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건강 문제라고 하면 흔히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떠올린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거론되는 정신건강 문제들로 꼽히는 것들이다. 이들보다는 드물지만 ‘강박장애(OCD)’ 역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강박장애란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도록 한다.
강박장애의 정의와 증상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는 엄밀히 따지자면 불안장애의 한 종류에 해당한다. ‘강박’이라는 단어는 강제로 구속·억압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즉, 본인이 원치 않는데도 어떤 생각이 지속적으로 떠오르거나, 그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를 가리켜 강박장애라 한다.
이로 인해 강박장애의 주요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강박사고’, 두 번째는 ‘강박행동’이다. 강박사고는 어떤 생각이나 장면, 이미지가 계속 떠오르거나 뭔가를 행하고 싶은 충동이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뾰족한 물건을 봤을 때 찔리는 모습이 계속 떠오르는 경우, 자신의 손이 더럽게 느껴져 계속 박박 씻고 싶은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위와 같은 생각이 떠오르면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수행하게 된다. 강박사고에서 떠오르는 행동을 똑같이 수행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 바로 강박행동이다. 흔히 ‘결벽증’이라 알려진 것도 일종의 강박행동에 속한다.
전 세계적으로 강박장애를 앓는 경우는 약 1~2%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는 약 4만 명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진단 및 치료를 미루거나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다른 정신건강 질환에 비하면 드문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희귀하다고도 볼 수 없는 수준이다.
강박장애와 일상적 의사결정
강박장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강박장애의 초기 증상 또는 강박장애에 근접한 문제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흔히 ‘결정 장애’라 불리는 현상이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때 한 가지를 콕 집어 선택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켜 우스갯소리처럼 쓰기 시작한 표현이지만, 실제로 정신건강 증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작년 11월 「임상심리과학(Clinical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강박장애로 인해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미국 아델파이 대학의 심리학과 연구팀은 강박장애 증상이 있는 사람들의 의사결정에서 ‘지연 할인(Delay Discounting)’과 ‘낮은 위험 감수성(Low Risk Tolerance)’라는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나는 것에 주목했다.
지연 할인이란 ‘늦게 주어지는 보상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오늘 5만 원을 받는 것과 1주일 뒤 10만 원을 받는 것 중 선택하라고 할 때 오늘 5만 원을 받는 쪽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1주일 뒤’라는 미래에 받는 것은 객관적으로 더 가치가 크다고 하더라도 낮게 보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충동성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설명한다.
위험 감수성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할 마음가짐이 돼 있는 정도’를 말한다. 잠재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쉬운 예로, ‘투자’에 대한 태도를 들 수 있다. 투자란 어떤 형태로든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때 위험 감수성이 낮다면 수익이 낮더라도 손실 위험이 없는 쪽을 택할 것이다.
이로 인해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결정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위험 감수성이 낮으므로 어떤 한 가지 선택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기회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한다. 그것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겪게 될 ‘아쉬운 마음’을 두려워하는 셈이다.
어느 정도의 증상은 정상 범주
다만, 일상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고 해서 곧장 강박장애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어떤 결정을 할 때는 나름대로의 판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만약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판단 결과가 불확실한 경우, 혹은 결정에 따른 기회비용이 큰 경우라면 당연히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들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의 결정 장애는 정상 범주에 속한다는 의미다.
아델파이 대학 연구팀이 실시한 테스트 결과, 강박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어떤 결정을 하는 경향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특히 ‘보다 적은 돈(10달러)을 지금 바로 받을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많은 돈(25달러)을 나중에 받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상황에서는 두 그룹 모두 전자를 선택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
이러한 성향은 위험 감수성을 적용했을 때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확실하게 1달러를 받을 것인지, 50% 확률로 10달러를 받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강박장애 여부와 상관 없이 많은 사람들이 후자를 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지급되는 금액의 차이, 기다려야 하는 기간의 정도, 감수해야 하는 위험의 정도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강박장애’가 그 선택의 원인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 연구팀이 내린 결론이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와 같이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동향 데이터를 쌓아갈수록 향후 ‘개인맞춤형’ 개입이나 치료를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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