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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관심을 갖다 보면 ‘콜레스테롤’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대개 그리 좋은 의미로 듣게 되지는 않는다. 대체로 알려진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현대인들은 콜레스테롤 섭취가 과하고, 이로 인해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와 같은 증상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야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사실 콜레스테롤은 죄가 없다’라는 파격적 주제라서 더 그렇다. 오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콜레스테롤의 개념과 역할

콜레스테롤(cholesterol)은 기본적으로 ‘지질(lipid)’이다. 지질이라고 표현하니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흔히 ‘지질 = 지방’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다르다. 

지질은 지방을 포함해 많은 것들을 아우르는 상위 개념이다. 생선 섭취를 권장하는 이유인 ‘오메가3 지방산’도, 다이어트의 주적으로 여겨지는 중성 지방도 모두 지질의 한 종류다.

그 중에서도 콜레스테롤은 세포와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다. 세포는 인체 모든 곳에 존재하므로,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 전체에 분포하는 주요 성분이라 할 수 있다. 뇌, 간, 척수 등 세포의 수가 많은 곳이라면 자연스레 콜레스테롤 농도도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콜레스테롤은 장기의 기능과 상태를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또한, 적혈구 수명을 오래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 소화액 중 하나인 담즙산의 원료이자 비타민D 합성을 위한 재료로도 사용된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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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HDL과 나쁜 LDL?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과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부정확한 용어다. 일반인들에게 의학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사용하는 비유라고? 아니, 그렇다고 보기에도 그다지 옳은 비유는 아니다. 심지어 ‘팩트’도 틀렸다.

우선 HDL과 LDL은 콜레스테롤 자체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체내에서 콜레스테롤 운반을 담당하는 지단백질(Lipoprotein)을 가리키는 말이다. 밀도가 높은 지단백질을 가리켜 HDL(High Density Lipoprotein), 밀도가 낮은 지단백질을 가리켜 LDL(Low Density Lipoprotein)이라 한다. (이들 외에 초저밀도 지단백(VLDL)과 중성지방 등도 존재하지만, 이 글에서는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콜레스테롤 섭취를 조절해야 한다는 말과 달리, 실제 콜레스테롤의 대부분은 간에서 형성된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기도 하지만, 총량 대비 약 ⅓ 정도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에 좋은 성분, 나쁜 성분이 따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간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은 앞서 이야기한 지단백질을 통해 혈관을 타고 이동한다. 기본적으로 지질이므로 혈액에 녹지 않은 채, 콜레스테롤이 필요한 곳곳으로 운반되는 것이다. 이때 간에서 몸 전체로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LDL이다.

반대로 HDL의 경우, 몸 곳곳에서 사용하고 남은 잉여 콜레스테롤을 다시 간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임무를 마치고 산화된 LDL이 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비유하자면 LDL의 뒷바라지를 담당하는 백업 요원과도 같다.

요약하자면, LDL과 HDL은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일 뿐,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나쁘다고 구분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실존하는 혈관 문제, 원인은 무엇인가?

콜레스테롤은 죄가 없다. 가만히 듣다 보면 그동안 악역으로 손가락질 받아온 LDL도 꽤나 억울할 것 같다. 하지만 동맥경화, 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문제는 실존한다. 이러한 증상들을 유발하는데 콜레스테롤과 LDL이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이 지점에서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흔히 ‘활성산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유 라디칼(Free radical)이다.

같은 특성을 가진 무리라고 해서 모두 똑같다고는 할 수 없다. 일률적으로 찍어내는 기계, 공산품도 그럴진대, 생체라면 오죽하겠는가. 

HDL이든 LDL이든 주어진 역할을 수행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개중에는 취약한 개체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활성산소를 만나 산화되면 본래 임무에서 벗어나 혈관 벽에 상처를 입히거나 벽에 달라붙어 쌓이는 문제아가 된다. 동맥경화, 고지혈증이 발생하는 기본 기제다.

과도한 당분 섭취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우선 설탕 섭취 자체가 우리 몸에 활성산소가 더 많이 생기도록 하는 해로운 습관 중 하나다. 

또한, 높은 혈당은 인슐린의 과다한 분비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지방 축적이 가속화된다. 혈액 속의 당분은 LDL과 결합해, 본래 역할인 콜레스테롤 운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한다. 콜레스테롤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보급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문제, 공급되지 않고 잉여로 남은 콜레스테롤이 늘어나는 문제 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즉, LDL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맞다. 하지만 LDL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산화된 LDL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전체'가 아닌 '개별'의 일탈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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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걷고 진실을 보라, 답은 다시 항산화

콜레스테롤에 대한 그동안의 대중적 인식은 요약하자면 이렇다. “LDL은 나쁜 콜레스테롤이고, HDL은 좋은 콜레스테롤이다. 따라서 우리는 HDL 비율을 높이고 LDL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내용들을 토대로 위 문장을 바라보면 어떻게 느껴지는가? 상당히 많은 오해가 한데 버무려져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LDL과 HDL은 콜레스테롤 자체가 아닌, 그들의 운반과 회수를 담당하는 지단백질의 명칭이다. 애당초 서로 다른 성분이 아니므로, 특정 음식에 LDL이 더 적고 HDL이 더 많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저 체내 결합과정에서 나뉘는 것이므로, 섭취량이나 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콜레스테롤은 음식을 통한 섭취량은 약 30%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70%는 간 등 체내에서 만들어진다.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주범은 산화 작용을 일으키는 자유 라디칼(활성산소)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많은 곳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바로 그 단어, ‘항산화’로 이어진다. 산화된 지단백질이 문제의 원인이므로, 항산화를 챙기면 자연스레 혈관 문제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다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건강을 위해 이것도 챙기고 저것도 챙겨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 복잡함 때문에 고달프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관점이라면 오히려 반갑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한 가지만 바라보면 되니까.

답은 다시 항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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