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은 생명의 근본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몸 안을 순환하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산소는 호흡기를 통해 들이마시고, 영양분은 음식을 먹음으로써 얻지만, 그것들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운반하는 것은 혈액의 역할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혈액은 몸 안에서 생겨난 노폐물이 쌓이지 않도록 배출 담당기관으로 운반하는 역할도 한다. 요약해서 비유하자면 몸이라는 이름의 기관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일련의 행정 프로세스, 혹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혈액이 제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혈관이 필수다. 혈관이 없다면 혈액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방향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아야 하는 장기들도 어느 경로로 그것들을 공급받을지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해진 통로로 공급과 배출이 이루어지게끔 정해놓은 길이자 약속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혈관의 노후화가 경고 대상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낡고 망가진 길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것처럼, 혈관 역시 오래 되거나 손상이 생기면 혈액의 통행에 문제를 일으킨다. ‘동맥경화’에 대해 보다 세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동맥경화, 제대로 알고 있는가?
동맥은 심장으로부터 뿜어진 혈액을 온몸으로 퍼뜨리기 위한 통로다. 심장은 손끝이나 발끝은 물론 중력을 거슬러 뇌까지 혈액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압력으로 혈액을 뿜어내게 된다. 즉, 그 높은 압력을 24시간 계속 견뎌야하는 동맥은 그만큼 튼튼해야 마땅하다.
정상적인 동맥은 ‘고무관’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탄력을 가지고 있어, 심장의 수축과 이완에 따라 유연하게 모양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혈관 내부의 벽 역시 마찬가지다. 수도꼭지에 고무호스를 연결하고 물을 틀면 물이 고르게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어떨까? 가장 쉽게 이해하려면 고무관 같던 동맥이 PVC관이나 쇠파이프처럼 변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장 상태에 맞게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던 혈관이 고지식한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매끄럽던 혈관 내벽에 이물질이 쌓여 굳어지면서 벽이 두꺼워지고, 이에 따라 혈액의 흐름이 막히게 된다.
어떤 물건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평가할 때 흔히 사용하는 개념이 ‘강도’와 ‘경도’다. 보통 강도와 경도가 높다고 하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하지만 혈관에는 예외다. 동맥경화가 진행되며 강도와 경도가 높아진 혈관은 유연성이 대폭 감소해버린다. 폭풍이 몰아칠 때 유연하게 흐름을 타는 풀이 정상 동맥이라면, 꿋꿋이 서서 버티는 거목이 경화된 동맥이라 비유할 수 있겠다. 강한 압력을 받은 혈액을 정면으로 받으며 그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하는 셈이다.
동맥이 경화되는 과정
동맥을 따라 흐르는 혈액에는 다양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 그 중 일부 성분들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혈관 벽에 쌓여 ‘플라크’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자그마한 흙더미도 계속 쌓으면 점점 커지듯, 플라크 역시 점차 커지며 혈관 벽을 좁혀가기 시작한다.
강물이 흐르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퇴적되듯이, 혈관 벽에 뭔가가 쌓이기 시작하면 그곳에는 더 많은 물질이 쌓이기 쉬워진다. 자연스레 혈관의 특정 지점에서 혈관이 눈에 띄게 좁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만약 그 위치가 특정 장기로 통하는 경로라면, 해당 장기는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받기 어려워지므로 통증을 일으키거나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쌓인 플라크는 분명 순환의 장애물이지만, 아이러니게도 몸은 이 역시 혈관의 일부분으로 인식해버린다. 따라서 플라크의 표면에 손상이 생기면 그 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혈소판과 섬유소가 모여들도록 한다. 이렇게 ‘혈전’이 탄생한다.
혈전은 생겨난 자리에 눌러붙어 혈관을 막는 요인이 될 수도 있고, 혈류에 의해 떨어져 나가 혈관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릴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위험하긴 마찬가지지만, 잠재적인 위험 측면에서도 본다면 혈류를 타고 흐르는 혈전이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혈관의 어느 지점을 막느냐에 따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맥경화, 종류에 따라 다르다
동맥경화라는 ‘결과 현상’은 대개 비슷하게 나타난다. 다만 동맥경화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하며, 주된 원인이 저마다 다르다.
가장 흔한 유형은 ‘죽상동맥경화(Atherosclerosis)’다. 혈관 벽 안쪽에 콜레스테롤이나 염증 세포 등이 쌓이는 것을 가리켜 ‘죽종(atheroma)’이라 하며, 이를 원인으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 죽상동맥경화다. 저밀도 지단백(LDL)의 과도한 축적이 원인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유형이다.
다음으로 흔한 유형은 ‘중막석회화(Medial Calcific Sclerosis)’다. 혈관에는 수축 능력을 가지고 있는 ‘평활근 세포’가 있다. 이들은 특정 자극을 받을 때 골 분화, 즉 ‘뼈 세포’로 분화되는 현상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뼈를 형성하기 위한 칼슘이나 인 등을 침착시키면서, 혈관 중막이 석회화되도록 만든다. 죽상동맥경화와 중막석회화를 한데 묶어 ‘석회성 동맥경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다음은 ‘결절성 동맥경화(Nodula Arteriosclerosis)’다. 고혈압이나 당뇨, 흡연 등으로 인해 혈관의 내피 세포가 손상되면 염증 반응이 일어나며 평활근 세포가 활성화된다. 증식된 평활근 세포는 혈관 내막으로 이동하면서 콜레스테롤이나 중성 지방을 혈관 벽에 침착시켜 ‘결절’을 만든다. 이 결절이 앞서 말한 플라크처럼 혈관 벽을 좁히는 원인이 돼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질 대신 섬유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 ‘섬유성 동맥경화(Fibrotic Arteriosclerosis)’가 되지만, 이는 다른 유형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동맥경화 원인,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유형별 동맥경화를 살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혈관 내 세포들에게 특정한 자극이 가해졌을 때, 세포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에 따라 유형이 달라진다. 즉, 혈관 내 세포에 대한 유해한 자극은 모든 동맥경화의 공통된 요소라는 의미다.
고혈압의 경우, 지속적인 높은 혈압으로 세포에 물리적인 스트레스를 준다. 사람으로 치면 계속 맞고 있어야 하는 상황을 겪는 것이다. 고지혈증은 혈중 저밀도 지단백(LDL)이 증가해, 내피 세포에게 산화 스트레스를 가하는 원리다. 비유하자면 정신적인 충격을 주는 셈이다.
당뇨로 인한 높은 혈당은 산화 스트레스와 함께 당화 반응을 유발한다. 위와 같이 비유하자면 독극물을 계속 투여하는 것과 같다. 흡연으로 인한 유해물질은 내피 세포를 직접적으로 손상시키는 것으로, 무기를 들고 몸에 직접 생채기를 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회복 가능성이 있는 질환
동맥이 경화된다는 것은 마치 퇴행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하지만 퇴행과 다른 점은, 동맥경화가 중증 이상으로 진행되기 전이라면 약물 치료 등을 통해 정상적인 상태의 혈관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앞서 말한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 흡연 등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동맥경화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여기에 상태가 많이 진행되기 전이라면 증상에 따른 약물을 써서 본래의 탄력 있고 유연한 혈관으로 되돌릴 수 있다.
즉, 핵심은 동맥경화를 어느 시점에 진단해 내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정기 검진을 통한 기초 활력징후 또는 혈액 검사를 통해 동맥경화 위험 여부를 확인하게 되고, 여기서 징후가 발견될 경우 영상 검사나 기능 검사 등을 통해 동맥경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확인하는 식이다.
따라서 평소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며 꼬박꼬박 검진을 받는다면,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더라도 조기에 발견해 건강한 혈관을 되찾을 가능성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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