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장기나 조직마다 산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 / 출처 : PNAS
각 장기나 조직마다 산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 / 출처 : PNAS

염증은 면역 반응 과정에서 나타난다. 즉, 우리 몸에서 무척 흔하게 발생하며, 때때로 만성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보통 혈액검사를 통해 염증 수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어느 부위, 어느 조직에 염증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항체를 이용해 체내 어느 곳에 염증이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산화 스트레스로 생성되는 화합물

미국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 연구팀은 ‘항체를 사용해 염증을 감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설명한 핵심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염증이 일어나면 면역 세포가 해당 부위로 이동해 활성산소종(ROS)을 내뿜는다. 이때 발생하는 화합물의 종류 및 농도를 감지함으로써 어떤 조직, 어떤 장기에 이상이 생겼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ROS는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조직과 장기 세포의 노화 및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이기에 보통 해로운 것으로 인식되지만, 한편으로 보면 병원균이나 미생물을 사멸시킬 때도 똑같은 작용을 한다. 면역 세포가 염증 부위를 회복할 때 ROS를 사용하는 이유다.

ROS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지질과 반응해 ‘에폭시케토옥타데칸산(EKODE)’이라는 화합물을 형성한다. EKODE는 DNA, RNA에 있는 ‘시스테인’이라는 아미노산과 반응해 안정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렇게 만들어진 EKODE는 뇌, 심장, 간과 같이 산화 스트레스를 받는 체내 전체 장기에 축적된다. 이때 축적되는 조직이나 장기에 따라 EKODE의 구체적인 형태나 농도가 달라진다. 즉, 혈액검사를 통해 EKODE를 분석하면 각 장기의 산화 스트레스 수준이나 대사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정 장기의 염증 정도 예측 가능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각 장기와 조직마다 축적되는 EKODE를 식별할 수 있는 항체를 개발했다. 이 항체는 종류에 따라 염증 부위에서 생성된 특정 단백질이나 화합물에 결합한다. 즉, 어떤 종류의 항체가 반응하는지에 따라 염증이 발생한 부위를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EKODE 검사를 통해 특정 장기의 산화 스트레스 정도가 정상적인 수준인지 아닌지도 확인할 수 있다. 산화 스트레스 정도가 높을 경우 염증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만성 염증 상태가 될 위험도 예측할 수 있다. 이는 당뇨병의 진행 정도를 판단하거나 혈당 조절 수준을 모니터링하는 데 쓰이는 A1C 검사와 유사한 원리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특정 부위에 발생한 염증의 정도에 따라 어떤 질병을 의심할 수 있는지를 매칭시키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특히 노화로 인한 황반변성이나 당뇨성 망막증으로 인해 생성되는 EKODE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새로운 약물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을 개발하려면 해당 질병 부위에 작용하는 ‘반응성 시스테인’을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한 반응성 시스테인들이 향후 개발될 수 있는 새로운 약물의 후보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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