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말부터 8월 초,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외부활동을 꺼리게 되고, 냉방이 잘 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기 쉽다. 8월 중순까지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낮에는 실내온도를 낮추는 데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정도. 이럴 때 과도한 냉방으로 인한 냉방병만큼이나 조심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식곤증’이다.
식곤증은 식사 후 급격하게 졸음이나 피로감이 밀려오는 증상을 뜻한다. 식사를 하면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소화기관에 에너지가 공급된다. 이를 위해 혈류가 몰리게 되므로 자연스레 뇌를 비롯한 다른 기관으로 분배되는 혈류량이 줄어든다.
즉,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서 졸음이 발생하는 것이 식곤증의 기본 원리다. 계절이나 날씨에 관계 없이 발생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절이나 날씨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식곤증이 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식곤증이 생기는 원리
식곤증은 앞서 말한 것처럼 ‘뇌로 가는 혈액 흐름 감소’가 가장 주된 원인이다. 다만 혈류량 감소는 본질적으로 뇌로 가는 에너지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로 가는 에너지 공급이 줄어드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어떤 식단을 섭취했는지가 중요하다. 복합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등은 소화가 천천히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영양소다. 복합 탄수화물의 하위 분류에 해당되는 섬유질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소화 과정에서 다른 영양소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뇌에 공급되는 에너지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피로감이나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또, ‘혈당 스파이크’도 에너지 공급 불균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당분 함량이 높거나 단순 탄수화물이 많은 일부 음식의 경우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한다. 이는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를 부르고, 긴급 동원된 인슐린은 혈당을 빠르게 낮춤으로써 갑작스러운 혈당 저하를 부른다. 혈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뇌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공급받는 에너지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에너지 공급이 아닌 호르몬 변화가 식곤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식사 직후에는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이때 식단에 단백질이 풍부할 경우,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인슐린의 영향을 받아 뇌로 더 쉽게 이동하게 된다.
뇌로 이동한 트립토판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합성을 촉진한다. 세로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의 전구체 역할을 하므로, 세로토닌 합성이 촉진되면 자연스레 멜라토닌 생성도 활성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일시적인 졸음이 몰려오는 것이다.

폭염과 식곤증, 관련이 있을까?
식곤증의 본질은 ‘피로감’이라 할 수 있다. 졸음 역시 피로감이 일정 이상 누적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폭염과 식곤증은 뚜렷한 연결고리가 있다.
우리 몸은 체온을 일정한 범위로 조절하려는 본능, 즉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체온 변동이 클수록 항상성도 더 크게 작동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만약 평상시 규칙적으로, 잉여 에너지가 많지 않은 정도로 식사량을 유지하는 경우라면, 무더운 날씨에 보다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적당한 식사량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습관이지만, 만약 무더위로 식곤증을 느끼는 일이 잦다면 평소보다 조금씩만 더 식사량을 늘려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극도로 추운 날씨에도 적용할 수 있는 원리다.
한편, 무더운 날씨에는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땀을 많이 흘리게 마련이다. 체온이 높아질수록 몸은 빠르게 체온을 내리기 위해 땀 배출을 늘리게 된다. 이때 충분한 수분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탈수 증상으로 인해 피로감이 증가할 수 있다.
또, 더운 날씨에는 식욕이 감퇴하기 쉬운데, 이때 평소보다 눈에 띄게 식사량이 줄어들면서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체내에서 필요한 에너지가 충분해지지 않으므로 피로감과 졸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사 후 졸음이 너무 심하다면?
식사 후 졸음이 밀려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단순히 졸린 정도가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잠들어버리거나, 아예 멍해져서 일상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아닌 이상 딱히 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식사 후 한참이 지나고도 졸음이 가시지 않는다거나, 뭔가 조금이라도 먹기만 하면 졸리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상 패턴이 이어진다면 건강상 문제는 없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단순하게는 전날, 혹은 최근 수면이 부족하지 않았는지를 검토해본다. 폭염으로 인한 열대야가 이어지는 환경이라면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한 날이 더러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잠을 많이 자더라도 수면 품질이 좋지 않았다면 그 피로감이 누적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위장 등 소화계통의 문제가 있을 경우, 소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 비슷한 원리로 식단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영양소들이 많이 포함돼 있을 때도 같은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보다 심각한 경우로는, 갑상선 등의 이상으로 인해 호르몬 불균형이 나타나는 경우, 그리고 혈당 조절 문제로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만약 식사 후 졸음 증상이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나타난다면, 위의 항목들을 검토해보고 빠르게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식곤증 예방, 포만감 유지와 영양 균형
식곤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한다. 바로 포만감과 영양 균형이다. 가장 권장되는 전략은 1회 식사량을 줄이는 대신 식사 횟수를 늘리는 것이다. 식사량이 줄어들면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도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스레 식곤증이 완화되거나 겪지 않게 될 수 있다. 식사량 감소로 인한 에너지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다시 음식을 섭취하는 방법이다.
단, 이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포만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식단을 고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포만감이 오래 유지된다고 하면 그만큼 소화 과정도 오래 걸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곡물, 콩류, 채소, 과일 등은 포만감을 비교적 오래 유지하면서도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지 않는 종류들이다. 게다가 수분과 섬유질을 함께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원활한 소화 및 체내 수분 균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들을 주 식단으로 하여 적게 먹고도 포만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영양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단백질 식품을 소량 추가하면 적절하다. 지방 함량이 적거나 없는 요거트 혹은 견과류나 달걀, 두부 등을 곁들이면 폭염 속 식곤증을 예방할 수 있는 최적의 식단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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