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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오래 전부터 인간은 서로 교류하고 협력해 왔으며, 그를 통해 ‘연결’돼 왔다. 작은 사회에서 살아가던 인간들은 점점 넓은 세상을 알게 됐고,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와 연결된 것이나 다름없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외롭고 고독하다. 예전보다 더 풍부한 연결이 가능해졌지만, 예전보다 더욱 정신 건강은 좋지 않아졌다. 연결이 너무 과도해졌기 때문일까? 적당한 수준의 연결만 있어도 됐을 텐데, 감당할 수 없는 연결이 돼 버렸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면 ‘연결된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인간의 사회성, 현대 사회의 연결 방식, 그리고 현대인들의 정신 건강 문제. 이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주제이긴 하지만, 그에 대해 조심스레 의견을 더해본다.

 

‘건강한 커뮤니티’란 무엇인가?

제대로 기능하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커뮤니티 역시 때때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다. 그런 점에서는 회사와 비슷하다. 다만 명백한 차이가 있다. 회사와 달리 커뮤니티는 보통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두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교류와 소통, 관심사 공유, 인맥 형성 등을 목표로 하게 마련이니까.

커뮤니티에서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기본적으로 ‘사람’ 그 자체로 본다. 그의 나이, 능력, 사회적 지위 같은 것들은 차차 알게 되는 것들이다. 물론 그것들을 알게 된다고 해도, ‘동등한 사람’이라는 본질은 같다. 각자의 성향과 호불호에 따라 개인과 개인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지만, 커뮤니티 구성원이라는 측면에서는 차별받지 않는다. 이것이 커뮤니티의 첫 번째 원칙이다.

여기에서 두 번째 원칙도 파생된다. 모두가 동등한 존재이기 때문에, 똑같이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이 때문에 제대로 기능하는 커뮤니티에는 ‘보편적 예의’가 존재한다. 새로운 구성원이 참여하더라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을 맞이하듯 기본적인 배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 가지 이상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원칙은 ‘협동 강화’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로에게 친화적인 태도를 기본으로 한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분열을 조장하거나 규칙을 위반하는 등의 행동을 비난하고 처벌하려는 태도를 지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원칙들이 다소 생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사회 심리학, 사회적 자본 이론 등 학술 연구에 근거를 두고 있는 내용이다. 사회 심리학에서는 존중과 예의가 인간 관계에서 긍정적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는 견해를 내놓는 연구가 많다. 사회학자이자 정치학자인 로버트 퍼트넘은 저서를 통해 ‘신뢰와 협동의 원칙이 건강한 커뮤니티 형성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만인과 연결된 시대, ‘군중 속 고독’

현대인들은 그야말로 ‘초연결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자그마한 스마트 기기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지 전 세계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연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전적으로는 연결이라는 말이 맞겠지만, 정말 의미 있는 연결이라 할 수 있을까?

전례 없는 규모로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환경임에도, 현대인들은 외롭고 고독한 경우가 많다. 2017년 발표된 바 있던 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자신을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리서치에서도 2018년, 2023년 각각 1,000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 정기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2018년에는 77%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2023년에는 72%가 답했다.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굳이 통계 수치를 인용하지 않아도 될 문제다. 소셜 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팔로우’와 같은 형태의 ‘느슨한 연결’로부터 인간적인 관계를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가 인간의 사회성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될 수 없다는 반증이다. 그야말로 ‘군중 속 고독’이라는 역설을 적용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소셜 미디어는 커뮤니티가 아니다

소셜 미디어는 커뮤니티가 되기 어렵다. 만약 교류와 소통 등의 목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명확히 새겨둬야 할 대목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커뮤니티의 원칙들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 존중하며, 집단적 협력을 지향하는 모습. 어떤가? 얼핏 봐도 소셜 미디어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 덕목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물질적 과시를 통한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모습,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필터링 없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 모습, 예의 있고 우호적인 태도보다 소위 ‘어그로’라 불리는 행위가 더 많은 관심을 받기도 하는 모습 등등. 

그렇다면 소셜 미디어가 현대인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는가? 소셜 미디어가 단 하나의 주범은 아니겠지만, 정신 건강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 적지 않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사람 나름이고 이용하기 나름이다. 소셜 미디어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사용하기에 따라 폐쇄적인 성향의 울타리를 만들 수 있다.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고 서로가 잘 지키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커뮤니티’의 조건에 부합하는 집단을 만들 수 있다.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초월한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셜 미디어의 순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소셜 미디어, 정신 건강에 해가 되고 있지 않은가?

소셜 미디어를 ‘악(惡)’으로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왜 사용하는지’를 분명히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하니까? 그럴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인스타그램 DM으로만 소통한다면, 그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해서라도 인스타그램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 친구가 있다고 해서 그 친구와 연락할 방법이 없지는 않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휴대폰이 없다고 해서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싫다면 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난 후, 즐거움을 느낀다면 괜찮다. 당신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사용한 다음 허탈감, 박탈감, 우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면, 부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소셜 미디어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개인의 힘으로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만약 그것으로 인해 행복하지 않다면,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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