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탐’에 시달려본 적이 있는가? 아, 혹시 지금도 시달리는 중인가? 동감한다. 본인 또한 식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니까. 식탐은 음식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것을 뜻한다. 다만, 많이 먹는 것을 뜻하는 과식이나 폭식과는 궤가 다르다. 음식을 얼마나 먹느냐에 관계 없이 ‘음식을 자꾸 먹고 싶어 하는 성향’이라고 보는 게 옳다.
분명 방금 전까지 식사를 마쳤다. 충분히 배도 부르다. 그런데 소파에 앉아 TV를 켜니, 옆에 먹다 남겨둔 과자봉지가 보인다. 식탐이 없는 사람이라면 배가 부르니 먹을 거리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마련이다. 기껏해야 커피나 차 한 잔 정도라면 모를까. 하지만 식탐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손을 뻗고 있다. 배가 부른 것과는 무관하다. 기계적이라 할 수 있을만큼 자연스레 그렇게 될 뿐이다.
식탐이 많은 경우,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계속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특히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가 있다면 더욱 위험하다. 식탐이 높은 확률로 과체중이나 비만을 유발하는 건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이다.
식탐을 ‘부르는’ 음식이 있다?
식탐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성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100% 그렇지만은 않다. 후천적으로, 혹은 일시적으로 식탐을 갖게 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래 식탐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아 코르티솔이 왕성하게 분비되면 식탐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스트레스가 만연한 세상에는 ‘후천적 식탐자’가 훨씬 더 많지 않을까.
또, 음식의 섭취 원리에 따라 식탐이 촉진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음식을 먹고 나면 혈당 수치가 높아진다. 이들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몸 곳곳으로 운반돼 사용되고, 남는 것은 지방으로 축적되는 원리를 따른다.
그런데 어떤 음식들은 혈당을 급격하게 높이는 것들이 있다. 곧바로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운동선수 같은 경우가 아닌 한 일상적으로 그렇게 과하게 에너지를 써야 하는 일은 많지 않다. 따라서 필요한 만큼 쓰고 남은 에너지는 고스란히 저장돼 버리고, 다시 혈당 수치가 급격하게 낮아지며 공복감을 느낀다. ‘혈당 스파이크’가 해롭다고 말하는 원리다.
이런 식으로 혈당을 급격하게 변동하게끔 하는 대표적인 성분이 바로 단순당, 그리고 알코올이다. 그 구체적인 사례들을 몇 가지 알아보기로 한다.
흰 빵
쉽게 말해, 하얀 밀가루로 만드는 빵을 말한다. 호밀빵이나 통곡물빵 같은 것들과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정제된 하얀 밀가루는 그 자체가 단순당의 상징과도 같다. 식감이 부드럽기 때문에 먹기에는 좋지만 그만큼 흡수가 빨라 혈당을 빠르게 높인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급격하게 높아진 혈당은 곧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 적합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는 에너지 과잉공급 상태가 되고, 잔여 혈당은 지방으로 축적된다.
이는 하얀 밀가루로 만든 면 종류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빵이나 면으로 식사를 하고 나면 먹은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다시 배가 고파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한 번 먹을 때 더 많이 먹으려 하는 경향이 생기거나, 식사 후 오래지 않아 간식을 찾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프렌치 프라이
‘햄버거 세트 메뉴’를 완성하게 만든 음식. 하지만 그 해로움이 널리 알려지며 최근에는 햄버거만 주문하거나 햄버거 단품에 음료만 먹는 경우도 많아졌다.
프렌치 프라이는 기본적으로 감자를 가늘게 썰어서 튀기는 방식으로 조리한다. 감자는 어느 정도 단순당을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장점이 더 많기 때문에 감자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으로 인해, 지방 함량이 폭증하게 되고 혈당을 빠르게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말았다.
취향과 입맛에 따라 느끼는 바는 다를 수 있겠지만, 프렌치 프라이는 아무 것도 찍지 않은 채 그냥 먹어도 상당히 짭짤한 편이다. 이는 한국인들의 나트륨 섭취량이 세계 평균치보다 높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도 꺼림칙한 포인트다.
피자
하얀 밀가루 반죽과 경화유 가공 치즈, 그리고 맛깔스러운 각종 첨가제. 먹음직스러운 피자는 그 자체로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는 음식이다. 파티에 어울리는 음식이자, 남녀노소 불문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이며, 최근에는 토핑에 따라 종류도 다양해, 취향껏 골라먹을 수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하지만 피자에 들어가 있는 모든 성분들은 대개 건강과 거리가 먼 것들이다.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해 포만감과 공복감을 관장하는 뇌 부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기름진 성향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테고.
피자를 즐기는 것을 말릴 수는 없지만, 피자 한 조각을 먹는 순간 빠른 시간 내에 식탐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해야 한다. 어쩌면 한 입 먹는 순간부터 식탐의 지배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다이어트 음료&커피
설탕의 해로움이 부각되면서 그 대체제로 인공 감미료가 다양하게 등장했다. 소위 말하는 ‘제로 칼로리’ 음료들이 인공 감미료를 활용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칼로리 면에서는 일반 음료보다 나을 수 있지만, 이들이라도 마냥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음료에 들어간 당분은 단순당일지라도 어쨌거나 에너지원이 된다. 하지만 인공 감미료는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제로 칼로리 음료를 마실 경우, 조금 시간이 지난 뒤 공복감과 함께 단맛을 원하는 욕구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음료는 결국 취향이기에, 맛 때문에 다이어트 음료나 제로 칼로리 음료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굳이 말을 더 얹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제로 콜라가 몸에 더 좋다’라는 식의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선택하는 경우라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술
아마 술이 왜 빠져있는지 의아해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만큼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간단하게라도 짚을 수밖에 없다.
술은 한두 잔만 마셔도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렙틴)의 분비를 억제한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유독 안주를 먹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게다가 알코올 성분으로 인해 포만감을 잘 못 느끼거나 다소 늦게 인지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술안주로 각광받는 음식들은 대개 칼로리가 높은 경우가 많다. 술 자체의 칼로리도 높은데다가 식탐을 유발해 고칼로리 음식을 먹게 만드는 것. ‘술만 끊어도 살 빠진다’라는 말은 짧지만 명확한 근거를 내포하고 있는 말인 셈이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술은 떼어내기 어려운 파트너다. 끊는 것이 베스트지만 도저히 그게 불가능하다면, 음주 횟수나 음주량을 줄이는 것이 차선책이다. 여기에 더해 안주를 신중하게 고르는 것도 건강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개선안이 될 수 있다. 뭐가 됐든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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