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한 소셜 미디어 사용이 ‘망상 장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연구팀이 오픈 액세스 저널 「BMC 정신의학(BioMed Central Psychiatry)」 에 지난 2월 초 발표한 메타 연구 결과다.
소셜 미디어와 망상 장애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SFU) 연구팀은 소셜 미디어 사용과 정신장애의 연관성에 대한 메타 분석을 실시했다. 해당 주제를 다룬 학술 논문을 분석해, 총 2,500건 이상의 관련 출판물을 검토한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정신장애 유형은 ‘망상 장애’였다.
망상 장애는 현실적인 판단력에 문제가 생겨 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비현실적인 믿음’을 지속적으로 고집한다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특정인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색정증’이 대표적인 망상 장애의 하위 유형 중 하나다.
이밖에 분석 결과에는 망상 장애와는 다르지만 ‘잘못된 믿음’이라는 점에서 유사성을 가진 정신장애 유형들도 함께 거론됐다. 과도한 자신감과 우월감이 두드러지는 ‘자기애적 인격 장애’, 자신의 신체 특정 부위에 문제가 있다고 믿는 ‘신체변형 장애’, 스스로 과도하게 살이 쪘다고 믿어 식사를 거부하는 거식증 등의 ‘섭식 장애’가 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소셜 미디어로서 기능하는 플랫폼과 앱에는 ‘현실적 확인 과정’이 없기 때문에, 망상과 같은 잘못된 믿음이 보다 쉽게 만들어지고 지속된다고 보았다. 소셜 미디어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실제 삶에서의 고립’이 가상 세계와 결합되면서 잘못된 믿음과 그에 근거한 자아 정체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온라인 소셜 미디어의 잘못된 사용이 이런 증상들을 어떻게 악화시킬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소셜 미디어라는 도구의 악용
소셜 미디어의 본질은 온라인 세계에서 집단 또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 세계에서 미처 충족시키지 못한 소속감, 연대감, 동질감 등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경우, 망상 장애와 같은 부정적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SFU 연구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의 핵심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소셜 미디어를 표방하거나 특성상 소셜 미디어라 볼 수 있는 인기 앱과 플랫폼들의 ‘기능’이 어떻게 악용되는지에 주목했다. 소셜 미디어의 근본적 방법은 사용자들이 스스로 자신을 알리는 ‘자기 홍보’에 있다. 사용자들은 각 앱이나 플랫폼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스스로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면서 타인과 교류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다만, 왜곡되거나 부정확한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용자가 있더라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제재하지는 않는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게끔 돼 있는 플랫폼이라면, 누군가에게 어떤 형태로든 망상 장애적 증상을 유발하거나, 지속되게 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 영향의 상쇄 대안
소셜 미디어는 시간이 흐르며 다변화되고 있다. 채널 수도, 사용자 수도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망상 장애의 예방과 악화 방지를 위해 소셜 미디어를 통제해야 한다’라는 식의 결론을 내놓는다면, 이는 몹시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의학적 진단 기준을 충족하거나 넘는 수준의 망상 장애 또는 다른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소셜 미디어 사용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적인 트렌드에 맞서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의 악용될 수 있는 기능’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합당하다.
특히 정보의 확산 속도가 무척 빠르고,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간 상호작용이 쉽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나 극단적인 믿음이 쉽게 퍼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SFU 연구팀은 ‘온라인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보다 실제 생활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현존하는 기술 중에는 영상 통화나 화상 회의 등에서 활용하는 ‘눈맞춤 소통’, 3D 기술을 활용해 몰입할 수 있는 환경 구축, 아바타 활용과 같은 기술이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조현병 환자, 유방암 발생 위험 높은 이유는?
조현병을 갖고 있는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병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조철현 교수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선재 교수, 양지수 박사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이다. ‘생각’이 복잡하게 분리되는 병조현병(Schizophrenia)은 사고,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만성 정신질환이다. 과거에는 ‘정신분열’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으나, 과도하게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현재는 조현병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사고의 분리 및 복잡성’이 나타나는 질환이라는 점을 반영한 명 -
소셜 미디어 사용 잦으면 ‘과민성’ 높게 나타나
소셜 미디어를 매일 사용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과민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과민성은 보다 쉽게 화를 내거나 쉽게 좌절하는 성향을 말한다. -
“SNS 사용시간 많아도, 정신건강과 무관하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까? 글쎄… ‘좋지 않다’라고 확실히 답하는 경우, 혹은 ‘잘 모르겠다’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확실히 정신건강에 좋다’라고 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런 답을 했는지,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논리적으로 얻어낸 결론은 아니기 때문이다.여기에 대신 답을 해준 연구결과가 있다. 호주 커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과 정신건강에는 뚜렷한 연관성이 없다. 이 연구 내용은 국제 학술지 「Social Scie -
소셜 미디어는 내가 원하는 ‘커뮤니티’가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오래 전부터 인간은 서로 교류하고 협력해 왔으며, 그를 통해 ‘연결’돼 왔다. 작은 사회에서 살아가던 인간들은 점점 넓은 세상을 알게 됐고,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와 연결된 것이나 다름없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외롭고 고독하다. 예전보다 더 풍부한 연결이 가능해졌지만, 예전보다 더욱 정신 건강은 좋지 않아졌다. 연결이 너무 과도해졌기 때문일까? 적당한 수준의 연결만 있어도 됐을 텐데, 감당할 수 없는 연결이 돼 버렸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면 ‘연결된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인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