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체 나이’를 측정할 때, 어떤 샘플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정확성이 달라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연구팀은 구강 내 조직 샘플을 사용하는지, 혈액 샘플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신체 나이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신체 나이와 실제 나이
의학적으로 연령(나이)은 두 가지로 구분한다. 출생년도를 기반으로 하는 ‘연대기적 연령(실제 나이)’, 그리고 신체 건강상태를 기반으로 하는 ‘생물학적 연령(신체 나이)’이다. 인간의 몸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유형의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여기서 말하는 스트레스는 각종 자극이나 환경 변화, 부상을 비롯해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으로 인해 체내의 세포들이 겪게 되는 산화 스트레스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스트레스다. 부위와 조직에 따라 어떤 요인으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지에 따라 ‘노화’ 정도가 달라진다. 그 결과 실제 나이와 신체 나이가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질병 발생 위험과 같은 건강 관련 문제를 다룰 때는 연대기적 연령, 즉 ‘실제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면 ‘30대 중반부터 근육 감소가 시작된다’라든가, ‘50대 이상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라는 식이다.
하지만 어떤 질환이나 이상 상태는 실제 나이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 이때 관여하는 것이 바로 생물학적 연령, 즉 ‘신체 나이’다. 어떤 사람은 실제 나이보다 신체 나이가 젊어 건강을 유지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신체 나이가 더 높아 이른 나이에도 각종 질환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는 유전 요인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만, 주로 환경 요인이나 개인의 행동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의료 전문가 및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특정 질병의 발생 위험을 예측할 때 신체 나이를 널리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체 나이 측정하는 후성유전학 시계
신체 나이를 측정하는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인간의 실제 나이를 토대로 개발된 ‘후성유전학 시계’를 활용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신체 조직 샘플을 채취한 다음 이를 후성유전학 시계에 대조하면 그 사람이 실제 나이에 비해 노화가 덜 진행됐는지, 더 진행됐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 샘플 분석 및 판단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기본 원리만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에 걸쳐 학계에서는 여러 종류의 후성유전학 시계를 개발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혈액 샘플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외에 타액(침), 구강 점막 조직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이론적으로는 피부를 비롯한 다른 조직을 활용한 후성유전학 시계 개발도 가능하다.
혈액 외 방식으로 개발된 것들 중 일부는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회사 등을 통해 ‘신체 나이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때 국내에서도 키트를 배송받아 침을 흘려넣은 다음 다시 우편으로 보내면, 그 분석 결과를 보내주는 형태의 서비스가 진행된 적이 있었는데, 이 역시 후성유전학 시계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신체 나이 측정이 잘못될 가능성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연구팀은 이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러 종류의 후성유전학 시계를 활용해, 신체 나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는지를 비교한 다음 내놓은 결론이다.
연구팀은 9세~70세 사이에 있는 83명의 참가자로부터 총 284개의 개별 조직 샘플을 확보했다. 확보한 샘플은 3가지 유형의 혈액 샘플, 그리고 침과 구강 점막 조직 등 총 5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으며, 7종류의 후성유전학 시계를 테스트하는 데 사용됐다.
연구 결과, 테스트에 사용한 후성유전학 시계 중 6종류에서 구강 조직 샘플을 사용한 신체 나이 측정이 상대적으로 부정확하게 나왔다. 구강 점막 조직을 사용했을 때, 어떤 경우에는 실제 나이보다 30년 더 나이가 든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이 분석한 원인은 ‘도구와 샘플의 불일치’였다. 즉, 후성유전학 시계를 개발할 때 혈액 샘플을 사용했다면, 측정하려는 샘플 역시 혈액이어야 한다. 만약 구강 점막과 혈액을 함께 사용해 시계를 개발했다면 마찬가지로 측정할 때도 구강 점막과 혈액을 함께 확보하여 대조해야 한다.
이러한 결과는 새로운 후성유전학 시계를 개발하더라도, ‘측정용 샘플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샘플 확보를 위해 수술적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시계라면, 실질적인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신체 나이의 활용 가능성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연구 분야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후성유전학 시계는 혈액 샘플을 활용하는 모델이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전반적으로 가장 높은 정확도를 보인 것 또한 혈액 샘플이었다. 연구팀은 “만약 침이나 구강 조직을 사용해 신체 나이를 측정하고자 한다면, 실제 침과 구강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시계를 개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신체 나이 측정은 의료 현장보다는 연구 분야에서 더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연구팀은 향후 의료 분야에서도 신체 나이 측정이 점점 더 활발하게 사용될 거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신체 나이를 기반으로 특정 질환의 위험을 진단하거나, 발병을 늦추기 위해 특정 약물을 써야 하는 환자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수술 우선 여부를 고려할 때, 같은 연령이더라도 신체 나이에 따라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팀은 한편, “저희 연구는 의학적 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후성유전학 시계는 다른 분야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라며 “예를 들어,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혈액 샘플을 활용해 법의학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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