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가 집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될 경우,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생겨 미래의 질병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간 간접흡연의 해로움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이 있어왔으며, 여기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추가로 제시된 셈이다.
‘DNA 메틸화’의 개념
스페인 바르셀로나 글로벌 건강 연구소(ISGlobal)가 주도한 연구 결과가 지난 1월 「환경 국제(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실렸다. 연구에서는 어린이들의 간접흡연 노출을 줄여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고 있다.
인간의 DNA는 ‘신체의 가이드북’과 같다. DNA에는 생명체의 유전 정보가 담겨 있으며, 몸을 이루는 무수히 많은 세포들은 이 정보에 따라 성장하고 분화하기 때문이다. 피부색이나 머리카락의 질감 같은 외적은 부분은 물론, 특정 부위의 감수성이라든가 어떤 질병에 대한 위험성도 포함된다.
가이드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니, 책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우리가 구입해 소장한 책은 오래 둔다고 해서 그 내용이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페이지에 책갈피를 끼운다거나, 어떤 문장에 밑줄이나 기타 다른 표시를 할 수는 있다. 이런 경우는 ‘책을 읽는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를 테면 표시가 된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고 집중해서 읽게 되는 식이다.
후성유전학 메커니즘 중 ‘DNA 메틸화(DNA methylation)’라는 개념이 있다.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켜거나 끄는 개념이다. 인체의 DNA를 하나의 책으로 비유했을 때, DNA 메틸화는 책갈피나 밑줄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간접흡연, 부정적 DNA 메틸화 유발
DNA 메틸화 자체는 중립적인 현상이다.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발현되지 않고 억제되는 편이 더 좋은 유전자도 있으며,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이를 통해 세포가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는 유전자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간접흡연은 DNA 메틸화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생하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연구팀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8개국에서 7~10세 범위의 어린이 2,695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어린이들로부터 확보한 혈액 샘플을 분석해 DNA상 특정 부위의 메틸화 수준을 살펴보았으며, 해당 어린이들의 가족 중 흡연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함께 분석했다.
DNA 메틸화 변화는 간접흡연 노출과 관련된 11개 영역(CpG라고 함)에서 확인됐다. 이들 중 6개는 천식이나 암 등 흡연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질병과도 연관이 있다. 임신 중 흡연이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유년 시절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것 또한 유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 간접흡연이 분자 수준에서 영향을 미치고, 성인이 됐을 때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도록 유전자 발현을 바꿀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
지금은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는 것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십수 년 전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흔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가정과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의 흡연은 규제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가정에서 어린이의 간접흡연 노출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간접흡연은 성인에게도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하물며 어린이에게는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의 간접흡연은 산모의 흡연이나 간접흡연과 비슷한 수준의 유전적 변화를 일으킨다. 흡연자라 하더라도 어린이가 있는 가정 또는 실내에서 담배 연기를 줄이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마르타 코신-토마스 박사는 “각 가정의 개인적 책임에 호소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상의 문제로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해 간접흡연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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