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에 관한 정보를 찾다보면 심박수에 대한 거론이 자주 나온다. 특히 유산소 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 심박수를 신경쓰지 않는 게 더 어렵다. 아예 ‘이 정도 심박수를 유지하라’라는 식으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물론, 운동을 할 때 심박수를 모니터링하는 건 중요하다. 실제 심박수와 운동효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심박수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면 운동 중 심박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것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경우, 또는 심박수가 올라가지 않으면 운동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의욕을 잃는 경우다.
주객이 전도된 발상이다. 심박수는 어떤 운동을 하는지에 따라, 개인의 현재 상황이나 체질, 기타 다른 요소에 따라 변한다. 우리 몸이 기계가 아닌 이상, 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게 오히려 말이 안 되지 않을까.
보다 균형 잡힌 시각, 올바른 관점으로 심박수를 바라보고 관리할 수 있도록,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평상시의 심박수는?
일단, 심박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 심박수의 정의에 대한 설명은 넘어가도록 한다. 성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평상시 분당 60~100회 사이의 심박수를 유지한다. 범위가 꽤 넓은 이유는, 심박수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평균 심박수가 높은 경향이 있고,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심박수가 높게 나타난다. 선천적인 심장 기능 차이에 따라 심박수가 달라지기도 한다. 후천적인 요인으로는 체지방률이 높고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심박수가 높은 편이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일 경우 심혈관계 효율이 뛰어나 심박수가 낮게 나온다.
운동할 때의 심박수 변화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움직이게 되면 필요한 에너지를 제때 공급하기 위해 심장이 더 부지런히 일하기 시작한다. 운동은 보다 격한 움직임을 동반하므로 자연스레 심박수가 증가한다.
운동을 할 때 적절한 심박수를 알기 위해 ‘최대 심박수’를 계산하는 공식을 활용한다. 220에서 본인의 나이를 빼는 간단한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운동 강도를 어느 정도로 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통상 최대 심박수의 50%~85%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근력 운동을 할 때는 최대 심박수의 40%~70% 범위까지 올라간다. 이 역시 평상시 심박수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요인들이 여럿 반영되기 때문에 ‘절대적인 규칙’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다.

심박수는 운동 효과와 어떻게 연결될까?
심박수가 높아진다는 것은 심장이 더 많은 혈액을 순환시킨다는 의미다. 혈액은 산소와 영양분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므로, 근육 세포에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순서로 따지면, 운동을 시작해 근육이 수축하게 되면 근육 세포의 대사가 증가한다. 이에 따라 활성화된 근육은 더 많은 산소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여기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급해주기 위해 심장이 활발하게 뛰면서 자연스레 심박수가 올라가는 것이다.
단, 그렇다고 해서 심박수가 무조건 높아야 한다는 식의 집착은 위험하다. 이제부터는 운동 시기와 방법 등에 따라 심박수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공복 운동과 식후 운동의 심박수 차이
심장이 빠르게 뛴다는 것은 근육에 대한 에너지 공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가? 이는 운동의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흔히 말하는 공복 상태에서의 운동은 체내 혈당이 낮은 상태에서 움직이게 된다. 이에 따라 혈당을 높이기 위해 글루카곤이 분비되며, 근육 내 저장된 글리코겐과 곳곳에 축적된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반대로 식사 직후 운동을 하게 되면 섭취한 음식물로 인한 혈당이 아직 높을 때이므로, 인슐린이 분비돼 이들을 에너지원으로 소모하게 된다.
아침 공복에 운동을 하면 다른 때에 비해 유달리 힘들다는 걸 느끼게 마련이다. 근육 내 글리코겐이 적은 상태이기 때문에 운동 지속능력이 낮아짐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이다.
공복 상태에서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심박수와 혈압, 호흡량이 증가하게 된다. 반대로 식후에는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므로, 상대적으로 심박수와 혈압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혈당 관리 목적으로 식후에 가벼운 운동을 하는 사례들이 많다. 이때 평소 자신의 운동 심박수를 기준으로 삼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식후 운동은 상대적으로 심박수가 낮아질 수 있으므로, 심박수를 높이기 위해 운동 강도를 올려버리면 소화 등 다른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심박수 높은 유산소 운동이 더 효과가 좋다?
일단 심박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의문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산소 운동을 할 때의 심박수가 근력 운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으니, 유산소 운동을 하는 편이 더 이득이지 않을까?
심박수와 에너지 소모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운동은 그 두 가지 요소만을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근력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다른 목적을 두고 발전해온 운동 체계다. 근육을 단련해 근육량을 증가시키고, 근육의 대사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몸 전체의 대사량을 높이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운동 효과’라는 말을 ‘투입 시간 대비 에너지 소모량’이라는 한 가지 잣대로만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따지면 근력 운동은 기초 대사량을 높여, 운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게 하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더 높은 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심박수는 절대적인 지표가 아니다
사람들이 운동 중 심박수에 집착하게 된 것은, 개인화된 심박수 모니터링 기기가 널리 보급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본래 심박수를 측정하기 위해서라면 손목 등의 맥을 짚어 심박수를 측정해야 하지만, 운동 중에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단지 몸에 착용하는 것만으로 심박수를 측정해서 알려주니, 그 간편함 때문에 자꾸 들여다보며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편견의 수렁에 빠져든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어떤 목적으로 운동을 하는가? 체중 감량인가? 심혈관 건강 개선인가? 전반적인 체력 유지인가? 목적이 정해졌다면 구체적인 목표는 어느 정도로 정했는가? 체중계의 숫자인가? 아니면 어느 정도의 거리를 어느 정도 시간 안에 가고자 하는가? 단순하게 하루 몇 걸음 이상만 걷기로 했는가?
운동을 하는 이유와 목적은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현재 수준도 당연히 제각각이다. 따라서 적절한 심박수 범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애당초 너무 높은 심박수를 지향하다보면 과로에 시달린 심장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않나.
부디, 도구에 휘둘리지 말고 현명하게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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