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사진 출처 :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사진 출처 :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노화는 자연스러운 섭리다.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조 단위의 세포에는 정해진 수명이 있다. 인간이란 결국 세포의 집합체이기에, 세포의 유한한 생명은 곧 인간의 노화로 표현된다. 누구든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게 마련이고, 노화는 그 과정을 대변하는 현상이다. 이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진리다. 하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삶일지라도 모두가 같은 속도인 것은 아니다. 그 과정인 노화 역시 마찬가지로, 모두가 같은 속도로 노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가속노화’와 ‘저속노화’, 떠오르는 핫 키워드

지난 2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의 정희원 교수가 SNS에 게시한 글은 현대사회에 ‘저속노화’라는 작은 공을 쏘아올렸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이 작은 공은 엄청난 크기로 부풀었다. 수십만의 조회수와 수백 건의 공유가 이루어지며, ‘저속노화’라는 말은 사람들 사이에 ‘핫 키워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 2023년 1월 ‘노인 건강관리 정책방향 세미나’에서는 점점 빠르게 늙는 이른바 ‘가속노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7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12월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노화를 늦추는 방법’이나 ‘젊어지는 식사법’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노화의 속도’라는 커다란 테마 아래 정 교수가 차근차근 쌓아올린 것들이 비로소 하나의 담론을 형성한 셈이다. 정 교수는 최근에도 이 주제를 다룬 저서를 쓰는 등 노화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토대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교수의 이야기에서 핵심적인 화두는 ‘저속노화’, 그리고 ‘가속노화’다. 즉, 모두가 똑같이 노화를 겪지만, 그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 교수가 던진 화두에서 우리가 캐치해야 할 포인트는, ‘노화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그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다’라는 점이다. 노화를 늦추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라면 ‘항산화’를 빼놓을 수 없다. 세포 손상의 원인이 되는 ‘산화 스트레스’로 인해 만들어지는 산화 화합물을 중화시킴으로써, 세포의 손상을 막거나 늦추는 개념이 바로 항산화다. 이로 인해 항산화 물질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는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포함된 음식은 무엇이 있는지 등 항산화에 관한 주목도가 한때 뜨거웠던 적이 있다.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항산화에 대한 관심은 결코 적지 않다. 정 교수의 저속노화와 가속노화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항산화와 결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

 

저속노화, “바보야, 문제는 음식이야!”

인간의 수명과 건강에 관여하는 모든 현상은 생활, 그리고 음식과 떼놓을 수 없다. 문자 그대로 ‘먹고 사는’ 것 자체가 삶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병, 어떤 증상을 주제로 이야기하더라도 그에 대한 예방으로 초점을 옮겨가면 결국 생활습관과 식습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활습관과 식습관에 프레임을 맞춰보자. 현재 20~30대에 해당하는 세대의 먹고 사는 모습은 50~60대, 즉 자신들의 부모 세대와 비교했을 때 무척이나 다른 경향을 보인다. 아니, 거의 상반된 경향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길든 짧든 빈곤의 시대를 반드시 거쳤던 부모 세대와 달리, 현재 젊은 세대의 음식과 생활은 확연히 풍요롭다. 좋은 음식을 먹으며 편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일이겠지만, 그만큼 건강이 안 좋은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정희원 교수가 이야기한 젊은 세대의 가속노화는 이러한 맥락 안에서 등장했다.

단순당과 정제된 곡물은 가속노화의 주범이다. 흔히 해로움의 대표주자로 빠지지 않는 설탕이 많이 들어간 간식류가 단순당에 해당하며, 흰쌀로만 지은 밥, 고운 밀가루로만 만든 흰 빵 등이 정제된 곡물에 해당한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먹어오던 바로 그것들이다. 이들은 체내에서 흡수가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데다가 여분 에너지를 근육이 아닌 체지방으로 축적하게 한다. 따라서 가속노화에 맞춰진 변속기를 저속노화 쪽으로 내리기 위해서는 간식을 줄이고(끊을 수 있다면 더 좋긴 하다) 정제되지 않은 통곡물로 주식을 바꾸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여기에 단백질과 각종 무기질을 공급할 수 있는 식단을 구성함으로써 포만감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에너지의 흡수가 천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반적인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곧 다가올 22대 국회 총선을 앞두고, 선거철만 되면 흔히 사용되는 유명 슬로건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바보야, 문제는 음식이야!(It’s the food,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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