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발 머리 증후군(Exploding Head Syndrome)’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경험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무시무시한 이름이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직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수면장애’의 일종이다.
잠에 빠져들기 직전, 갑자기 머리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렸다고 느끼며 깨어날 때가 있다. 이 때문에 다소 과격하지만 ‘폭발 머리’ 또는 ‘머리 폭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성인 10~20%가 살면서 한 번 이상 이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지역, 인종 등을 가리지 않고 나타날 수 있는 공통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체적인 연구나 통계가 존재하지 않다. 사실, 애당초 그리 잘 알려져 있지도 않으며, 만약 증상을 경험하더라도 단발성으로 나타나는 경우 문제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고로 ‘유비무환’이라 했다. 폭발 머리 증후군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한다.
수면 중 나타나는 비정상 패턴
‘파라솜니아(parasomnia)’라는 말이 있다. 아마 ‘불면증(insomnia)’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생소하긴 하지만 잠에 관련된 용어겠구나 하고 짐작할지도 모르겠다. 파라솜니아는 수면 중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행동 또는 경험을 총칭하는 말이다.
널리 알려진 파라솜니아의 예로, 끔찍한 꿈을 꾸며 깨어나는 ‘악몽(Nightmare)’, 정신이 잠든 채로 몸이 움직이는 ‘몽유병(Sleepwalking)’ 등이 있다. 이밖에 잠들기 직전 또는 기상 직전 발생하는 일시적 마비 상태(수면 마비, Sleep Paralysis), 잠에 거의 빠져들 때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련(하이프닉 저크, Hypnic Jerks) 등이 있다. 폭발 머리 증후군 역시 파라솜니아의 한 종류에 해당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그 자체가 촌각을 다투는 건강 문제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증상이 있는 것을 알게 되면 스트레스나 심리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건강 문제와 연결될 수도 있다.
19세기부터 발견, 데카르트도 겪은 적 있어
폭발 머리 증후군은 1876년부터 의료계에 알려져 있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르네 데카르트도 이 증상을 경험했다는 기록도 있다고 알려졌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바로 그 사람이다.
하지만 상당히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폭발 머리 증후군은 여전히 특발성 증후군에 속한다. 보다 정확히는, 이 증상에 대한 정보 자체가 거의 없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별다른 건강 문제가 없는 성인 중 약 10~11%가 폭발 머리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 2019년에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18세부터 82세의 남녀 약 1,700명 중 29.59%가 한 번 이상 폭발 머리 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약 3.9%에 해당하는 67명은 매달 같거나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한편, 이 연구팀이 약 200명의 여대생으로만 그룹을 편성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평생 유병률 37.19%, 매달 증상을 겪는 비율 6.54%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폭발 머리 증후군이 젊은 성인들에게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여성에게서 좀 더 흔한 경향을 보인다’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갑작스러운 큰 소리, 짧은 환각 동반하기도
증상을 겪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머릿속에서 들리는 소리의 종류도 일관되지 않다. 폭발음, 총소리 등 전쟁터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극단적인 소리부터, 누군가 비명을 내지르는 듯한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다. 혹은 문이 갑작스레 쾅 닫히는 소리 등 비교적 일상적인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다. 약 몇 초 정도로 짧지만 매우 큰 볼륨으로 들린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리라 해도,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머리 폭발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시각 이상 또는 촉각 이상을 함께 겪기도 한다. 번쩍 하는 섬광을 보는 듯하다는 사람도 있고, 짧은 환각을 경험했다는 사례도 보고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몸이 갑작스럽게 매우 뜨겁다고 느끼거나 전기 충격이 가해진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폭발 머리 증후군, 추정 원인은?
특발성 증후군으로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에 관한 몇 가지 이론은 존재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의 자연스러운 활동’에 관한 이론이다.
우리 뇌에는 ‘망상체(reticular formation)’라 불리는 신경망이 있다. 뇌간에 위치한 복잡한 신경망으로, 뇌의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외부 자극에 대한 주의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잠들고 깨어나는 패턴을 조절해, 렘 수면과 비렘 수면 주기 형성에도 기여한다.
가장 핵심적으로, 다양한 감각 정보를 필터링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잠에 드는 과정에서는 망상체의 활동이 느려지게 되는데, 이때 시각이나 소리,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감각 피질’이 서서히 비활성화된다.
위와 같은 정상 과정의 어딘가에서 장애가 발생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폭발 머리 증후군이라는 추측이다. 즉, 외부 자극 없이 독립적인 중추신경 활동이 발생해, 감각 피질에 도달함으로써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큰 소음을 듣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추측에 불과한 이론이며, 신경계 분야 전문가들이 관련된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다.
건강에 별다른 위협은 되지 않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명칭에도 불구하고, 폭발 머리 증후군은 건강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두통 증상과 구분할 필요는 있다. 폭발 머리 증후군은 보통 수 초 단위의 짧은 시간 동안만 발생하며, 머리 부위에 통증은 없거나 매우 경미한 수준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스트레스’다. 별다른 위협이 없다고 해도, 경험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놀랍고 두려운 느낌일 수밖에 없다. 정신적으로 뭔가 이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폭발 머리 증후군에 관한 연구는 주로 스트레스 및 수면에의 영향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
명확한 원인과 체계적 치료법이 정립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폭발 머리 증후군이 별다른 건강상 이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적된 스트레스 또는 수면 관련 장애를 겪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이에 관련된 상담을 받아보거나 자신의 수면 습관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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