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국내에도 비만치료 주사제가 정식 출시됐다. 출시 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직 별다른 이슈가 없어 보인다. 전문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고, 약물 가격도 그리 만만한 편이 아니라는 점 등이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더 이전부터 비만치료 주사제가 승인을 받고 유통·소비되고 있기에,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가 나온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다면, 바로 ‘주사제의 효과’일 것이다. 실제로 약물의 임상시험 단계에서부터 ‘기대했던 만큼 체중 감량 효과가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비만치료 주사제가 효과가 없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의 통제력’이 변수 될 수 있어
2022년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됐던 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비만치료 주사제를 사용했을 때 보통 사용 전 체중에 비해 16%~21% 정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임상시험 당시에도 효과가 없는 사람(비반응자)이 있었다.
보통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라고 보는 기준선은 5%다. 즉, 5%보다 적은 체중을 감량한 사람들은 ‘비반응자’로 분류했다는 의미다. 만약 시험에 임하기 전 체중이 80kg이었다면 4kg 미만 감량을 했다는 의미다. 그보다 적은 체중이었다면 더욱 미미한 차이일 수도 있다. 주 1회씩 72주에 걸쳐 주사제를 투여한 결과로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일 수 있다.
NEJM에 게재됐던 결과에 따르면 임상시험의 규모는 약 2,500명이었다. 이 중 비반응자들이 전체 참가자 중 10~15% 가량으로 나왔으므로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대략 250명~375명 정도가 매우 미미한 효과를 봤거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또 있다. 위에 나온 비반응자 그룹의 비율이 ‘임상시험에서의 결과’로 나왔다는 점이다. 보통 임상시험에서는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엄격하게 통제된 환경을 갖추게 된다.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인을 없애거나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비만치료 주사제는 보통 일상생활을 병행하며 사용한다. 연구 목적의 인위적 통제가 존재하지 않고, 사용자 스스로 통제해야만 한다. 개인이 자신의 의지로 엄격한 통제를 하기란 쉽지 않다. 즉, 자연스럽게 약물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는 변수들이 끼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때로는 통제할 수 없는 불가피한 변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됐든 이들 변수로 인해 약물의 효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비만치료 주사제로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없는 사람의 비율은 임상시험에서 제시된 10~15%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비만 치료제, 기대만큼 효과가 없다면?
체중 감량을 시도하게 되면 그 방법에 관계 없이 몸에서는 비슷한 반응이 일어난다. 몸의 시스템은 비만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현재의 체중’을 정상으로 간주하고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항상성을 발휘한다. 체중 감량의 기본 원칙은 어떤 방법으로든 ‘칼로리 적자’를 일으키는 것이다.
즉, 어떤 방식으로든 체중 감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피로감과 허기를 자주 느낄 수밖에 없다. 에너지 공급량에 비해 소모량이 많아졌다는 것을 인식한 신체가 나타내는 생리적 반응이며,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와도 같다.
피로감과 허기는 인간의 본능상 스트레스 요인이다. 이는 체중 감량을 위한 노력을 좌절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쉽게 말해 ‘힘들고 지치기 때문’이다. 비만치료 주사제는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없애거나 줄여서 체중 감량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준다.
다시 말해, 식욕 자체를 억제하거나 에너지 소모량을 증가시켜줌으로써 식단 변경이나 운동 습관으로 인해 느끼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역할이다.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은 채 단순히 주사제만 반복적으로 투여한다고 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비만치료 주사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체중 감량을 돕는다고 표방하는 모든 보조제는 기본적으로 ‘도움’의 역할이다. 만약 식단을 개선하고 운동량을 기존보다 늘려서 유지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사제나 보조제 없이도 체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약물을 써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우선 기존의 식단과 운동 스케줄, 그 외 습관들에 대한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개인이 어쩔 수 없는 요인도 있어
비만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비만이 질환으로 인식되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그 결과 다양한 요인이 비만을 유도한다는 결과가 제기됐다. 그중에는 개인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선천적 요인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전적 요인’이다. 타고난 체질적 요인들로 인해, 똑같은 양의 식사를 하고 똑같은 수준의 운동을 하더라도 그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같은 환경에서 비슷하게 성장하더라도 누군가는 키가 크고 누군가는 키가 작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타고난 것’이 다를 뿐이니까.
혹은 주사제와 같은 약물을 도움을 받기 시작한 시점의 상태도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비만 기준은 BMI 30 이상이다. 이에 따라 NEJM의 임상시험에서도 기본적으로 BMI 30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모집했다. 모집한 참가자의 94.5% 이상이 BMI 30 이상이었고, 전체 참가자의 평균 체중은 104.8kg이었고, 평균 BMI는 38이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주사제를 적용했을 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BMI 25 이상부터 경도 비만(1차 비만)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만약 이런 상황에 주사제를 적용한다면 어떨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임상시험에 비해 감량 폭이 적게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환상을 갖지는 말라
비만치료 주사제는 만능이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저 노력의 효과를 배가시켜주는 ‘보조 도구’라고 생각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이 다양한 만큼,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노력을 병행해도 효과를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국내에서는 전문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약물인 만큼, 임의로 사용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전문의를 통해 이와 같은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앞서 나열한 기나긴 이야기는 잊어도 좋다. 단지 하나만 기억하라. 비만치료 주사제는 결코 ‘꿈의 치료제’가 아니라는 것. 그러니 환상을 갖지는 말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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