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내 미생물의 세계는 복잡미묘하다. 인간에게 유익한 균과 박테리아가 있는가 하면, 유해한 것들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장내에 유익균만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해균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상태를 건강한 것으로 본다. 장내 유해균에 의해 면역 체계를 훈련시킬 수 있기도 하고, 일부 유해균은 대사에 필요한 물질을 생성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장내 유해균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의료과학계에서는 이를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른바 ‘미생물 백신’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유해균을 통제하는 백신
장내 유해균도 종류가 다양하다. 어떤 것은 단순히 설사를 일으키는 정도에 그치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조용히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장벽이 손상되는 등 혈류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노린다. 이는 패혈증이나 장기 염증과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어 통제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ETH 취리히)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병리학 교수로 있는 에마 슬랙의 연구팀은 국제적 협력을 통해 장내 병원균(유해균)에 대한 백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항생제가 듣지 않는 미생물들에 대한 백신에 주목하고 있다.
이 국제 연구팀은 최근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백신 적용을 시도했다. 인체에는 무해하면서 장내 유해균과 같은 먹이를 공유하는 미생물을 먹는 약 형태로 투여함과 동시에 백신 접종을 병행한 것이다. 유해균의 힘을 약하게 만든 다음, ‘먹이 경쟁에서 밀려 굶어죽게 만든다’라는 접근법이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이 방법을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현지시각 3일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발표했다.

유해균과 경쟁하는 무해균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살모넬라균의 과도한 증식을 예방했다. 또한, 이미 과하게 증식한 병원성 대장균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백신 접종과 박테리아 투여를 각각 따로 진행한 결과와 비교했을 때,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적용한 쪽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이 방법의 핵심은 장내 유해균과 경쟁할 수 있는 이른바 ‘무해한 미생물(무해균)’을 확보하는 것이다. 장의 같은 부위에 살면서, 동일한 pH 및 산소 수준을 견딜 수 있어야 하며, 동일한 영양소를 먹이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인체에는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꽤나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연구팀은 그에 적합한 경쟁 미생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유전공학적 접근법을 활용해 살모넬라균과 경쟁할 수 있는 무해한 균주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정원 가꾸기’와 비슷하다
기존의 방법은 백신을 써서 장내 유해균을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유해한 균들이 차지한 자리를 무해한 균으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슬랙 박사는 이 작업을 원예, 즉 ‘정원 가꾸기’에 비유했다. “정원의 한 구역에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으려면, 잡초를 제거한 다음 다른 식물을 심어야 한다. 비워두면 다시 잡초가 자랄 테니까.”라는 것이 슬랙 박사의 설명이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사람마다 세세한 차이를 보인다. 과거의 연구 사례들을 살펴보면, 어떤 사람들의 장내에는 유해균을 견제할 수 있는 미생물들이 자연스럽게 포함돼 있다. 이런 사람들은 기존의 백신 접종 방법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장내 유해균의 비중이 너무 높거나 유해균을 견제할 무해균이 없다. 연구팀은 새로운 복합 투여 방식이 이런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효과를 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 방법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항생제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도, 항생제 내성균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설명이다.
슬랙 박사는 “예를 들면, 장기 이식을 위해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환자에게 특히 유용할 수 있다”라며 “이 방법이 진척되면 임상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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