근, 고구마, 호박에서, 라이코펜은 토마토, 수박, 자몽 등에서 섭취할 수 있다. 루테인은 케일, 시금치, 브로콜리 등에 풍부하며, 지아잔틴은 옥수수, 피망, 오렌지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다음은 폴리페놀(Polyphenol)이다. 식물에서 발견되는 페놀 구조 화합물로, 항산화 및 항염증, 항바이러스, 항암 작용에 특화돼 있다. 폴리페놀은 매우 폭넓은 용어로, 여러 하위그룹을 가지고 있다. 그중 비교적 잘 알려진 것은 플라보노이드라는 하위그룹이다. 여기에는 녹차, 홍차의 대표 성분으로 알려진 카테킨, 블루베리나 라즈베리의 주요 성분으로 알려진 안토시아닌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글루타치온(Glutathione)이다. 글루타치온은 간에서 독성 물질을 해독하는 과정에 관여하며, 면역 세포의 기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또, 세포의 생존을 돕기 위해 필요한 주요 분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합성되며, 스스로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음식 중에는 아보카도와 브로콜리, 시금치, 아스파라거스를 통해 섭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균형’
이밖에도 코엔자임Q10(코큐텐), 셀레늄과 아연 등 무기질도 항산화 기능을 가진 물질로 꼽힌다. 각각의 성분은 비슷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고유의 역할을 가진 것들도 있다. 항산화에 보다 깊이 있게, 보다 상세하게 알아본다면 자신에게 특히 필요한 항산화 성분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산화 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많아지는 것을 막는 방향으로 글을 이어왔지만, 바꿔 말하면 항산화 물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활성산소는 여러 해악을 초래하지만 어느 정도의 순기능도 가지고 있다. 항산화 물질을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활성산소를 지나치게 낮춰 그 순기능마저 수행할 수 없도록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항산화 물질은 가급적 음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항산화 물질은 대부분 미량이기 때문에 적정 수준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용량의 항산화 물질을 함유한 보충제를 먹거나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항산화 물질을 동시에 다량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그래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