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팀이 혈액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이 가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혈액 속에서 알츠하이머 진행과 밀접한 유전자 발현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현행 알츠하이머 검사법의 한계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가장 흔한 유형으로 꼽힌다. 기억력 감퇴와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일단 시작되면 뇌에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은 원활한 치료 및 관리에 있어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진단을 받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을 위한 검사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알츠하이머 진단을 위해서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가 널리 시행된다. 정확도가 높은 검사법이지만, 의료기관에 따라 백만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해 부담이 큰 편이다.
한편,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마취 후 척추의 허리 부분(요추)에 바늘을 삽입해 척수액을 채취하는 침습적 검사 방식이다. PET 검사에 비하면 비용은 저렴하지만, 신체적으로 부담이 상당한 검사법이다. 검사 후 통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회복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는 편이다. 이로 인해 두 가지 검사법 모두 일상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가능성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 연구팀은 순천향대서울병원, 미국 인디애나 대학 연구팀과 협력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른바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을 위한 장벽을 낮추고자 한 것이다.
최근 혈액 검사를 통해 다양한 질병의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사례가 여럿 공개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발병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및 서울대병원에 등록된 알츠하이머 환자 523명의 혈액 샘플을 토대로 진행했다. RNA 시퀀싱 기법을 활용해 혈액 속 유전자 발현 양상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환자들의 혈액 샘플에서는 정상과 다른 유전자 발현이 나타났다. 또한, 발병 시기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발현되는 유전자 개수도 달랐다. 65세 이전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한 환자(조기 발병 환자)의 경우 18개, 65세 이후에 발병한 환자(후기 발병 환자)의 경우 88개 유전자가 정상과 다른 발현을 보였다.
알츠하이머 발병 시기와 유전자 발현 차이
특히 후기 발병 환자의 경우 SMOX, PLVAP라는 유전자의 활성도가 크게 감소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 유전자는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축적과 연관성이 깊다.
또한, 연구팀은 후기 발병 환자들에게서 몇 가지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대표적인 것은 ▲뇌세포 에너지 조절(AMPK 신호전달경로) ▲손상된 단백질 제거(유비퀴틴 매개 단백질 분해) ▲세포 내 청소 작용(미토파지) 등과 관련된 유전자들이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의 병리 메커니즘을 보다 정밀하기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알츠하이머의 발병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유전자 발현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혈액 속 유전자 발현 정보를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특징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것이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을 위한 단서가 될 수 있으며, 결과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협회(Alzheimer’s Association)에서 발행하는 공식 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 IF=13.1)> 2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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