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물 꼭꼭 잘 씹어 먹기’는 어릴 적부터 마치 주문처럼 듣게 되는 말이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어릴 때는 그 말을 잘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부터는 달라진다. 여전히 습관처럼 잘 씹어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씹기도 전에 꿀꺽 삼키는 사람도 흔하다.
현대인들의 점심시간은 늘 빠듯하다. 그 때문인지 식사를 빨리 마치는 사람을 부럽게 보는 경우도 꽤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식사를 빨리 마칠 수 있는 이유는 보통 둘 중 하나다. 적게 먹거나, 아니면 덜 씹고 먹거나. 적게 먹는 것도 분명 나름의 문제점이 있지만, 그보다는 ‘덜 씹는 습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덜 씹으면 소화가 덜 될 수도
음식을 씹는 저작 과정은 음식을 보다 작은 입자로 분해하는 과정이다. 음식이 덜 씹힌 채로 삼켜진다는 건, 덩어리째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소화기관을 거치는 동안 소화 효소들에 의해 더욱 잘게 부서지고, 미세한 영양소 단위까지 쪼개져 흡수된다. 덜 씹고 삼켜도 소화에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음식물의 크기가 너무 크면 목으로 넘기기 어렵다. 같은 이치로, 큰 덩어리로 넘어간 음식은 소화 효소들 입장에서 분해하기 어렵거나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연속적인 프로세스에서 어느 한 절차가 늦어지면 자연스럽게 전체 과정이 밀리게 된다. 즉, 음식의 분해가 늦어지면 소화 과정의 효율성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음식이 소화기관에 머무는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오래 걸린다고 해서 마냥 소화를 다 시킬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물 덩어리가 너무 클 경우, 자칫 소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될 수도 있다.
바꿔 이야기하면, 먹은 음식물의 양에 비해 흡수하는 영양소의 양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 누적되면 ‘많이 먹었는데도 영양소 결핍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과식과 영양소 결핍이 동시에 발생함으로써, 영양 보충을 위해 음식을 계속 섭취하게 되면 비만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생긴다.
물리적 배부름을 먼저 느낀다면? 경고!
‘뇌가 느끼는 포만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배가 부르다’라는 감각은 주로 뇌의 시상하부에서 처리하는 감각이다. 식사를 하면 소화기관에서는 다양한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들 중 배가 고프니 음식을 먹으라고 알리는 ‘그렐린’과 배가 부르니 그만 먹어도 좋다고 알리는 ‘렙틴’이 대표적이다. 그렐린과 렙틴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뇌는 허기와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음식을 많이 먹어서 배가 빵빵하게 찬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뇌가 느끼는 포만감과 별개로 위장과 장에 있는 신경 수용체에 의해 전해지는 물리적 감각 신호다. 굳이 해석하자면 ‘공간이 꽉 찼으니 그만 먹어도 된다’라는 뜻인 것이다.
보통 뇌가 느끼는 포만감은 물리적 포만감이 느껴지기 전에 찾아온다. 정말 심하게 허기진 경우라면 예외일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물리적 신호보다 뇌의 신호가 앞선다. 뇌는 음식의 맛과 냄새, 이전의 식사 경험을 종합해 식욕을 조절하지만, 위장은 실제로 음식이 가득 차야만 신호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즉, 물리적 포만감을 자주 느낀다면 실제로 음식을 덜 씹고 있거나 빨리 삼키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는 필요 이상의 과식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국 비만으로 연결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비만, 덜 씹는 습관이 부른 스노우볼
앞선 두 가지 사례는 결국 ‘더 많은 음식 섭취’를 의미하며 칼로리 섭취량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 이상의 에너지를 섭취할 경우 배출 대신 저장을 선택한다. 이때 잉여 에너지를 지방으로 바꿔 저장한다.
결국 ‘덜 씹는 습관’이 스노우볼을 굴려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방 = 나쁜 것’이라는 무의식적 공식을 만들게 하는 이유다. 건강한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지방과 잉여 에너지로 축적되는 지방은 분명 다르지만, 이를 구분하지 않고 한데 묶어서 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덜 씹는 습관은 현대인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문제다. 본래 꼭꼭 잘 씹어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직장생활 등에서 시간에 쫓기거나 식사 타이밍이 불규칙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종종 덜 씹는 습관이 생기기도 한다.
혹은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무의식 중에 덜 씹는 습관이 나타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자정 반응으로 일시적으로 주의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때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인식이 낮아져 자신도 모르는 새 과식을 하게 될 수 있다.
만약 스트레스를 자주 겪으며 체중이 증가하는 현상을 겪었다면 식사 습관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체중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식습관은 반드시 들어가야 할 점검 대상이다. 무엇을 먹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 꼭꼭 잘 씹는 습관만 되찾아도 체중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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