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소’는 우리 몸에서 호르몬과 함께 다양한 반응을 조율하는 물질이다. 보통 효소라고 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으로는 ‘소화 효소’가 있다. 침에 함유된 ‘아밀라제’ 등이 대표적인 소화 효소의 하위 분류다.
이밖에도 DNA 복제를 돕는 효소, 포도당을 변환하는 효소 등 일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다양한 효소가 인체 곳곳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효소들이 실제로는 나노 단위로 정교하게 설계된 기계처럼 작동한다는 국내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효소의 역할과 점탄성
효소를 쉽게 말하자면 ‘생체 단백질(biological protein)’이라 할 수 있다.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여, DNA를 복사하고, 노폐물을 처리하는 등 인체에서 이루어지는 화학적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효소의 구조는 기계적인 특성인 ‘점탄성(viscoelasticity)’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점성(Viscosity)’과 ‘탄성(Elasticity)’을 동시에 갖는다는 의미다. 점성은 액체처럼 흐르는 성질, 그리고 탄성은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복원 성질을 의미한다. 효소의 구조는 점탄성을 통해 유연성을 발휘한다. 특정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변형되며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뜻이다.
점탄성 = 효소의 핵심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이하 UNIST) 물리학과의 츠비 틀루스티(Tsvi Tlusty) 특훈교수와 그 연구팀은 효소 내부의 ‘점탄성’이 효소의 구조 및 생물학적 기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효소의 점탄성이 망가질 경우 효소의 화학적 기능(활성)도 크게 떨어진다. 기계의 완충 장치가 망가지면 고장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효소의 점탄성은 즉각적이고 유연하게 변형을 이끌며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근본이기 때문에, 점탄성이 손상되면 본래 기능을 잃는 것이다.

아미노산 1개만 바꿔도 기능 크게 잃어
연구팀은 첨단 측정 기술을 활용해 효소의 구조 내에서 ‘고변형(high strain) 영역’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것이 충격이나 진동을 감지하고 분석하는 쇼크 옵서버(Shock Observer)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고변형 영역의 아미노산 1개를 바꿔 돌연변이를 유발하자, 효소의 활성이 50% 이상 감소했다.
실험에 사용된 구아닐레이트 인산화효소는 총 207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중 단 하나를 바꾼 것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돌연변이로 인해 효소의 3차원 구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예측하는 데는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인 ‘알파폴드(AlphaFold)’가 사용됐다.
이후 테스트 결과, 아미노산 구조 변화가 더 클수록 효소 활성은 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백질로서의 효소의 구조가 기계적 성능과 생화학적 기능을 정교하게 연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효소는 유전자가 설계한 나노 기계
이번 연구를 주도한 츠비 틀루스티 특훈교수는 “효소를 단순한 화학 반응 도구가 아니라, 유전자에 의해 정교하게 설계된 ‘소프트 나노 머신’으로 바라봐야 한다”라며 “이번 연구는 기계적 특성이 생명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끌어낸 진화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일라이셔 모지스 박사 연구팀과 함께 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28일(금) 게재됐으며, 논문 제목은 ‘점탄성 촉매 기계로서의 효소(Enzymes as viscoelastic catalytic machin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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