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육’이라 하면 보통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아마 보디빌더나 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가진 멋진 근육질 몸매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근육은 단순히 미적인 부분에만 그치지 않는다. 건강한 삶을 오랫동안 누리기 위해서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근육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근감소증’이 의학적인 질병으로 인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몸은 수백 개에 달하는 근육으로 구성된다. 가장 일반적으로 말하는 근육은 신체 움직임을 담당하는 ‘골격근’이다. 이외에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되는 ‘심장근’과 ‘평활근’이 있다. 심장근은 심장을 뛰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평활근은 내장기관이나 혈관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
이밖에도 근육은 크기, 모양, 각각의 기능, 근섬유의 배열 형태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수백 개로 나눠져 있는 만큼, 분류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분류가 있다. 바로 ‘수축 속도에 따른 분류’다. 흔히 말하는 ‘지근(Slow-twitch fibers)’, 그리고 ‘속근(Fast-twitch fibers)’이다.
이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근육의 분류를 알아두면 무슨 도움이 될까?
지근과 속근, 알아두면 무슨 도움이 되는가?
건강을 주제로 할 때 대부분의 결론에는 ‘규칙적인 운동’이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운동 하면 흔히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근력 운동)으로 분류한다. 운동 초보이든 어느 정도 운동을 루틴으로 하고 있든 관계없이 지근과 속근 개념을 알아두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먼저 운동 시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정 운동을 할 때 주로 사용되는 근육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운동 중 다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다음으로 다이어트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 체중 감량에 효과가 좋은 유산소 운동, 그리고 기초 대사를 늘리기 위한 근력 운동이 각각 어떤 종류의 근육을 사용하고 단련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일상적인 활동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계단을 오르는 일과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은 각각 다른 근육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면, 자신에게 어떤 근육이 부족한지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운동 계획을 세우는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즉, 지근과 속근의 개념과 차이를 알게 되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보다 효율성이 높은 운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건강상 원하는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근’, 느리지만 오래 가는 근섬유
앞서 ‘수축 속도에 따른 분류’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지근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수축하는 근섬유를 말한다. 작은 크기의 섬유로 구성돼 있고,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성하면서 천천히 수축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구력’을 요구하는 운동, 일반적인 유산소 운동에서 주로 사용되는 근육이다.
지근은 산소를 소모하며 천천히 수축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산소를 소모한다. 산소 사용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산소 공급을 담당하는 혈액을 보다 빠르게 움직이게끔 만든다. 즉,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는 역할을 주도한다.
지근은 유산소 대사를 통해 탄수화물과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지근을 사용하는 활동이나 운동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지속되기 때문에, 전체 운동시간에 걸쳐 소모하는 총 에너지량이 많은 편이다. 유산소 운동의 기준을 말할 때 ‘최소 30분 이상, 주 3회 이상’이라 하는 배경이다.
지근 섬유는 어떤 근육에 높은 비율로 존재할까? 상체부터 내려가면서 살펴보면 먼저 목 뒤쪽과 등 위쪽에 해당하는 ‘승모근’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척추를 따라 위치하는 ‘다열근’과 복근의 측면에 위치하는 ‘외복사근’도 꼽힌다. 한편 하체에서는 엉덩이 쪽 ‘둔근’과 허벅지 뒤편의 ‘넙다리뒤근(햄스트링)’, 종아리 뒷부분에 위치한 ‘가자미근(Soleus)’이 대표적이다.
지근으로 꼽힌 것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신체 균형과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수영, 로잉(노 젓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할 때 균형 잡힌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된다.

‘속근’, 빠르고 강력한 힘을 뿜어내는 근육
한편, 속근은 빠르게 수축하며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근육을 말한다. 섬유 크기가 크고 산소 대신 ‘글리코겐(Glycogen)’을 소모해 무산소성 대사를 함으로써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는 대신 피로도가 빨리 찾아온다. 폭발적인 근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에 관여하는 근육이다.
속근은 다시 두 가지 타입으로 세분화된다. 속근을 보통 ‘Type Ⅱ’라고 분류하며, 다시 Type Ⅱ-a와 Type Ⅱ-b(또는 Type Ⅱ-x)로 나눈다. a타입의 속근은 지근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즉, 산소를 소모해 에너지를 생성하는 기능을 일부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b타입의 속근은 글자 그대로 순수한 의미의 속근이다.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 근섬유’과 ‘속근섬유’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 중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이중 일부가 글리코겐으로 전환돼 근육에 저장된다. 속근은 이 글리코겐을 끌어내 에너지를 생성하며, 이 과정에서 산소를 소모하지 않으므로 흔히 ‘무산소 운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속근은 근육에 저장된 잉여 에너지(글리코겐)을 소모하게 한다. 그렇게 소모된 글리코겐은 운동을 마친 후 다시 채우려 하게 되므로, 이를 위한 대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소모된다. 또한, 고강도 운동으로 손상된 근섬유를 회복하고 강화시키기 위해 단백질 합성이 활발해지므로 여기서도 에너지 소모가 발생한다. 성장 호르몬과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분비 역시 마찬가지다.
속근을 사용하는 활동이나 운동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높은 강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단위 시간당 에너지 소모량은 높다. 운동 시간이 유산소 운동에 비해 짧으므로 총 에너지 소모량은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운동 후 회복하는 과정에서도 상당량의 에너지 소모가 발생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몸의 어느 부위 근육이 속근 섬유 비율이 높을까? 또 속근 중 어떤 것이 a타입이고 어떤 것이 b타입에 가까울까? a타입 속근에 해당하는 근육은 허벅지의 ‘대퇴사두근’과 종아리의 ‘비복근’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산소를 소모하는 작용과 글리코겐을 소모하는 작용을 병행해서 사용하므로, 지근에 비해서는 강한 힘을 낼 수 있고, b타입 속근에 비해서는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다.
b타입 속근에 해당하는 근육은 팔 뒤편의 ‘상완삼두근’, 허벅지 뒤쪽의 ‘대퇴이두근’이 대표적이다. 상완삼두근은 밀어내는 동작을 할 때 주로 활약하며, 대퇴이두근은 빠른 속도의 달리기 또는 점프 동작을 할 때 힘을 발휘한다.

당연히, 둘 다 중요하다
지근과 속근, 둘 중 어느 하나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지근에 해당하는 근육이라고 해서 속근섬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 몸에 분포한 근육이라는 것들이 모두 똑같은 원리로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오래 달리기를 잘하고 근육도 많아 보이는데 무거운 물건을 잘 들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커다란 물건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는데 달리기만 하면 금세 지쳐버린다. 둘 다 힘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겠다면, 지근과 속근의 개념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어떤 근육에 지근의 비율이 높고, 어떤 근육에 속근 비율이 높은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는 유전적인 영향도 어느 정도 있다. 태생적으로 지구력 운동을 보다 더 잘 해내는 사람이 있고, 중량 운동을 보다 더 잘해내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다만, 후천적으로 어떤 훈련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그 특성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어떤 특성을 타고났는지보다 자신이 어떤 특성을 갖추고 싶은지, 그 목표를 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일상적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섞어서 수행하는 것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보다 심화된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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