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실시간 항균 및 항바이오필름 활성 분석 기술을 통해 ‘약용 참거머리(Hirudo nipponia)’의 타액선(침샘)에서 유래한 신규 항균 펩타이드를 발굴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제 내성균’, 즉 슈퍼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병 치료제 개발 및 작용 기전 규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제 내성을 갖는 슈퍼 박테리아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다는 것은,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항생제 효과에 저항해 생존하거나 증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감염병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 혹은 잘못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 균이 약물에 저항하는 힘을 키워 내성이 생기게 된다.
그중에서도 다제 내성균(슈퍼 박테리아)이란,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를 말한다. 즉, 여러 항생제에 이미 내성을 갖고 있어, 실제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몇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세 가지 계열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면 ‘다제 내성(Multidrug resistant)’라 부른다. 여기서 더 나아가 1~2가지 계열을 제외한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질 경우 ‘광범위 내성(extensively drug resistant)’, 모든 계열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될 경우 ‘범약제 내성(pandrug resistant)’으로 본다.
거머리에서 발굴한 천연 항생물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 호남권센터의 이성수 박사,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신송엽 교수, 충북대학교 생물학과 조성진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살아있는 슈퍼 박테리아의 항균 및 항바이오필름 활성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항바이오필름(anti-biofilm)은 미생물이 생성하는 바이오필름을 억제하거나 제거하는 효과를 말한다. 바이오필름은 항생제나 항균제에 대한 저항성을 증가시켜 감염 치료를 어렵게 하기 때문에, 이를 무력화시키는 항바이오필름 효과가 중요성을 갖게 된다.
연구팀은 홀로그램 기술을 바탕으로 3차원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통해 거머리에서 유래한 천연 항생물질 ‘히루니핀 2(Hirunipin 2)’를 발굴했다. 또한, 이 물질의 항균 및 항바이오필름 효과를 검증해 새로운 내성균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19개 후보 물질 중 최종 1개 발굴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됐다.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는 박테리아를 추적해 항균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이미징 기법으로, 한 번의 실험에서 단일 물질에 대한 실시간 분석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다량의 샘플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ODT-HTS(High-Throughput Screening) 기술을 도입했다. 이로써 신규 항생물질 발굴부터 항균 효과 검증까지 실시간 이미징 정량 분석을 활용했다. 특히, 항바이오필름 효과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해, 슈퍼 박테리아에 대한 작용 기전을 폭넓게 규명했다.
연구팀은 약용 참거머리의 침샘 전사체 DB를 분석하여, 항균 펩타이드의 구조 안정성, 항균 및 항염증 특성 등을 평가한 결과, 총 19개의 신규 천연 항생물질 후보를 발굴했다. 이들 후보 물질 중 ODT-HTS 분석을 통해 실제 항균 효과를 입증한 3개의 최종 후보를 선별한 다음, 항균 및 항바이오필름 활성 정도를 추가로 확인한 결과 최종적으로 ‘히루니핀 2’가 발굴됐다.
KBSI 이성수 박사는 “이번 연구는 국내 천연자원 DB와 국산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결합해 내성균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는 독창적 연구”라며 “향후 신규 항생제 개발 및 슈퍼 박테리아 연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지난 13일(목) 게재된 바 있다.
논문명 : 신규 거머리 항균 펩타이드, 히루니핀: 광학 회절 토모그래피를 이용한 항균 및 항바이오필름 메커니즘의 실시간 3D 모니터링(Novel Leech Antimicrobial Peptides, Hirunipins: Real-Time 3D Monitoring of Antimicrobial and Antibiofilm Mechanisms Using Optical Diffraction Tom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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