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과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해주는 인공지능(AI) 도구가 개발됐다. 이로써 하나의 질병이 어떻게 다른 질병으로 이어지는지 폭넓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하나의 질병을 치료함으로써 다른 질병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질병 간 연관성 추적하는 AI 도구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KAUST)에서는 수많은 의학 논문 및 관련 자료와 실제 환자 데이터들을 대거 수집하고, 각 질병의 원인과 증상, 치료 전략에 따른 결과 등을 매핑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인공지능의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활용해 수많은 연구 사례를 스캔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인과관계로 묶을 수 있는 질병들을 파악해냈다.
연구팀은 이를 ‘KAUST 도구’라고 임시로 명명했다. KAUST 도구는 어떤 질병이 어느 정도 확률로 또다른 어떤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 예를 들어, 2형 당뇨는 고혈당이라는 증상으로 인해 미세 혈관에서의 질환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당뇨병성 눈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상위 질환’ 하나를 치료함으로써 ‘하위 질환’을 예방하거나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상위 질환이 발병했다고 해서 모두가 하위 질환을 함께 겪지는 않는다. KAUST 도구는 질병이 발생한 원인을 추적하고 그에 따른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질병 간 연관성을 검증한다. 이를 통해 현재 발생한 질병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고, 이 과정에서 자칫 간과될 수 있는 또다른 위험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다유전자 위험 점수 개선 가능성
「바이오 인포매틱스(Bioinformatics)」 저널에 게재된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KAUST 도구가 ‘다유전자 위험 점수(Polygenic Risk Score, PRS)’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PRS는 개인의 유전 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질병이나 증상의 발생 위험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지표다. 여러 유전자 변이를 토대로 개인의 질병 발생 위험을 통합 계산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의 PRS 모델은 하나의 유전적 변이가 하나의 질병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 질병은 이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한다’라고 1:1로 연결하는 식이다.
하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는 하나의 질병 외에 다른 질병에도 직·간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KAUST 도구는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가해 예측 정확도를 향상한 PRS를 제공한다. 이로써 다양한 원인이 모여 발생하는 질병도 추적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질병 사이 연관성 탐색 강화
KAUST 도구는 연구 커뮤니티를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활용해 특정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유의해야 할 합병증이나 연관 질환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약물이나 치료법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도 제안하는 것은 물론, 특정 질병의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예방 전략을 개선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팀은 향후 질병의 발생 경로를 추가로 조사하고 KAUST 도구를 더욱 강화시켜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각종 질병을 비롯한 건강 문제들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를 보다 정확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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