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울에도 음료는 시원하게 마셔야 한다는 ‘얼죽아’가 있듯, 한여름에도 따뜻한 음료를 선호하는 ‘쪄죽뜨’가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개인 취향이니 그에 관해서는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얼죽아’ 취향이지만, 오늘은 ‘쪄죽뜨’를 주인공으로 삼아보고자 한다.
뜨거운 음료를 아무리 잘 마시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갓 나온 따뜻한 음료를 바로 마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설령 그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건강 면에서 그리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너무 뜨거운 음료는 입속 점막이나 식도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고, 위장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위산 역류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적당히 식혀서 ‘따뜻한’ 수준으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했을 때, 때때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따뜻한 커피가 식을 때까지 방치하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 예를 들면 업무가 갑자기 밀려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거나, 연속적인 회의 또는 기나긴 통화를 하느라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차가운 음료의 경우, 얼음이 녹으면 다소 묽어지는 걸 감안하더라도 얼음을 더 넣으면 해결된다. 하지만 따뜻한 음료는 어떻게 할까? 똑같이 온수를 더 넣기엔 뭔가 부적절한 것 같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다. 하지만, 전자레인지에 커피를 데워본 적이 있다면 그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왜 그런 걸까?
커피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바리스타에 관심이 있거나 현직 바리스타라면, ‘심오한 커피의 세계’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우리는 보통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커피는 매우 민감한 음료다. 수천 종류에 해당하는 화합물이 포함된 복잡한 음료로, 아주 사소한 차이로도 적지 않은 맛의 차이를 내는 음료이기도 하다.
원두의 품종부터 가공 방법, 로스팅 기법, 분쇄 정도, 추출 방법까지 무엇 하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 정말 커피 맛을 세밀하게 느끼는 마니아들은 이 모든 요소에 더해 바리스타의 기술과 경험까지도 높이 산다. 커피 맛에 대해 산미, 쓴맛, 풍부한 바디감 등 다양한 표현이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 온도, 추출 시간에 따른 차이
실제 눈앞에서 커피를 바로 내려주는 카페를 이용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아마 물의 온도를 매우 중요하게 따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커피가루에서 화합물이 충분히 나오지 않게 되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한꺼번에 너무 많은 화합물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바리스타일수록 ‘적정 온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얼마나 오랜 시간 물에 노출시키는지를 가늠하는 ‘추출 시간’도 정확하게 같은 원리로 중요시된다. 물의 적정 온도를 맞추는 데 성공하더라도, 커피가루가 물을 너무 오래 머금고 있으면 그만큼 많은 화합물을 내보낸다. 물을 머금는 시간이 너무 짧아도 마찬가지로 화합물이 너무 적게 나와 맛에 영향을 미친다.
전자레인지에 데운 커피의 비극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전자레인지에 커피를 데우는 것이 어떤 문제를 유발하는지 눈치챘을 것이다. 사실, 애당초 공기 중에 커피를 일정 시간 방치했을 때부터 맛은 변하기 시작한다. 물 온도와 추출 시간에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녀석인데, 공기 중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커피 속의 화합물 중 휘발성을 띤 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발한다. 또 어떤 화합물들은 공기와 접촉하며 산화작용을 일으킨다. 특히 과일 산미 같은 맛은 시간이 지날수록 둔해지기 쉬운 요소다.
여기에 전자레인지를 통한 갑작스러운 열이 가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남아있는 화합물 중 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들에게 또다른 화학 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예를 들어 커피 속 화합물 중 하나인 ‘클로로겐산’은 ‘카페산’과 ‘퀸산’으로 분해되는데, 이로 인해 쓴맛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라떼라면? 섞여있는 우유 성분에 열이 가해지며 맛은 또 ‘새로운 영역’으로 접어들게 된다.
커피 종류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물론, 커피는 매우 민감하면서 종류도 다양하다. 따라서 모든 종류의 커피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커피의 일반적인 특성을 고려했을 때, 재가열된 커피가 좋은 맛을 낼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커피의 종류나 추출법 등에 따라 구체적인 성분 함량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거나 커피라는 정체성을 유지해주는 화합물 중 일부는 휘발되거나 산화되고, 재가열을 통해 변질되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방치하거나 재가열을 하더라도 다만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은 ‘카페인 함량’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가장 좋은 건 내열 기능이 있는 보온 텀블러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공기 차단이 가능한 모델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만약 커피 맛에 매우 예민한 타입이라면, 조금이라도 열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커피를 담기 전 뜨거운 물을 부어 텀블러를 데워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글을 보는 시점에 이미 전자레인지에 커피를 데웠다면? 우유나 크림, 시럽을 섞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다. 다소 취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레몬즙을 넣어 산미를 살리는 방법도 있다. 미각적으로 산미는 쓴맛과 대립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과도한 쓴맛을 중화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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