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면 치매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미국 스탠포드 의대 연구팀이 주도한 연구에서는 웨일즈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할 경우 향후 7년 동안 치매 발생 가능성이 20% 낮게 나타났다.
'백신 접종 프로그램'이 준 기회
2013년 웨일즈에서는 대상포진 백신을 출시하면서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때 출시된 백신은 약독화 과정을 거친 생백신이었으며, 수량이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79세를 기준으로 백신 접종 자격을 부여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됐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약 2년여 전 이 사실을 확인했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단지 백신 출시 당시의 연령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작위 대조 시험에 가까운 표본 집단이 만들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건강 기록 등 이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웨일즈 정부의 백신 접종 프로그램 당시 치매가 없었던 71세~88세 사이의 노인 약 28만 명의 건강 기록을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접종 자격 기준이었던 79세에서 약 1주일의 생일 차이로 인해 접종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특히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실질적으로 1주일 간격으로 태어난 사람들을 무작위 표본으로 삼아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어떨까? 아마 평균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의 데이터에서 어떤 뚜렷한 차이가 발생한다면, 이는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차이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대상포진 백신과 치매 위험의 관계
이후 연구팀은 백신 접종 시점으로부터 약 7년에 걸친 건강 기록 데이터를 비교했다. 그 결과, 대상포진을 접종한 그룹은 접종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치매 발생 가능성이 약 20%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익히 알려진 치매 위험 요인들을 토대로 두 집단의 건강 기록을 재차 분석했지만, 두 집단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비슷했다는 의미다. 단지 대상포진 백신 접종 여부로 인해 치매 발생 건수가 달라졌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후 연구팀은 약 2년에 걸쳐 웨일즈에서 확인한 연구 결과를 다른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잉글랜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백신 접종 여부를 기준으로 사람들의 건강 기록을 비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결과는 동일했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받은 경우, 치매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낮아진다는 결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제 연구팀은 최종적인 확인을 위해, 다시 한 번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글자 그대로 사람들을 무작위 그룹으로 나누고, 한쪽에는 대상포진 생백신을, 다른 하나쪽에는 가짜 백신을 주사한 다음 그 결과를 추적 관찰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분석한 결과들을 토대로 한다면 접종 후 약 1년 반이 지나면 뚜렷한 차이를 보일 거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치매 연구 접근법 : 신경계 바이러스
그동안 치매에 관련된 연구는 가장 흔히 발생하는 유형인 알츠하이머를 중점에 두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알츠하이머에 관한 연구는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플라크에 초점을 맞추곤 했다. 이렇다 할 진전이 나오지 않으면서, 최근에는 다른 여러 방면으로 치매 관련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다.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부터 보유하고 있는 수두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로 인해 발생한다.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 저하로 인해 깨어나게 되고, 이때 신경계 분포를 따라 띠 모양의 수포를 발생시키는 것이 대상포진이다.
즉, 연구팀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가 치매 발생 위험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론을 강화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현재 계획 중인 대규모 무작위 시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치매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의 실마리를 찾게 될 거라고 보고 있다.

-
머리 부상으로 ‘잠복 바이러스’ 활성화, 신경 퇴행 위험 높여
머리 부상을 자주 당하면 신경 퇴행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
모두가 잠재적 대상포진 환자? ‘면역력’을 붙잡아라
배우 마동석이 출연하는 ‘대상포진’ 광고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해당 광고에는 ‘50세 이상 성인의 90% 이상이 대상포진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3명 중 1명이 일생동안 한 번 이상 대상포진을 경험’한다는 통계가 등장한다. 즉, ‘당신도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으니 미리 예방접종을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질병관리청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대상포진 예방접종률은 최근 5년 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 접종을 희망하지만 비싼 가격으로 망설이는 경우도 있고, 여전히 대상포진을 남의 일 -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물질, 신경계 염증 줄이고 신경세포 보호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의 한 연구팀이 최근 '신경계 염증'에 주목한 접근법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해 발표했다. -
국내 최초 ‘치매 유산균’ 식약처 허가
엔비피헬스케어(대표 이창규)는 자체 개발한 프로바이오틱스인 'NVP-2106'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지기능 개선 개별인정형 원료'로 허가를 받았다고 1일 밝혔다. -
대상포진 백신 접종,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23% 낮춰
대상포진 백신 접종자의 경우 전반적인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23%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졸중, 심부전, 관상동맥 질환 등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을 모두 포함한 결과다. -
헤르페스 바이러스,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과 관계 있어
입 주위에 포진이 생기는 ‘헤르페스’는 비교적 흔한 바이러스다.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영국 의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알츠하이머와 연관성이 있다는 근거가 제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