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치료 주사제를 비롯한 체중 감량 약물은 여러 모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냥 맹신할 수는 없다. 효능이 다양한 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밖에 없고, 개인 체질이나 건강상태 등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운동학 및 골격근 건강 분야 교수인 스튜어트 필립스가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GLP-1 체중 감량 약물의 근육 손실 가능성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우리 사회에도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내용이라 여겨, 그의 기고 내용을 일부 재구성하여 전한다.
체중 감량 약물, 유의미한 발전의 결과
체중 감량의 공식이란 겉으로 보면 간단하다. ‘덜 먹고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필립스 교수는 “비만이거나 체중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마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우울해하지 말고 힘을 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애당초 체중 감량이 말처럼 쉬운 일이었다면, 과체중과 비만이 전 세계적 위기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저렴하고 높은 칼로리를 제공하는 음식이 풍부해진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 시대라는 환경적 특성 역시 하나 몫을 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체중이 늘지 않도록 적응하는 것’만큼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신체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진화의 방향 자체를 거꾸로 돌리지 않는 한, 이는 여전히 어려운 일로 남을 것이다.
필립스 교수는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변화가 고작 100여 년 사이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한때 ‘생존에 도움이 됐던 지방’은 이제 건강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바른 대처’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에 불과하다. 매우 획기적으로 여겨지는 체중 감량 약물은 ‘발전’의 측면에서는 분명 도움이 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눈앞의 효과는 우수하지만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 수용체(GLP-1R) 작용제로 알려진 약물 계열은 다양한 브랜드 이름으로 출시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2형 당뇨 치료제이자 비만 치료 효과로 인해 2023년 ‘올해의 획기적인 약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약물들이 위 소매 절제술과 같은 비만 수술만큼 효과가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술이라는 큰 부담을 지지 않고도, 일정 기간에 걸쳐 체중을 조절함에 있어서는 우수한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요가 유지되고 있기도 하다.
이 현상만 놓고 본다면 환영할만한 소식임에 분명하다. 과체중과 비만은 심혈관 질환부터 특정 암을 비롯한 수많은 질환의 원인이 되는 기반 증상이다. 이러한 약물을 써서라도 정상적인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면 공중보건 차원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일 것이다. 약물을 써서 체중을 줄이고 활동성이 향상되었다는 보고가 이어진다는 것 역시 좋은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중한 태도는 필요하다. 특히 이 약물을 장기간 사용했을 때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에 대해서는 사려깊은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근육 잃지 않아야 올바른 감량
필립스 교수에 따르면, 에너지 섭취량을 제한하는 방식의 체중 감량은 반드시 지방 감소와 근육 감소를 동반한다. 보통 감량된 체중의 75% 정도는 지방이고, 나머지는 근육량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필립스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근감소증에 더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근육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젊은 사람들은 보통 ‘근육이 줄어든다’라는 것에 그다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근육이라 하면 대개 운동을 할 때 높은 힘을 발휘하기 위한 조직만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근육의 기능은 훨씬 기본적인 영역까지 닿아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어가며 근육이 감소하면 일상적인 움직임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넘어지지 않고 걷는 것’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근육은 기본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근육량이 줄어들면 금세 대사량이 줄어들어 각종 대사성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체중 감량은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훌륭한 방법이다. 다만 노령자를 비롯해 평소 근육량이 부족한 사람들은 ‘근육을 잃지 않고 감량’하는 것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평소 근육량 적다면 더 신중해야
필립스 교수는 “체중 감량 약물은 향후 여러 세대에 걸쳐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초기 임상 시험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방 감소와 함께 근육 감소를 일으킨다면,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체지방률이 과하게 높아 약물 치료로 감량에 성공한다 해도, 그 중 상당량은 근육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약물을 사용하게 되더라도 근력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은 의도적으로 병행해야 하며, 여기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립스 교수는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다. “체중 감량으로 인한 장점이, 근육 감소로 인한 단점보다 더 클까?”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 확실히 문제가 될 정도로 근육을 감소시킨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근육량이 부족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한층 더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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