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 BMI)는 비만 진단 방법으로서의 신뢰성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BMI의 본질은 키와 몸무게를 이용하는 것인데, 몸무게란 다양한 건강 요인이 반영된 최종 지표이기 때문에 비만 여부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지난 17일 미국 의사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인 <JAMA>에는 BMI 신뢰도를 재평가하는 연구가 게재됐다. BMI가 여전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 것이다.
새로운 비만 진단 기준 제시
본래 유럽에서는 BMI가 30을 초과할 경우 비만으로 간주해왔다. 이를 두고 BMI 신뢰도에 대해 분야별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이어져왔다. 특히 BMI는 비만의 핵심 지표라 할 수 있는 ‘체지방량과 분포’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이 주된 포인트로 지적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랜싯 임상 비만의 정의 및 진단 위원회(이하 랜싯 위원회)’에서는 개인에 따라 허리나 근육, 또는 체내 장기 주변에 과도한 지방을 저장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BMI는 체지방량 측정에도 한계가 있지만, ‘체지방 분포’에서도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랜싯 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1월 비만 측정 방법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를 제시했다. ‘체지방량을 직접 측정하거나, BMI와 더불어 ‘허리 둘레’,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키 비율’ 세 가지 지표 중 한 가지 이상을 함께 활용하라’는 권고를 공식화했다.

BMI 신뢰도는 어느 정도일까?
그렇다면 BMI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일단 편의성 면에서 BMI는 뚜렷한 장점을 가진다. 랜싯 위원회가 권고한 측정법에도 간편한 방법들이 있지만, 단순히 체중계에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몸무게 측정에 비하면 아무래도 좀 더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니까.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팀은 BMI 신뢰도를 재차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먼저 2017년~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 참여한 20세~59세 성인 2,225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데이터에는 키, 몸무게, 허리둘레 등 건강검진상 표준화된 측정 결과가 포함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이중 에너지 X선 흡수 측정법(DEXA)’을 적용해 정확한 체지방률을 측정했다. DEXA는 체지방, 근육량, 골밀도 등 체성분을 측정·분석하고 비만 여부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정확성이 높다고 인정받는 방법이다.
DEXA 측정 결과와 큰 차이 없어
연구팀은 BMI를 기준으로 진단한 결과와 DEXA 측정값으로 진단한 결과를 비교했다. BMI 기준은 각 인종 및 민족마다 활용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대상자의 인종과 민족에 따라 차등 적용했다. 건강검진 데이터로 산출한 BMI 기준에 따르면 약 39.7%가 비만인 것으로 진단됐다.
그런 다음, DEXA로 측정한 결과에서는 약 39.1%가 비만인 것으로 진단됐다. 연구팀은 이것이 그리 큰 차이가 아니라고 보았다. 최종적으로 다시 정리한 결과, BMI 기준으로 비만 진단한 사람들 중 98.4%가 DEXA 측정에서도 비만으로 진단됐다. 연구팀은 연령, 성별, 인종 및 민족을 기준으로 집단을 나눠도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BMI 신뢰도, 여전히 의미 있다
연구팀은 기존 BMI가 정확성을 지적받은 근본적 원인에 대해 수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직 BMI만을 기준으로 비만을 진단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 것이다. 특히 운동선수 등 근육량이 표준보다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BMI 신뢰도가 낮을 수 있으며, 이런 경우는 개별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다만 핵심은, 이런 사람들은 전체 인구 집단에서 보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보다 정밀한 검사를 해봐야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BMI가 비만 진단 기준치보다 높게 나왔다고 해서, 그 모든 사람들이 ‘실제로 비만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DEXA 검사를 해볼 필요는 없다. 즉, ‘BMI는 여전히 어느 정도 믿을 만하다’라는 것이 연구팀이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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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량 = 건강?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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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측정 방법, ‘허리-키 비율’ 활용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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