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 했다. ‘눈에 보이면 욕심이 생긴다’라는 뜻이다. 식탐(食貪)을 설명할 때 이것만큼 적합한 말이 또 있을까. 식탐은 다이어트에 있어 최대의 적이라 할 수 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이 눈에 띄면 먹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현대는 적어도 음식에 있어서만큼은 풍요의 시대다. 먹을 수 있는 게 너무 많다보니 선별해서 먹어야 하고, 언제든 필요할 때 먹을 수 있다보니 적당한 만큼만 먹어야 한다. 그것이 당연시되는 시대다. 그래서 식탐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식탐이 있는 사람은 본인이 자각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스스로 알고 있는 경우는 어느 정도 통제될 가능성이 있지만, 본능을 억누르는 일인 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식탐은 대체 왜 생기는 걸까? 식탐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식탐은 왜 생기는 것일까?
우선 ‘본능’의 관점에서 보자. 과거에는 지금과 달리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기가 많았다. 따라서 먹을 기회가 생기면 한 번에 가능한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그 시절의 본능이 유전돼 현대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유전자 변이가 식탐과 관련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선천적으로 식탐을 타고나는 경우도 있다는 의미다. 그런가 하면 어린 시절의 영양 상태나 스트레스 등에 영향을 받아 식탐이 생기는 사례도 있다.
한편,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식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한다. 보이면 욕심이 생긴다는 건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명제다. 눈만 돌리면 가지각색의 음식들을 구할 수 있고, 미디어 등에서도 수많은 광고를 통해 본연의 욕구를 자극한다. 사회학적으로 봐도 이런 환경이 식탐을 자극한다는 분석은 타당해보인다.
신경과학계에서는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 자체가 뇌의 보상 체계를 활성화시킨다고 설명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도파민을 분비하는 원인이 되며, 이로 인해 ‘만족감과 행복감을 얻기 위해 먹는다’라는 행동 패턴을 만든다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식탐이 증폭된다고 이야기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일시적으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봤을 때 납득할만한 설명이다.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맛의 기억
흔히 ‘맛있다’라고 생각하는 음식은 기억에 남는다.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면 자연스레 만족감을 느낀다.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단지 기억을 떠올림으로써 눈으로 보지 않고도 ‘견물생심’이 생기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감정의 영역이 더해지면 더욱 단단한 식탐의 뿌리가 된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어떤 날,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음식을 먹었다고 해보자. 게다가 그 음식은 무척 맛있어서, 한순간에 스트레스를 싹 잊을만큼 행복해졌다. 그렇다면 이는 스트레스 해소 과정에 대한 하나의 학습기억이 돼,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마다 그 음식을 먹고 싶어지는 프로세스를 형성한다.
이런 식의 기억이 사람에게 단 하나씩만 있을 리 없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감, 불안감을 느낄 만한 상황은 일상 곳곳에 도사린다. 부정적인 감정은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켜 식욕을 자극하게 되고, 이로 인해 ‘나쁜 감정 → 음식으로 해소’라는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물론 개인차가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오히려 소화 기능이 떨어져 식욕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 음식’의 연결고리 끊기
어차피 음식은 살기 위해서라도 먹어야 한다.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면 식탐은 오히려 음식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식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다이어트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연결고리’를 끊는 것에 있다. 좋지 않은 감정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우리를 지배할 때, 그것을 반드시 먹는 걸로 풀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주위에서 다양한 음식을 쉽게 얻을 수 있고, 워낙 다양하다보니 본인의 취향에 맞는 음식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이 문제다.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에 비해 훨씬 빠르고, 편하고, 즐거우니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몇 가지 더 강구해두는 것은 식탐 조절에 분명한 도움이 된다. 음식을 찾는 것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일수록 좋다.
본인의 식탐을 자각하는 사람 중에는, 그로 인해 과할 정도의 괴로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식탐을 갖고 있는 스스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자칫 섭식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식탐을 참아내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혼자서 이겨내려 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는 태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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