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체중이 줄어들다가 어느 순간 정체되거나 도리어 늘어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유의미하게 이루어지던 다이어트에 정체기가 찾아오면 사람들은 혼란을 느낀다. 일단 의욕이 꺾이는 건 당연하다. 정체기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알아보며 방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심하면 좌절감을 느껴 다이어트를 중단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만약 ‘세트 포인트(set-point)’ 이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체기의 혼란을 겪지 않거나 겪더라도 금세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이론이다.
사실, 어느 정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 완벽한 합의를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과학적인 근거와 더불어 납득할만한 논리로 구성돼 있으니, 잘 몰랐다면 알아두는 것도 좋겠다. 다이어트를 계속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체중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인간의 몸은 ‘항상성’이라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내부, 외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더운 날씨에는 땀을 내보내 체온을 낮추고, 추운 날씨에는 몸을 떨도록 해 체온을 높인다. 수분이 부족할 때 갈증을 느끼게 하거나 과도한 수분은 배출량을 늘리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항상성이 체중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체중을 단순히 바늘이나 디지털로 표현되는 숫자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실제로 체중은 신체의 메커니즘에 따라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라 봐야 한다. 이 사람이 어떤 생활 환경에 있는지, 어느 정도 에너지를 소비하는지, 보통 어떤 영양분을 어느 정도씩 섭취하는지 등을 고려해, 보편적으로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저장해둔 결과인 것이다.

세트 포인트, 다이어트와 항상성의 대결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는 건 기존의 생활습관, 에너지 소비량과 섭취량, 섭취하는 영양분의 종류 등에 변화를 주는 일이다. 즉, 기존에 적응해 있던 신체·생리적 환경을 새롭게 재정립하려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어느날부터 서서히 에너지의 섭취량이 줄고 소비량이 늘었다고 하자. 어느 정도 범위의 변화까지는 대응할 수 있다. ‘일시적 변수’로 받아들여 대사 속도 및 호르몬을 조절함으로써 충분히 적응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뀐 패턴이 지속된다면 몸은 적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저축해둔 돈이 바닥났는데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떠올려보라. 그런 식으로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면 몸은 ‘스트레스 상태’로 인식하게 된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부족한 에너지를 보존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사 속도를 줄이거나 식욕을 자극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다이어트의 정체기’가 찾아오는 원리다.
여기서 ‘세트 포인트’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우리 몸이 특정 체중을 ‘기준 저축액’처럼 설정해 두었다고 하자. 이는 신체가 최적화된 상태를 위해 유지하려는 체중이다.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는 체내 조절을 통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된 상태가 계속된다면? 항상성에 의해 설정된 세트 포인트를 재조정할 필요가 생긴다.
이는 기준 저축액을 바꾸고, 그에 맞는 수입과 소비 패턴을 재정립하는 것으로 비유해볼 수 있다. 돈으로 비유하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 되는 일이니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은 다르다. 복잡한 생리적 과정을 필요로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물론 체중을 크게 줄인 사람들이 적지 않기에, 세트 포인트의 재설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은 입증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걸린다. 비슷한 체중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 그만큼 더 강력한 항상성과 싸워야 할 수도 있다. 즉, 세트 포인트란 다이어트가 항상성과 대결을 펼치는 과정이자 결과인 셈이다.

세트 포인트 변화에 관여하는 요인들
체중 변화에는 생활 환경이나 스트레스 강도, 연령과 건강상태 등 수많은 요인들이 관여한다. 그런 외부적인 요인들은 무수한 변수가 따를 수밖에 없으니 우선 배제하도록 한다. 다이어트를 진행하며 세트 포인트가 바뀌기 위해서는 체내의 어떤 요인들이 관여할까?
우선 신진대사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체중이 점차 줄어들면 몸은 ‘비축된 에너지가 고갈된다’라고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대사율을 감소시킨다. 즉, 다이어트 당사자는 비슷한 식사량과 비슷한 운동량을 유지하더라도 체중 감소 속도가 둔해지거나 정체됐다고 느끼게 된다.
다음으로 자율신경계의 변화를 살펴보자. 비축된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것은 저축금액이 기약 없이 줄어드는 상황과 비슷하다.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는 의미다. 체중 감소가 진행되던 중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긴다. 이에 따라 에너지의 소비 및 저장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스트레스에 의한 호르몬 변화와 마찬가지로, 체지방량 감소에 따른 호르몬 변화도 발생한다.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Leptin)이 감소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Ghrelin)이 증가하며 더 많이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전체적인 에너지 소비가 감소한다.
체내 시스템으로 하여금 이런 변화를 ‘의도적인 것이고 정상적인 것이다’라고 인식하게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익숙하게 유지돼오던 체내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트 포인트가 재설정되기까지
세트 포인트가 바뀌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앞서 이야기한 외적인 변수로 인해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기약 없는 기다림을 마냥 계속하라고 하는 건 너무 잔혹한 일일 것이다. 세트 포인트가 바뀌기까지 다이어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에너지 섭취량과 소비량을 재점검해보면 좋다. 아마 섭취하는 칼로리를 더 줄일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칼로리를 마냥 줄이기만 하는 것은 자칫 신진대사를 더 위축되게 할 수 있으므로, 권장 섭취량보다 약간 더 적은 수준을 하한선으로 정해둘 것을 권한다.
필요한 영양소들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지, 식단을 점검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칼로리 섭취와 영양 섭취는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편이 좋다.
운동량과 운동 방법을 바꿔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량은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조금이라도 체중 변화가 이루어지는 동안 몸은 분명 더 많은 활력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일상 운동량을 늘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운동 방법의 경우, 똑같은 운동을 반복하다보면 신체가 그에 적응함으로써 운동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따라서 운동의 종류를 바꾸거나 강도를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자극을 주면 좋다. 이 부분 역시 스스로 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목표점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 중간에 작은 목표를 더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장기전에서는 결국 의욕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의욕에 불을 지피는 최적의 연료는 성취감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라는 목표에 너무 매달리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위의 노력들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도록 천천히 바꿔가면서, 관심을 분산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을 찾아보자.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세트 포인트 변화는 필히 마주할 수밖에 없다. 목표 지점이 멀다면 그만큼 많은 정체기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어쩌면 체중을 감량하는 것보다 세트 포인트 재설정을 위한 정체기를 견뎌내는 것이야말로 다이어트의 진짜 관문일지도 모른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느냐, 지금까지의 성과에 타협하느냐, 새로운 불모지를 개척하느냐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에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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