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중 감량은 많은 사람들에게 ‘숙원’과도 같다.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이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우스갯소리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진지한 인생의 슬로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심혈관 질환이 있는 비만인이 10kg 이상 체중 감량을 할 경우, 오히려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비만과 건강에 관한 일반론
현실을 생각해보자. 건강과 관련해 쏟아지는 수많은 기사와 콘텐츠에서는 각종 건강 이상 신호부터 크고 작은 질환을 비만과 연결짓곤 한다. 그리고 예방과 관리를 위해 체중 감량과 규칙적인 운동을 주문한다. 건강 및 의료 분야 학술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과체중과 질환 위험, 사망률을 주요 소재로 다룰 때, 그들 사이에 분명한 연관이 있다고 강조한다.
결론 내지는 그 안에 담긴 의도는 대부분 비슷하다. 과도한 체중은 건강에 해롭고, 잠재적으로 계속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 비만 진단 기준을 세부적으로 제시하고, 건강검진에서 대사 질환이 있다고 나왔다면 필히 체중을 줄이라고 거듭 권고한다.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과 다이어트 보조제, 간헐적 단식과 같은 식이요법, 체중 감량 주사제부터 위 소매 절제술을 비롯한 체중 감량 목적의 의료적 방법들까지. 이 많고도 다양한 것들이 사람들의 입에 익숙하게 오르내리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부학장 바바라 피어시오넥 교수는 이와 다른 맥락의 의견을 제시했다. 바바라 교수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25일(화) 글로벌 비영리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을 통해 “체중 감량이 항상 건강을 개선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기고했다.

체중 감량만이 답은 아니다
바바라 교수는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심장(Heart)>에 실린 코호트 연구에 공동 저자로서 참여했다. 이 연구에서는 ‘10kg 이상의 상당한 체중 감량은 심혈관 질환을 갖고 있는 비만인의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영국 바이오뱅크에서 확보한 8천 명 이상의 데이터를 토대로 나온 결론이다.
비만과 심혈관 질환은 모두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기존까지의 연구 결과와 실질적인 임상 데이터에서는 비만과 심혈관 질환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비만과 심혈관 질환 사이에 높은 연관성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하지만 바바라 교수가 참여했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이 있는 비만인’이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조기 사망 위험을 낮추기 위해) 체중 감량을 시도했는데, 오히려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바바라 교수는 이를 두고 “역설적”이라며 “체중과 질병 사이의 관계는 복잡하다”라고 이야기했다. 비만이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이라는 근거는 많다. 하지만 모든 심혈관 질환자가 비만인 것은 아니다. 비만이 아니면서 만성 심부전을 가지고 있거나, 체중 변동 폭이 큰 관상동맥 질환 환자도 마찬가지로 조기 사망 위험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바바라 교수는 이를 종합해 “비만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단순히 체중 감량에만 집중하는 것이 답이 될 수는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체중 감량,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사람들은 보통 체중 감량의 방법을 쉽게 생각한다. 사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먹는 것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옳은 접근법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접근법’일 뿐,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절대적 공식은 아니다.
바바라 교수는 효과적인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체중 증가에 기여하는 요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 요인은 사람마다 다르다. ‘많이 먹는 것’이 문제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 것이 문제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더라도 언제 먹는지, 무엇을 먹는지 역시 변수가 된다.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으로, 유전적으로 식욕이나 신진대사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똑같은 메뉴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이 먹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설령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체중으로 나타나는 결과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너무 급격한 체중 감량은 위험할 수 있다’라는 건 꽤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권위 있는 기구에서 한 달 기준으로 적정 체중 감량이 얼마인지를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바바라 교수는 감량 기간에 관해서도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바라 교수는 기고한 글에서 “우리가 수행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의 비만이 발생한 원인부터 체중 감량에 사용한 방법까지 모든 요인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체중 감량에 걸린 기간은 물론, 식단과 신체활동까지 모두를 통틀어서 “이것은 분명히 위험 요인이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상적인 체중 범위’란 무엇인가
바바라 교수는 또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체중 범위’를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바라 교수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 오세아니아의 국가 중 하나인 통가는 국민들의 평균적인 비만율이 높다. 하지만 그보다 비만율이 낮은 유럽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
바바라 교수의 글은 ‘표준 체중’ 또는 ‘정상 체중’이라는 말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볼 필요성을 던져준다. 과연 이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가? 물론 어느 정도 보편성이 인정되는 기준일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100% 적용할 수 있는 일관된 공식은 아니다.
바바라 교수는 “건강은 신체적, 정신적 웰빙을 모두 포함하며, 전체적인 웰빙과 행복에 초점을 맞추면 더 오래 지속되는 건강상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라며, “비만을 치료하려면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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