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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통계청에서 집계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7.5%. 고령화사회 다음 단계인 ‘고령사회’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재까지의 추세로 봤을 때, 2025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가 이미 절반 넘게 흘러가고 있으니, 정말 코앞의 일이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사회적 현상이다. 꾸준히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개인이 무엇을 해볼 도리는 없다. 그렇다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계속되는 사회적 변화에 무기력하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주관을 지키고 한 몫을 다하며 살아가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은 방법으로 건강만한 게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며 진행되는 노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노화를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더라도, 유독 뇌에 관한 것만큼은 초연해지기 어렵다. 다른 곳의 건강도 물론 중요하지만, 뇌 건강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정보를 탐색하는 경향이 있다.

살아오면서 겪은 모든 기억과 경험, 깨달음 등 그야말로 ‘한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뇌에 집약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뇌에 퇴행 또는 손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흔적이 사라진다는 것과 같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치매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우리는 치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과연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일까?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치매에 대한 정보들을 한데 모아보았다.

 

치매, 퇴행성 뇌질환의 통칭

치매(Dementia)는 뇌가 담당하는 인지적 기능 전반이 쇠퇴하는 증상이다. 기억력, 언어적 능력, 판단력 등이 모두 감소하는 것으로, 노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흔히 혼동하는 것 중 하나가,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관계다. 둘이 똑같다고 알고 있는 경우도 있고, 서로 별개의 개념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한 종류’다.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알츠하이머가 가장 많기 때문에 ‘치매 = 알츠하이머’라는 오해가 생기지만, 그 외에도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모든 치매가 알츠하이머인 것은 아니다.

알츠하이머는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쇠퇴하는 장애다.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쌓임으로써 뇌 신경세포의 퇴행을 유발한다는 기제는 알려져 있지만, 그 단백질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여전히 원인 미상으로 분류된다.

이밖에 뇌졸중을 비롯한 뇌혈관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 뇌진탕 등 머리 쪽 손상이 원인이 되는 ‘외상성 치매(만성 외상성 뇌병증, CTE)’, 신경세포 내 비정상적인 원형 단백질 침착물(알파 시누클레인)로 인해 발생하는 ‘레비 소체(루이 소체) 치매’ 등이 있다. 레비 소체 치매를 유발하는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은 신체 운동기능장애로 알려진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원인이기도 하므로, 파킨슨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치매는 어떤 이유로든 뇌 신경세포가 손상, 파괴되거나 뇌 기능 저하가 발생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통합적인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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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은 치매 전조증상?

무언가를 자꾸 깜빡깜빡하는 사람을 가리켜 ‘건망증이 심하다’라고 한다.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현상이기에 보통은 우스갯소리를 하며 넘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 건망증을 보이거나, 젊은 사람이라 해도 건망증이 너무 자주 나타나는 경우는 마냥 웃어넘기기가 어렵다. 혹시 치매의 전조증상이 아닌지 우려가 되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건망증과 치매를 연결지을 필요는 없다. 단순히 과거의 특정 사건이나 장소,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정도라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뇌가 지쳤다’라는 신호다. 보통 일시적 현상이므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해결된다. 물론, 휴식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멀리한 상태에서의 완전한 휴식을 의미한다. 

다만, 기억력 저하가 계속되는 경우, 언어표현능력, 상황판단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에서도 이상이 생기는 경우라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최근 일부 연예인들도 진단을 받으며 이슈가 된 바 있는 ‘경도인지장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건망증 증세를 보이는 주변인이 있다면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힌트나 단편적인 정보를 줘보면 된다. 단순 건망증이라면 힌트를 통해 오래지 않아 스스로 기억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도인지장애는 다르다.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것을 경험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기 때문에 힌트나 단편적인 정보를 줘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 더 나아가 ‘잊어버렸다’라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도 만약 이런 징후를 보인다면 조기에 검사를 받아 현재 상태를 명확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치매, 갑자기 발생할 수도 있나?

어느날 갑자기 주의력이 떨어지거나 언어능력이 저하되거나, 심한 수준의 건망증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가족 중에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섬망(Delirium)’이라는 증상을 알아두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단어인 ‘섬망’은 뇌와 관련해 비교적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다. 서울아산병원에 게재된 질환백과에 따르면 전체 병원 입원 환자의 10~15%가 섬망을 경험한다.

섬망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약물 부작용,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여러 종류의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이밖에 탈수로 인한 전해질 불균형, 요로 감염 등 비교적 경미한 질환, 장시간 불면, 금단증상에도 동반된다. 

섬망의 증상은 날짜, 장소, 사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하는 건망증 정도의 수준일 수 있고, 주의력 저하, 언어능력 저하와 같은 치매를 연상하게 하는 현상을 보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갑자기 치매가 왔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섬망은 근본적으로 치매와 다르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빠르게 심해지기도 하지만 보통 며칠 이내로 호전된다. 즉, ‘일시적으로 나타나며 회복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이 치매와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즉, 주변 사람에게 갑작스럽게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면, 치매가 아닌 섬망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과한 걱정은 접어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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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함께 변해가는 뇌, 변화의 속도를 늦추려면

뇌의 기능은 사람의 인생을 따라 변한다. 어린 시절 사고능력과 추리능력 등이 증가하며 새롭고 복잡한 무언가를 습득하게 되고, 청년기에 이르러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이룬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뇌 기능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뇌 신경세포가 변하고, 호르몬을 비롯한 신경전달물질도 변하며, 뇌로 통하는 혈류의 변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질들이 축적된다. 뇌의 퇴행이나 손상은 이런 다양한 요인들이 모여 일으키는 복합적 결과다.

이는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치매의 특성을 반영한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치매 역시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단 치매가 시작됐다는 진단을 받으면 ‘완화’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저속노화’가 화두가 되고 있는 최근의 동향은 치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치매의 본질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뇌의 퇴행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이는 노화라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늦추고자 하는 저속노화와 본질적으로 같은 접근법이다.

뇌는 인간의 모든 영역을 지배한다. 바꿔 말하면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행해지는 것들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 진부하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규칙적인 운동이나 건강한 식단, 금연과 금주 또는 절주와 같은 뻔한 예방법, 해결방안이 되풀이되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뇌를 위한 충분한 활동과 휴식’을 권한다. 세상은 점점 더 편리해지고, 자극적인 즐길거리가 많아진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머리를 쓸 일'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머리를 쓰는 활동은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독서, 퍼즐 맞추기, 추리 게임, 악기 배우기, 기타 새로운 것 시도해보기 등이 대표적이다. 항상 익숙한 것만 반복하다보면 뇌가 관여할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뇌를 많이 쓸 수 있는 활동을 권하는 것이다. 여기에 충분한 휴식이 중요하다. 심호흡, 명상과 같은 스트레스 관리법, 규칙적인 패턴에 맞춘 숙면 등으로 뇌가 스스로 자정작용을 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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