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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있어 음식은 어떤 의미인가?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수단인가? 아니면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분명한 요소 중 하나인가? 당연히 그 외의 어떤 대답이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하는지와 무관하게,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 정도는 있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을 거라 예상해본다.

매 끼니마다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러니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의 즐거운 느낌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다이어트의 중요성을 높게 매긴 나머지, 매번 식사를 고통스러운 ‘끼니’로 만들기도 한다. 그것이 어떤 필요에 의해 짧은 기간 진행되는 것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몇 달 이상 길게 지속해야 한다면? 혹은 기약없이 계속해야 한다면? 글쎄, 아마 ‘삶의 질’이 낮아졌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음식을 먹을 때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도 건강에 좋다. 당신의 요즘 식사는 어떠한가? 매 끼니가 즐겁고 건강상 큰 문제가 없다면 그것은 매우 축하할 만한 일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글의 내용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즐겁게 먹으면 영양학적으로도 양호해

생리학적으로, 음식에 대한 즐거움은 크게 두 군데에서 발생한다. 답을 예상했는가? 그렇다. 입, 그리고 뇌다. 입은 음식을 씹으면서, 그리고 ‘맛’을 감지하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뇌는 이에 대해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함으로써 도파민을 분비한다.

과거 2011년에 수행됐던 한 연구에서는, 비만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과식의 원인을 조사한 바 있다. 당시 비만자들은 ‘도파민 민감성’이 저하돼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즉, 음식을 먹었을 때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됐고, 그로 인해 비만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었을 때 도파민 분비가 충분히 이루어지면, 소화 및 대사 작용에도 이득이 된다. 음식을 먹을 때 즐거움을 느끼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이때 위장 운동이 활발해지고 소화 효소가 더 잘 분비되며, 소화기관에 혈류가 집중된다. 이는 섭취한 음식을 더욱 꼼꼼하게 분해해 소화시킬 수 있게 하며, 영양소 흡수를 극대화함으로써 같은 식사라도 더 나은 효과를 얻게 해준다.

실제로 2015년 발표됐던 한 연구에서는 5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식사를 즐겁게 했는지 여부를 설문으로 작성하도록 하고, 이들의 영양 상태를 분석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식사를 즐겁게 한 사람들일수록 영양 측면에서 더 양호한 상태에 있다는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음식은 단순한 ‘연료’가 아니다

음식을 대할 때 철저하게 영양소와 그 기능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음식은 그저 몸을 움직이고 지탱하기 위한 ‘연료(Fuel)’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기계와 큰 차이점이 없어진다.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 글쎄, 요즘은 잘 만들어진 기계(AI)도 생각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던가. 물론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즐거운 식사’라는 건 단순히 신체의 물리·화학적 기능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정서적, 즉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아플 때 가족이나 연인, 친구가 만들어주거나 사다주는 죽 한 그릇, 특별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간식 같은 것도 모두 ‘즐거운 식사’와 연결돼 있다.

객관적으로 뛰어난 맛을 가진 음식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똑같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음식일 수도 있다. 반면 또 누군가에게는 냄새만으로도, 혹은 한 입 머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게 하는 음식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먹기’와는 달라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과 ‘즐겁게 먹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이른바 ‘정서적 섭식’이라 부르는 행위는, 감정을 먼저 느끼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즐겁게 먹는 것’은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떠올리는 것, 그리고 먹는 행위의 순간순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미묘한 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면, 보다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음식을 먹기 전에 이미 어떤 감정이 떠올라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당장 그 음식을 먹어야겠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어떤 감정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먹고 난 후의 기분이 어땠는가?

그것으로도 명확하게 판별되지 않는다면, ‘음식을 먹은 후’의 기분에 집중해보자. 식사 후 포만감이 느껴지는 거야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포만감은 즐거움과 함께 오는가 하면, 어떤 포만감은 죄책감과 함께 찾아온다.

‘소통 전문가’라 불리는 김창옥 대표의 말 중에 ‘인간관계의 좋고 나쁨은 그 사람을 만나고 난 뒤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에 따라 정해진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의 기분이 좋고 만난 후의 기분이 나쁘다면, 그 관계는 좋은 관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반대로, 만나러 갈 때는 별로였지만 만난 후의 기분이 좋았다면, 그 관계는 유지해야 할 관계다.

둘은 서로 다른 사례지만, 그 기저에 깔린 원리는 같다. 행하기 전의 감정도 물론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행한 뒤의 감정’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무언가 이득을 보았는지, 손해를 보았는지를 정하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식단 관리, 너무 극단적이면 오히려 해롭다

우리는 분명 ‘영양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칼로리 높은 음식, 가공을 거듭해 영양소가 정제된 음식, 덜 건강한 영양소로 채워진 음식들도 많다. 전체적인 식습관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사람들이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한순간에 너무 극단적으로 바꾸려 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이 따른다. 좋은 결과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는데, 정작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크지 않을까.

만약 ‘건강한 음식’이라 불리는 것들만 먹으면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때로는 건강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 맛을 즐기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그것까지 멀리 하기 위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철저해질 필요는 없다. 천천히, 조금씩 바꿔나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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