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포 내 소기관들이 스트레스에 반응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서울대학교 생명공학부 연구팀은 ‘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포 내 소기관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세포 소기관이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기전을 밝히고자 연구를 수행했다.
세포의 노화와 항산화의 역할
인간은 약 70조 개에 달하는 세포의 집합체다. 각각의 세포는 주어진 기능을 수행·유지하기 위해 복제 및 분열을 거듭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명을 다해 자연스레 사멸한다. 이는 우리 몸속 장기와 조직의 노화 과정으로 나타난다. 즉, 인간의 수명은 세포가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포의 수명은 ‘텔로미어’에 의해 정해진다. 장기와 조직에 위치한 세포는 각자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분열을 거듭하고, 그때마다 텔로미어가 조금씩 ‘소모’된다. 텔로미어가 일정 길이 이하로 짧아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사멸하는 세포가 늘어나면서 장기와 조직 기능이 저하되고,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산화 스트레스’는 결과적으로 세포 분열을 가속화한다. 활성 산소종(ROS)으로 인해 세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손상되면, 세포는 기능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해 분열하게 된다. 손상이 자주, 크게 일어날수록 분열 횟수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즉, 손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세포는 더 오래 살아남는다.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한 분열을 할 필요가 없으므로 분열 횟수가 줄어들고, 그만큼 수명을 관장하는 텔로미어도 유지된다. ‘항산화 작용이 노화 속도를 늦춰준다’라고 말하는 기본 원리다.
핵심은 ‘세포 항상성 유지’
본질을 보자. 핵심은 세포가 손상되지 않고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세포의 항상성 유지’다.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 인간이 안정적인 환경일 때 보다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세포 역시 항상성이 유지될 때 더욱 원활하게 정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항상성이 유지된다면 산화 스트레스와 같은 문제에도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손상 역시 마찬가지다. 세포가 손상된다고 해서 무조건 새롭게 분열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손상을 복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오래 생존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세포 수명이 연장돼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 역시 세포 항상성이 유지돼야 하는 이유다.
‘세포 내 소기관’들이 항상성에 기여해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정용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핵심은 세포 안에 존재하는 ‘소포체(ER)’와 ‘골지체(GA)’다. 미토콘드리아와 같이 세포를 구성하는 소기관들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한다면, 소포체는 세포 내 단백질과 지질 생산을 수행하며, 골지체는 단백질과 지질의 변형 및 운반을 조절한다.
세포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당연히 이들 소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기관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는 결국 세포의 사멸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정용근 교수 연구팀은 세포 내 소기관들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두 가지 경로를 동시에 발견하여, 이번 달 두 곳의 국제 저널에 각각 발표했다. 세포 내 스트레스는 단백질의 비정상적 축적 등을 초래함으로써 소기관 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소기관의 자체 반응 메커니즘을 연구하고자 한 것이다.
소포체와 골지체의 자가포식 작용
연구팀에서 발견한 두 경로 중 하나는 소포체가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자가포식(Autophagy)을 수행하는 것이다. 즉 스스로 손상된 소포체를 제거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내용은 지난 9일(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다른 한 경로는 골지체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지질화를 유도하여 자가포식을 활성화함으로써 기능 장애를 극복하는 메커니즘이다. 골지체가 단백질과 지질의 변형 기능을 넘어,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다. 이 내용은 지난 16일(월) 「엠보 저널(EMBO Journal)」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세포 내 소기관들이 스트레스에 반응해, 자체적인 ‘품질 관리’를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세포 소기관의 기능 장애’에 초점을 맞춘 또다른 질병 연구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포 항상성 유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번 연구 내용은 건강 관리의 초점을 ‘세포보다 더 깊은 영역’까지 이끌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구체적인 기전까지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세포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세포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인간은 결국 세포의 집합체이므로, 인간의 스트레스는 곧 세포의 스트레스로 연결된다. 자신의 일상에 어떤 부분이 스트레스를 주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확보해야 한다.
세포의 자가포식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흔히 ‘간헐적 단식’이 세포의 자가포식 원리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단, 흔히 알려진 공식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항산화 성분을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비타민 C, 비타민 E가 대표적이며, 특히 식물성 식품을 통해 다양한 항산화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항산화 성분 섭취량이 대체로 부족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강조하는 것이지, 항산화 성분 역시 과도한 섭취는 자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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