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까?
글쎄… ‘좋지 않다’라고 확실히 답하는 경우, 혹은 ‘잘 모르겠다’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확실히 정신건강에 좋다’라고 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런 답을 했는지,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논리적으로 얻어낸 결론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신 답을 해준 연구결과가 있다. 호주 커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과 정신건강에는 뚜렷한 연관성이 없다. 이 연구 내용은 국제 학술지 「Social Science & Medicine」에 게재됐다.
설문이 아닌, 휴대전화 데이터를 직접 분석
커틴 대학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핵심이 ‘데이터 수집 방법’에 있다고 강조했다. 소셜 미디어와 정신건강을 주제로 한 연구는 이전에도 많았다. 다만 그들 중 대부분은 참가자 설문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 사례가 많았다. 참가자 스스로 소셜 미디어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등을 설문으로 작성하게 하는 방식이었다는 의미다.
커틴 대학 연구팀은 데이터의 객관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17~53세 범위의 참가자 400명을 모집하고, 그들의 휴대전화에서 소셜 미디어 사용시간과 관련된 데이터를 추출했다. 그런 다음 일정 기간 동안 소셜 미디어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소비했는지를 정확하게 측정했다.
연구팀은 다음으로 DASS-21 척도를 사용해 참가자들의 우울, 불안,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했다. 우울, 불안, 스트레스 각각에 대해 7개씩의 독립된 평가 척도가 제공되며, 총 21개의 응답을 토대로 점수를 산출하는 심리상태 측정 도구다. 여기에 주의력을 평가하기 위한 심리 실험을 진행해, 참가자들의 주의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했다.
측정한 데이터들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한 시간과 정신건강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불안 증세와는 매우 약한 관련성을 보였으며, 우울 증세와 스트레스는 소셜 미디어 사용시간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또한, 주의력의 경우 오히려 소셜 미디어를 많이 사용한 사람이 약간 더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설문 기반의 경향성 vs 객관적 측정 데이터
이는 기존 연구들이 내놓았던 결과와 상반되는 내용이다. 처음 던졌던 질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소셜 미디어를 장시간 사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그리 좋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면, 어딘가에서 해당 내용을 언급한 뉴스나 콘텐츠를 봤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소셜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한 연구들의 논리는 크게 ▲비교 불안과 소외감 ▲정보 과부하 ▲오프라인 활동 감소 ▲수면 방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존감을 낮추는 것, 무수한 정보에 노출되면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 잠들기 전까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수면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 등이다.
커틴 대학 연구팀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가 ‘참가자의 설문’에 근거했기 때문에 객관성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팀은 실제 소셜 미디어 사용시간 데이터를 추출하고, 검증된 심리검사 도구를 사용한 결과와 대조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다만, 이러한 지적에 대한 반론도 가능하다. 설문을 토대로 한 연구 방식은 학계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지적한 대로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많은 표본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어떤 ‘경향성’을 확인했으며, 같은 결과를 보여준 연구가 여럿 반복됐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진다’라고 보기에는 신빙성이 높다.
‘사용시간’만 중요한 것이 아냐
이번 연구의 책임자이자 박사 과정생인 클로이 존스는 “이 연구 결과가 ‘소셜 미디어 사용이 정신건강에 무해하다’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단지 ‘사용시간과 정신건강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라는 말로 뭉뚱그려서 부르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는 다양하다. 각자 주력으로 하는 콘텐츠 형식이 다르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구조도 차이가 있다. 당연히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패턴도 제각각이다.
연구를 지도한 패트릭 클라크 부교수는 “틱톡(Tik Tok)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 주의력이 약간 더 나은 경향을 보였지만, 페이스북(Facebook)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불안 증세가 약간 더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라고 이야기했다.
같은 원리로, 똑같은 소셜 미디어를 같은 시간 동안 사용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그들 각자의 사용 패턴은 서로 다를 가능성이 높다. 인스타그램에서 피드를 주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릴스를 주로 소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같은 시간동안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 영향이 같을 거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클라크 교수는 “이 연구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소셜 미디어에 소비한 시간이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정말 중요한 것은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번 연구가 개인의 특성과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방식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조사하는 연구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라고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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