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증성 장 질환은 소화관의 만성 면역 매개 염증성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약 7만 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약 9만2천여 명으로 5년간 30% 가량 증가했다.
염증성 장 질환의 핵심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과 균형에 있다. 경희대병원 연구팀이 한국인들의 염증성 장 질환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종합해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이와 함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식습관도 알아보도록 한다.
‘한국인 염증성 장 질환 특성’ 정리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이창균 교수팀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회사인 지아이바이옴(GI Biome)과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염증성 장 질환(IBD) 치료제 개발 및 임상시험’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창균 교수팀은 한국인 장 마이크로바이옴 특성과 진단적 역할을 연구한 성과를 국제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팀은 국내의 IBD 환자 523명을 모집했다. 크론병 환자 223명, 궤양성 대장염 환자 300명이다. 여기에 건강한 참가자 117명을 더해 총 640명을 대상자로 하여 진행됐다.
연구팀은 대상자들로부터 분변 샘플을 수집한 다음, 그로부터 추출한 DNA를 이용해 메타지놈(metagenome) 분석을 실시했다. 이는 장내 미생물 군집의 유전 정보를 연구하는 과정으로, 장내 미생물의 특성이 장 질환의 중증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한국인 염증성 장 질환’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 ‘기능 균형’과 연관
연구 결과, 장내 미생물들의 ‘기능적 불균형’이 질환의 중증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장내 미생물은 종류가 다양하고 그 수가 충분해야만 서로 조화를 이루며 기능적 균형을 이룬다. 다양한 미생물이 영양소를 소화하며 내놓는 대사 산물을 통해 건강한 장내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장내 미생물은 장 세포와 상호작용하여 장벽 기능을 유지한다. 장벽이 건강한 상태에서는 유해 물질이나 병원균 등이 혈류로 침투할 수 없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 장벽 건강이 손상되면서 장 누수 증후군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은 특정 종류의 미생물이 과도하게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이라는 박테리아가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설사를 유발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한편, 대표적인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움’이 과도하게 줄어들 경우, 소화불량이나 변비,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크론병 환자의 경우 장내 미생물군의 다양성이 더욱 낮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면역 체계 조절 기능이 저하돼 염증 반응이 과도해지고, 유익균 감소로 장벽이 손상되며 혈류를 통해 유해한 물질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이다. 한편, 미생물 다양성이 부족하면 소화 및 대사 기능이 낮아진다. 이는 몸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흡수하는 데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과정을 통해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세부 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마커 집합’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어떤 미생물이 어떤 식으로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질병의 조기 발견, 정확한 진단, 맞춤형 치료제 개발 등을 위한 중요한 단서를 확보한 셈이다.
두 가지 유형,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염증성 장질환(IBD)은 크게 두 가지 주요 유형으로 나뉜다. 크론병, 그리고 궤양성 대장염이다. 이 둘은 증상 발생 부위와 관련이 있는 미생물에 차이가 있다. 먼저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주로 장의 점막층에 영향을 미치며 대장과 직장에 국한된 염증이 특징이다. ‘비피도박테리움’과 ‘락토바실러스’의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크론병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며, 지방 함량과 당분 함량이 높은 식습관으로 인해 유익균 성장이 저해되면서 발병하기도 한다. 소화기관의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할 수 있고, 장 점막 뿐만 아니라 장벽의 모든 층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심각한 질환으로 본다.
크론병은 ‘클로스트리디움’의 과도한 증식이 주된 원으로 꼽힌다. 또한, ‘마이코박테리움 아비움’이라는 미생물이 크론병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장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구체적인 미생물의 종류는 다르지만, 두 가지 유형의 질환 모두 ‘장내 미생물 다양성 감소’가 원인이다. 유익균이 과도하게 감소하거나, 유해균이 필요 이상으로 증가함으로써 균형이 깨지게 되고, 이에 따라 면역 체계가 비정상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섬유질 식품 섭취 필요
즉, 염증성 장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핵심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 구체적인 치료법이나 약물 개발 등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식습관, 그 중에서도 ‘섬유질’로 귀결된다.
대부분의 영양 성분과 마찬가지로, 섬유질 역시 세부적으로는 여러 종류로 나뉜다. 따라서 섬유질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식품을 가급적 다양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30종 이상의 식물성 식품을 섭취한 사람이 10종 이하의 식물성 식품을 섭취한 사람보다 장 건강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장내 유익균들은 섬유질을 먹이로 삼는다. 이를 통해 소화 효소를 비롯한 여러 가지 대사 산물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장내 미생물의 기능적 균형을 이루는 핵심이다.
사과, 배, 블루베리 등을 통해 수용성 섬유질인 ‘펙틴’을 섭취할 수 있고, 바나나는 수용성 섬유질인 ‘프락탄’과 불용성 섬유질을 제공해준다. 통곡물의 대표 주자인 귀리는 ‘베타 글루칸’의 공급원이며, 검은콩과 대두는 ‘올리고당’을 얻을 수 있는 식품이다. 이밖에 요거트나 김치 등 발효식품을 틈틈이 섭취하도록 하고, 차전자피와 같은 섬유질 보충식품도 챙겨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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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먹는데 소화 잘 안 돼? ‘섬유질 과다’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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