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혈당 조절의 핵심 호르몬이다. 인슐린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장기는 간, 그리고 근육이다. 섭취한 음식물이 체내 포도당으로 전환됐을 때, 이를 에너지로 사용하거나 저장하는 데 있어 간과 근육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운동으로 몸을 움직이게 되면 근육이 활성화된다. 근육은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를 우선적으로 소모해 움직이게 되며, 여기에 간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 사용한다. 이 과정은 운동을 진행 중일 때도, 운동을 마친 뒤에도 이루어진다.
‘저속 노화’ 트렌드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정희원 교수는 방송을 통해 “식사 직후에 조금이라도 움직여주는 게 좋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식사 후 혈당이 높아졌을 때 움직이는 것이 왜 좋을까? ‘충분한 운동량’을 채우는 것이 왜 중요할까?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혈당이 어떤 식으로 소모되는지를 알아두면 보탬이 될 것이다.
간과 근육의 포도당 관련 프로세스
먼저, 음식을 섭취하고 나면 간에서는 포도당을 글리코겐 형태로 변환하여 저장한다. 이를 ‘글리코겐 합성’이라 하며, 간 세포의 주된 역할 중 하나다.
혈당 수치가 낮아지게 되면 간은 저장하고 있던 글리코겐을 분해해 포도당으로 만들어 방출한다. 이 과정에는 인슐린과 반대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이 관여하게 되며, 이를 통해 혈당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근육은 운동을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포도당을 사용한다. 혈중 포도당 수치가 높아지며 그에 따라 인슐린이 분비되면, 근육 세포에 있는 포도당 수송체(GLUT4)가 활성화된다. 이들은 혈액 속에 있는 포도당을 근육 세포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근육 안으로 들어간 포도당은 ATP(아데노신 삼인산)으로 전환돼 운동을 위한 주 에너지로 사용된다.
포도당을 끌어들이는 작용은 운동을 마친 뒤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도 이루어진다. 지치거나 손상된 근육은 회복 및 에너지 보충을 위해 다시 혈중 포도당을 흡수한다. 이때 흡수된 포도당은 간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리코겐으로 바뀌어 저장된다.
근육의 글리코겐 저장량은 간에 비하면 적지만, 운동을 할 때 사용되는 근육에 직접 저장돼 있으므로 보다 빠르게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충분한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
혈당은 특정 통로를 통해 세포나 근육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운동량이 부족하면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근육에 제대로 작용할 수 없다. 포도당 수송체인 GLUT4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포도당이 근육 세포로 충분히 유입되지 못하는 것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포도당이 근육 세포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통로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소모되지 못한 포도당이 혈액 속에 남게 되고, 혈당이 높아지게 된다. 즉, 운동이 부족할 경우 근육 세포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은 충분히 사용되지도,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지도 못하게 돼, 근육량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노화에 따른 근육량 감소와 맞물려 더 빠른 근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기초 대사량이 줄어들고 필요 에너지 양이 점점 감소하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다.
충분한 운동량이 뒷받침되면, 근육은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도 GLUT4를 활성화할 수 있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이에 필요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슐린이 없이도 혈당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비유를 활용하자면, 포도당이 드나드는 통로가 늘어나기 때문에 혈당이 더욱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충분한 운동량이 뒷받침 된다면, 인슐린을 굳이 더 많이 분비하지 않더라도 보다 많은 양의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진다.
운동 유형과 혈당 조절
어쩌면 당연한 설명이겠지만, 위와 같은 작용은 어떤 운동을 하는지에 따라 그 양상이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걷기나 조깅,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의 경우, 전신의 근육을 고르게 사용하며 전신 혈액순환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반대로 근력 운동의 경우, 해당 동작에 개입되는 근육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근육을 성장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일주일 기준 운동량은 통상 총 150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과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이다. 이는 위와 같은 혈당 조절 작용이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운동량이라 할 수 있다.
식사 직후 가벼운 운동을 권장하는 것은, 전신의 움직임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각각의 부위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는 많지 않겠지만, 전신 곳곳에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신에 고르게 포도당이 퍼지도록 돕는다.
한편, 어느 정도 소화가 진행된 후 근력 운동을 수행하면, 전신 곳곳에 안정적으로 공급돼 있는 혈당이 필요한 근육으로 빠르게 공급되면서 보다 원활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식으로 매일 조금씩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만들면 전신의 근육은 보다 높은 인슐린 민감성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전신의 혈당 조절 능력이 향상됨은 물론,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이 조금씩 성장하며 기초 대사량을 높이게 된다. 전체적으로 ‘에너지 소모 효율이 높은 몸’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
잘 보이지 않아도 중요한 상체 균형 담당, 하부 대흉근
운동을 하다 보면 고민이 되는 부위가 몇 군데 있다. 아마 가슴 아랫부분도 그 고민대상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남녀를 불문하고 가슴 운동은 선호도가 높다. ‘몸매’를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위이기도 하고, 몸 전체 밸런스에 관여해 옷 맵시를 좋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대부분의 가슴 운동은 ‘대흉근 전체’에 초점을 맞춘다. 가슴 아랫부분에 집중하는 동작이 있지만, 다른 가슴 운동에 비하면 보편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가슴 아랫부분 근육을 강화하게 되면 상체 안정성이 높아지며, 보다 선명한 라인을 만드는데 도움 -
서킷 트레이닝, 지루할 틈 없이 반복되는 순환 프로그램
최근 운동에 관한 정보 트렌드를 보면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 HIIT)’이 자주 보인다. HIIT는 짧은 시간만 투자하더라도 높은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으로 각광받는다. 실제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은 많지 않고, 그러면서도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 게다가 운동량이 큰 만큼 EPOC, 즉 ‘애프터번’ 효과도 뛰어나다.현대인들은 급변하는 트렌드에 휩쓸려가다시피 살아간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 속에서 흐름을 따라가려면 해야할 일이 많다. 현실적으로 늘 시간은 부족할 수밖 -
고강도 운동, 도구 없이 맨몸으로도 할 수 있어!
고강도 운동이 여러 모로 효과가 좋다고들 한다. 아직 체력이 좋을 때 조금이라도 더 강도 높게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려면 적절한 장비가 있는 편이 도움이 된다. 그래서 쇼핑에 나선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욕심부리지 말고 기본적인 것 한두 가지 정도만 갖추자 싶을 수 있다. 덤벨이나 매트, 운동용 장갑, 문에 설치하는 풀업 바, 저항 밴드 등은 그리 어렵지 않게 사게 된다.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고. 이것저것 갖추다 보면 그만큼 눈이 높 -
‘최종 목표’에 짓눌리지 마라, 눈앞의 한 걸음을 목표로 하라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확‘찐’자라는 언어유희가 유행했었다. 선별검사를 통해 ‘확진자’로 분류하던 것의 발음을 활용해, 바깥활동이 제한된 생활을 반복하며 체중이 확 늘어버린 것에 대한 자조적 표현이었다.엔데믹 선언과 함께 그 동안 축적된 지방을 떠나보내려는 노력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숙제로 남았다. 누군가는 쉬이 성공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에 좌절하고, 또 누군가는 자포자기한 채 멈춰서버리는 경우도 있다.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다. 건강검진 결과에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고, 그냥 일상에서 체력이 -
통풍 오면 ‘대사 질환’도 따라온다고?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에서 ‘대사증후군’ 판정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대사증후군이란, 여러 가지 ‘대사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흔히 비만,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등이 대사 이상에 해당한다. 허리 둘레, 혈압, 혈당, 지질 수치 중 표준 지표에 따른 측정 결과 중 3가지 이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한다.대사 이상에 해당하는 상태들은 사실 낯설지 않다. 보통 대사 이상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장기간 유지된 결과로 나타난다. 아마 현대인들 중에는 모든 수치가 정상에 해당하는 사람보다는 하나 이상 -
단맛 즐기면 혈당 높아진다? ‘균형 잡힌 접근’ 필요
‘설탕은 해롭다’라는 건 이미 확정된 사실처럼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이 ‘단맛이 강한 음식은 혈당을 높인다’라는 생각, 그리고 ‘혈당이 높아지면 비만과 당뇨를 촉진한다’라는 생각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이는 사실이 맞다. 하지만 모든 단맛이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설탕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건강을 지킬 수 없다는 의미다. 혈당의 안정적인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면, 단맛이 나는 음식을 극단적으로 회피하기보다는 섭취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국민 절반 이상이 당뇨 위험군에 해당한다는 시대. 혈당에 대한 이해 -
여성들의 근력 운동, “근육 커지지 않아요”
건강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이는 체중 감소와 건강 유지, 모든 목적에 있어 최적화된 방법이다. 여기까지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다수의 전문가들에 의해 검증된 내용이기도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력 운동에 관해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는 의문이 있다. “여성들에게 근력 운동이 적합한가?”라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근육의 생성 원리를 설명하며 여성들에게 근력 운동을 해도 무방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는 사람들은 있다. 물론 그 사 -
혈당정상수치, ‘안전지대’는 없다… 당뇨정상수치 유지하려면?
최근 젊은 연령대에서도 당뇨, 고혈압, 고지혈 등 만성 대사성 질환이 호발하고 있다. 이들 질환은 대개 반복되는 습관으로부터 기인한다. 자신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객관적으로 돌아보자. 만약 건강한 습관이 아니라고 여겨진다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당뇨 안전지대’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당뇨는 전형적인 만성 질환이다. 방치할 경우 다양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는데, 대부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들이며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도 포함돼 있다. 심장질환, 뇌졸중, 신부전증, 시력 손실 등이 당뇨로 인해 유발될 -
만인을 위한 걷기 운동, 나는 바르게 걷고 있는가?
‘걷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운동’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한 가지 표현이 빠져 있다. 정확히는 ‘(바르게) 걷기’라고 적어야 맞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다. 사람마다 걷는 자세가 모두 똑같지는 않다. 어떤 사람은 발을 터벅터벅 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팔자 걸음을 걷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변수를 배제하고 ‘걷기는 좋은 운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걷기가 운동이 되기 위해 신경써야 할 점들을 짚어보도록 한다. 혹시 잘못된 습관으로 걷기를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