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혈관’에 대해 알고 있는가? 사실 명칭에서부터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는 말이다.
본래 정상적인 혈관의 경우 굵기가 일정하고 붉은 색을 띠게 마련이다. 여기에 혈관이 좁아지고 혈전이 생기면 혈액이 보다 밀도 있게 지나가게 되므로 혈관 벽으로 투영되는 색깔도 보다 진한 색을 띠게 된다. 이렇게 생겨난 것을 ‘검은 혈관’이라 하며, 좁아지거나 혈전이 생긴 포인트로 인해 전체적인 혈관 굵기가 불규칙해지는 것은 물론, 언뜻 보아도 불안정해보이는 모습이 된다.
검은 혈관은 혈전 등으로 인해 생기는 만큼, 몸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주요 장기 쪽에 생길 경우 보다 심각할 수 있다. 별다른 이유 없이 흉통이나 호흡 곤란,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증상이 발생한다면 심혈관질환 전조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경우도 이미 심장 인근에 검은 혈관 증상이 발생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에 이러한 검은 혈관 증상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뇌졸중이 이미 진행되고 있거나, 혹은 빠른 시간 내에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부정확한 발음 또는 말이 어눌해지거나, 대화 중 갑자기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편측 마비가 발생하는 등 뇌경색 전조증상이 잠깐이라도 나타난다면 이미 ‘뇌졸중 치료 골든타임’이 시작된 것이다.
의료비 폭탄의 원인이 되는 3대 질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의료비 통계에 따르면, 태어난 이후 63세까지 사용하는 의료비 총액이 평균 약 3,900만 원, 64세 이후 80세까지 사용하는 의료비 총액이 평균 약 3,800만 원이다. 63년치 의료비와 약 16년치 의료비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소위 말하는 ‘3대 질환’, 즉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의 발병이 60대 이후 급증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위 3대 질환의 의료비 지출 순위를 보면 암이 평균 2,795만 원으로 3위, 심혈관질환은 평균 4,837만 원으로 2위, 뇌혈관질환이 평균 5,132만 원으로 1위다. 해당 통계는 2010년대 중반의 것이므로 최신 데이터는 아니다. 순위가 바뀌거나 평균 지출액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순위가 아니다. 물가 상승이 반영된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의료비 지출이 더 높았으면 높았지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심혈관이나 뇌혈관은 기본적으로 높은 내구성을 갖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한 습관만을 지키며 살지 않는다. 수십 년에 걸쳐 혈관에 해로운 습관이 반복되고, 그로 인한 자잘한 손상들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검은 혈관, 예방하는 방법은?
뇌혈관이 검은 혈관으로 바뀌는 일을 예방하는 것, 즉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습관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옷걸이 근육’이다. 목과 양쪽 어깨를 연결하는 가상의 선을 그려보면 마치 옷걸이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포모나의원 원장이자 대한자연치료의학회 회장인 서재걸 박사는 “목과 양쪽 어깨를 연결하는 지점의 근육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그것을 차단하기 위해 굳게 된다.”라며 “이 근육들 속으로 혈관, 신경, 림프샘이 지나가는데, 근육이 굳은 채로 유지되면 순환이 막히고 뇌에 산소 공급이 차단되므로 이들을 적절히 풀어주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평소 목과 어깨를 푸는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종종 접했을 것이다. 그 방법도 다양하다. 그럴 때마다 한 번씩 따라해볼 수는 있지만, 실제로 매일 꾸준히 실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실제로 자신의 목과 어깨 근육의 상태가 어떤지 진단을 내리기는 애매하다. 이에 대해 나의한의원 대표원장인 정준석 한의사는 “볼펜 끝 부분을 이용해 ‘후계혈’ 자리를 눌러보면 내 목과 어깨 상태를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후계혈은 주먹을 쥐었을 때 새끼손가락 쪽 손금이 끝나는 부위의 움푹 들어간 지점을 가리킨다. 목과 어깨를 지나가는 경락에 위치한 혈자리로, 이 자리를 볼펜 끝 부분으로 꾹 눌렀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목과 어깨 경락에도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목과 어깨 근육이 굳어 있을수록 후계혈을 눌렀을 때 통증이 크다.
사람의 몸은 모든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후계혈을 눌러 통증을 느꼈다면, 목과 어깨 근육 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건강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몸 전체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어느 한 순간 노력하는 것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평소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습관들이 누적됐을 때 그 진가가 나타난다.


검은 혈관으로 인한 뇌경색, 극복할 수 있다
위의 예방책을 꾸준히 실천해, 가능하면 검은 혈관이 생기지 않도록, 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선이다. 혹여라도 전조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면 축복이라 하겠다. 하지만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가피한 상황, 미처 인지하지 못한 순간의 실수로도 인생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검은 혈관을 막지 못해 뇌졸중을 겪게 되면 증상에 따라 치료가 어렵거나 오래 걸리는 경우도 생긴다. 가까스로 치료에 성공하더라도 반신마비와 같이 평생 가는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후유증 극복 사례’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5일(화) 방송된 MBN <엄지의 제왕>에서는 70대 후반의 연령에도 불구하고 뇌 중앙 혈관이 막혀 수술도 어려운 상황에서 약 1년만에 증상을 극복해낸 사례가 소개됐다.
해당 사례자는 뇌경색 판정 이후 약물 치료를 받으며, 하루 3번씩 젓가락으로 콩을 집어서 옮기는 훈련을 했다. 손 마비로 글씨를 잘 쓸 수 없을 정도였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글씨는 물론 정교한 그림까지 그릴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이는 뇌의 ‘가소성’이라는 성질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가소성이란 특정 부위의 뇌 기능이 저하되면 다른 부위에서 그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다. 해당 사례자가 꾸준한 재활을 수행함으로써 뇌 가소성이 촉진됐고, 그 결과 1년 만에 후유증을 극복하는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 몸에는 무수히 많은 미세 혈관이 존재한다. 주요 혈관이 막히면 그 옆에 있는 미세혈관을 통해 곁순환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본래 혈관에 비하면 순환량이 지극히 작기 때문에 정상적인 기능에 엄청난 제한이 생긴다.
혈관외과 전문의 김대환 원장은 “어떤 혈관에 이상이 발생하면 측부순환이라고 하는 실같은 혈관이 매우 힘든 과정을 통해 자란다.”라며, “손상된 부분, 즉 막혔던 부분을 다시 개통하려 하면 몸에서는 저항이 발생하는데, 그럼에도 재활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를 의지로 극복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뇌졸중 극복의 핵심 음식, 브로콜리
건강에는 늘 먹는 것이 빠지지 않는다. 뇌경색 후유증을 극복해낸 사례자 역시 꾸준한 재활 시도와 함께 챙겨먹은 음식이 있다. 바로 ‘브로콜리’다. 사례자는 보다 오래 보관하기 위해 물을 채운 병에 담가놓을 정도로 냉장고에 브로콜리를 가득 채워놓고, 꾸준히 먹음으로써 뇌경색 후유증 극복에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브로콜리를 섭취할 때는 삶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대신 찜통에 1~3분 정도 쪄서 먹는 것이 좋다. 삶기, 찌기, 전자레인지 조리 3가지 방법을 비교했을 때, 찌는 방식이 영양소 파괴가 가장 적기 때문이다.
브로콜리에는 ‘설포라판(sulforaphane)’이라는 항암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이것이 제대로 작용하는 것을 돕는 ‘미로시나아제(myrosinase)’라는 효소가 함께 포함돼 있다. 2011년 영국 영양학 저널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찌는 방식으로 조리하면 미로시나아제가 비교적 잘 보존되며, 삶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릴 경우 1분 내로 미로시나아제가 모두 파괴된다. 따라서 브로콜리는 찌는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례자가 소개한 기본 레시피는 멜론과 브로콜리를 함께 갈아서 만든 주스. 그리고 추가로 상추와 연근을 함께 넣은 브로콜리 샐러드, 대파와 함께 만든 브로콜리 겉절이다. 별도의 복잡한 조리를 거치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식단이다. 브로콜리 샐러드에는 올리브 오일을, 브로콜리 겉절이에는 들기름을 곁들여서 먹는다. 식물성 기름의 불포화지방산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흔히 뇌졸중은 여름에 발생 위험이 높다. 흔히 혈관이 수축하는 겨울철이 더 위험하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 뇌졸중 환자 중 약 34%가 여름에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름에 땀이 많이 배출되면서 혈액의 양은 줄고 농도는 진해진다. 이러한 상황에 당뇨나 고혈압 증상이 있는 경우, 그리고 기온이 높은 상황에서의 바깥 활동이 많아지면 더욱 위험이 높아진다.
뇌졸중이 발생하는 원리와 이유, 예방법과 극복을 위한 습관까지 숙지하여 가능한 한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하면 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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