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 BMI(Genetic BMI)’라는 개념이 있다. ‘유전적인 체질량 지수’라는 의미로, 체질량 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들을 토대로 예측하는 값이다. 국내 연구진이 유전 BMI보다 현재 BMI가 높은 경우, 당뇨 발병 위험이 3~4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과체중과 비만, 유전 영향 간과할 수 없어
체중은 유전적 요인과도 연관이 있다. 부모가 과체중이면 자녀 역시 과체중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2015년 수행된 한 연구에서는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대규모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97개의 유전자 변이가 BMI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어, 특정 유전자는 신진대사율, 식욕 조절, 지방 저장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환경적 요인과 더해져 서로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 같은 유전자라 해도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다를 경우, 그에 따라서도 체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적 요인들을 바탕으로 이 사람이 어느 정도 BMI가 될 것인지를 ‘예측한 값’이 바로 유전 BMI다.
그렇다면 유전 BMI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 사회는 오래 전부터 체중 관리와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론이 제시되고 공유돼 왔지만, 성공하는 사람보다는 실패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대부분 개인의 의지에 책임을 돌려왔지만, 실제로는 유전에 의한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물론, 넬슨 만델라가 이야기했듯, 중요성을 따지자면 ‘무엇을 가지고 태어났느냐’보다 ‘무엇을 이뤄냈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유전 BMI가 높게 나왔다고 해도, 그것을 결코 극복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유전 BMI가 높은 사람은 소위 ‘더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일 수 있다는 것, 그로 인해 다이어트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면 된다.
비만 아니라 해도 BMI 높으면 위험
유전적 요인이 비만과 체중 관리, 건강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최근 연구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곽수헌 교수와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이태민 교수 연구팀은 국내외 45만여 명의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코호트로부터 약 38만 명, 국내 KoGES 코호트로부터 약 7만 명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데이터로부터 DNA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추출, ‘타고난 비만’ 수준을 가리키는 유전 BMI 값을 산출했다. 이후 유전 BMI 값과 대상자들의 실제 측정된 BMI 값을 비교해 제2형 당뇨의 발병 위험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유전 BMI보다 실제 BMI가 클 경우, 제2형 당뇨의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에 기반한 예측보다 비만도가 높을수록 당뇨 발병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실제 BMI상 비만이 아닌 경우에도 유전 BMI보다 높다면 마찬가지다 당뇨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보다 명확한 분석을 위해 연구팀은 먼저 영국과 한국의 데이터를 나눈 다음, 유전 BMI와 실제 BMI의 차이를 기준으로 각각 다섯 그룹으로 나눴다. 영국 코호트에서 확보한 데이터의 경우, 유전 BMI와 실제 BMI 차이가 가장 큰 1분위 그룹이 5분위 그룹에 비해 최대 61% 당뇨 발병 위험이 크게 나타났다.
한국 코호트에서 확보한 데이터의 경우, 훨씬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남성의 경우 1분위 그룹이 5분위 그룹보다 3배, 여성의 경우 4배 더 높은 당뇨 발병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코호트만 추가로 분석한 결과, 유전 BMI보다 실제 BMI가 클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혈당이 쉽게 높아져 당뇨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근거가 발견된 셈이다.

유전 BMI, 실용성 부족… ‘BMI의 한계’는 변함없어
유전 BMI와 관련해 짚어볼 포인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앞서 이야기했듯 유전적 요인이 비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유전적 요인에 따라 예측한 BMI보다 실제 BMI가 높으면 당뇨 등 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하지만 여기서 한계점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자신의 BMI가 어느 정도인지를 산출하기는 쉽다. 하지만 유전 BMI는 특정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개인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 자신의 체중 관리,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하기에는 딱히 유용성이 없으며, 그저 ‘BMI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라’는 결론으로 되풀이된다.
그렇다면 다시 ‘BMI의 한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BMI는 키와 몸무게만을 가지고 산출하는 단순화된 계산법이라는 데서 근본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 건강 진단을 위해 간단하게 참고할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체성분을 알고자 할 때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 BMI 기준으로 비만이 아니더라도, 체지방률이 높아 ‘마른 비만’으로 분류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연구마다 구체적인 수치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략 전체 인구의 20% 정도가 마른 비만에 해당한다는 통계가 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상 체형’의 사람들이 의외로 마른 비만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마른 비만과 반대되는 ‘근육형 과체중’의 경우, BMI상 비만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 근육량이 기준치보다 많아 체성분상으로는 비만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인종 특성상 그리 흔하지 않은 체형이지만, 최근 고강도의 피트니스를 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과거에 비하면 꽤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이 됐다.
정리하자면, 유전 BMI는 다이어트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는 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유독 자신의 다이어트만 힘들게 느껴진다면, 이 내용이 어느 정도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BMI를 참고 지표로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 BMI가 몇이든 관계 없이, 최근 체성분 검사를 해본 적이 없다면 병원이나 전문 센터 등을 방문해 검사를 해볼 것을 권한다. 어쩌면 의외의 결과를 얻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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