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데믹이 선언된지도 1년을 훌쩍 넘겼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팬데믹 당시만큼 위력적으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요즘 말하는 ‘쿼드데믹’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도 코로나19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한 논쟁은 아직 현재진행중이다.
프랑스의 국제 뉴스 통신사 AFP는 ‘코로나19의 기원 논쟁’에 대해 두 가지 주장을 정리해서 내놓았다. 하나는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퍼져나갔다’는 주장, 다른 하나는 ‘실험실에서 누출됐다’는 주장이다. 건강전문 미디어 ‘메디컬 익스프레스’에 게재된 내용을 재구성하여 전한다.
주장 1. 시장에서 시작됐다
중국 우한의 해산물 도매 시장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회자된 적 있는 내용이다. 캐나다 서스캐처원 대학교의 바이러스학자 앤젤라 라스무센은 이 주장에 ‘현실적 증거’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유전체 데이터 및 지리적·환경적 샘플링 데이터를 포함해 ‘측정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는 주장이다.
2019년 12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는 코로나19의 지리적 패턴을 분석한 결과가 실린 적이 있다. 코로나19의 전파 경로, 지역별 유행 양상, 바이러스 전파 방식에 대한 통계적 분석을 포함한 심층적인 내용이었다.
사이언스에 게재됐던 연구에 따르면 우한에 위치한 대규모 해산물 및 식품 도매시장인 ‘화난 해산물 도매시장’을 비롯해 그 주변에 초기 발병 사례가 밀집돼 있었다. 즉, 시장이 바이러스 확산의 시작점이었음을 주장하는 근거다.
가장 최근인 2024년 9월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화난 도매시장에서 너구리, 사향고양이, 아무르 고슴도치, 대나무쥐 등이 발견됐다. 특히 너구리의 경우 생물학적으로 여우와 가까운 종으로 둘 다 개과(Canidae)에 속하는 포유류다. 생리학적으로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너구리가 보유하고 전파시키는 바이러스 중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수공통전염 바이러스로,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될 수 있는 종류다. 즉, 박쥐에서 유래한 SARS-CoV-2가 너구리를 숙주로 하여 인간에게도 전파됐을 거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신뢰하는 학자들은 「사이언스」에 게재됐던 연구 사례에서부터 ‘명확한 증거’가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장 2. 연구소에서 누출됐다
한편, 우한에 위치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WIV)’를 지목하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내용을 정리하자면 한 마디로 ‘자연적으로 전파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라는 것이다.
우한 지역에 SARS-CoV-2 바이러스를 보유한 박쥐 개체군이 서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서식지는 약 1,600km 떨어져 있다. 이 정도 거리에서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전파되기는 어려우며, 중간 숙주가 개입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앞서 언급한 너구리와 같이 전파 가능한 중간 숙주를 여러 차례 거쳤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연구 목적으로 보유했던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의견이다.
미국 러트거스 대학의 미생물학자인 리처드 에브라이트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WIV가 사스(SARS) 바이러스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제안한 적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연구 제안에 바이러스의 성장과 전염성을 증가시키는 구조를 설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해당 연구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밀리에 수행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에브라이트 교수는 “이 연구와 관련된 사건으로 SARS-CoV-2가 우리 사회에 유입됐다고 볼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원, 무엇이 중요한가
이 두 가지 주장 중에는 ‘시장 전파’ 즉, 자연적으로 퍼져나갔다는 주장이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AFP에 따르면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라는 이야기가 한때는 음모론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꽤 지지자들이 있는 주류 주장이 됐다. 연구소 유출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관련 정보를 완전히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독립적인 조사를 지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주장의 핵심은 과학·의료기관에 대한 신뢰와 연관된 문제다. 사안의 중요도와 전 세계적인 파급력을 고려하면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가 어디서 유래했는가를 규명하려는 움직임은 단순히 책임 소재를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다. 향후 전염병 예방 및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봐야한다. 한편, 과학·의료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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