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사회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부쩍 늘어난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그중 한 가지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소셜 미디어 사용’이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이 소셜 미디어를 자주 사용하면 ‘과민성’이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정신건강에서 ‘과민성’의 중요성
소셜 미디어와 정신건강을 함께 다룬 연구는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다만 연구팀은 기존의 연구들이 주로 ‘우울 증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 감정이나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음에도, 대부분 우울이라는 키워드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과민성’에 포커스를 맞췄다. 흔히 과민성은 ‘분노’ 또는 ‘좌절’ 경향과 정의된다. 어떤 상황에 화를 내거나 좌절하는 것, 불안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을 때 ‘과민성이 높다’라고 판단한다. 과민성은 일반적으로 정신적인 기능 장애로 이어지지만, 이 역시 심각해질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2023년 11월 2일부터 2024년 1월 8일까지 미국 전역에 걸쳐 실시된 설문조사 ‘COVID States Project’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중에서 소셜 미디어 사용 및 과민성에 대해 응답한 내용들을 추출했다.
총 42,597명의 응답을 분석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소셜 미디어 사용과 과민성의 관계를 평가했다.대상이 된 응답자들의 평균 연령은 46세였고, 여성이 58.5%, 남성이 40.4%였다. 나머지 1.1%는 성별이 확인되지 않거나 성소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셜 미디어 사용 잦으면 과민성 높아
분석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8.2%에 해당하는 약 33,000여 명이 하나 이상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매일 사용한다’라고 답했다. 이를 바탕으로 1차 평가를 진행한 결과, 소셜 미디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과민성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이 사용한 평가 방법은 BITe였다. 특정 기술을 사용했을 때 그것이 사용자의 행동이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매일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BITe 점수가 3.37점 더 높게 나왔다.
한편, 불안이나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는 별도의 조정을 했지만, 그럼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불안과 우울에 따른 조정을 가했을 때도 기존 3.37점에서 1.55점으로 폭이 줄었을 뿐, 소셜 미디어 사용이 덜한 사람들에 비해 점수가 높게 나오기는 마찬가지였다.
과민성, 정치적 사용 시 특히 높아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과민성이 높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정치 이슈와 관련된 게시물을 자주 올리거나, 정치 관련 뉴스를 자주 소비하는 사람들일수록 과민성 점수가 높았다.
소셜 미디어 사용 빈도나 의존성이 비슷한 사람일지라도, 정치 게시물을 작성하거나 정치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경우는 과민성 점수가 비교적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정치 이슈는 사람 간의 의견 차이가 가장 첨예하게 드러날 수 있는 영역이며,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는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끼리의 논쟁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소셜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비대면이고, 경우에 따라 익명인 곳도 있다. 논란이 되는 주제에 대해 보다 자극적인 표현이 오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감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을 높인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연관성이 나타나는 보다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 문제로 인해 정신건강 측면에서 공중보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문제가 있다면 완화시키기 위해 어떤 개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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