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제 내성을 가진 췌장암 세포에 빛을 쪼여 제거하는 기술이 나왔다. 유니스트(UNIST, 울산과학기술원)와 포스텍(POSTECH) 공동 연구팀이 내놓은 성과다.
암 세포의 자가포식과 항암 내성
암 세포는 변화무쌍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항암제를 투여해도 살아남는 경우도 있으며, 이렇게 되면 내성을 갖게 돼 더욱 끈질긴 생명력을 갖는다. 이는 항암제 개발 및 항암치료 전략 수립에 있어 난제로 꼽혀왔다.
암 세포가 항암제나 항암치료에 내성을 갖게 되는 메커니즘도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는 ‘자가포식(Autophagy)’이다. 본래 자가포식은 세포가 손상되거나 기능이 저하된 다른 세포나 조직, 대사 노폐물 등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일컫는다. 세포의 생존 및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이다.
문제는 암 세포 역시 근본적으로는 세포이기 때문에 자가포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암 세포 입장에서 항암제는 불필요한 성분이다. UNIST 연구팀에 따르면, 암 세포가 항암제를 배출하고 노폐물을 분해하는 자가포식 과정을 통해 부족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경우가 생긴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활성산소(ROS)’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연구팀은 활성산소가 자가포식을 억제하고 췌장암의 화학요법 반응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최근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적외선으로 암 세포 사멸 유도
연구팀은 이러한 암 세포의 자가포식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광 반응 화합물’을 개발했다. 화합물은 세포의 리소좀만을 표적으로 하는 분자 ‘모폴린(Mopollin)’과 빛을 받아들여 산화 손상을 유발하는 금속 ‘이리듐(Iridium)’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먼저 쥐 모델에게 약물에 내성을 가진 췌장암 세포를 이식했다. 그런 다음 개발한 광 반응 화합물을 투입하고 적외선을 쪼였다. 그러자 ‘젬시타빈’ 항암제에 약물내성을 갖고 있는 췌장암 조직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며, 약 7일 만에 완전히 사라지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광 반응 화합물에 빛을 조사했을 때 세포의 리소좀 막이 파괴되었으며, 동시에 리소좀이 ‘자가포식소체(autophagosome)’와 융합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자가포식소체는 세포에서 발생한 노폐물이 일시적으로 격리되는 ‘처리장’ 역할을 한다. 리소좀과 융합할 경우 자가포식 작용이 발생하며 암 세포가 노폐물을 없애고 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광 반응 화합물과 빛에 의해 이 과정이 억제되면서 암 세포가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해 사멸하게 된 것이다.
췌장암 등 난치암 치료에 기여할 것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광 반응 화합물이 산화손상을 일으키는 과정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화손상 과정에 기여하는 단백질이 무엇인지 추가로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다.
UNIST 화학과 권태혁 교수는 “암 세포의 자가포식으로 인해 약물내성을 갖게 된 주요 난치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젬시타빈 이외에도 기존에 사용되는 항암제들과 병용 치료가 가능한지 그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1월 13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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