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방접종(vaccination)이라 하면, 보통은 어릴 때 맞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 몸이 약해지기 시작하면 다시 예방접종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보통 성인이 된 이후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예방접종을 할 일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
물론, 지난 수 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대대적인 예방접종이 이루어지면서 그 인식은 많이 흐려졌을 수 있다. 매년 유행 시즌이 올 때마다 독감 예방접종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예방접종이라고는 남의 일처럼 생각하며 사는 사람도 분명 있다.
사실, 바이러스와 세균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야말로 전 인류의 주적이라 할 만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새롭게 맞는 이유도 독감 바이러스가 계속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유행의 기미가 보이고 있는 백일해 역시 마찬가지다. 백일해는 10년마다 추가 접종이 필요한 바이러스로 분류된다.
물론 이밖에도 기존 접종으로 만들어졌던 면역력이 시간이 지나며 감소하기도 한다. 또는 세계적으로 인구 이동이 보다 자유로운 탓에, 새로운 감염원이 생겨날 수도 있다. 결론은 성인이 된 후에도 예방접종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백신의 유형별 종류, 그리고 성인들이 챙겨야 할 예방접종의 종류와 그 이유를 알아본다.
백신의 원리와 세부 종류
백신의 기본 원리는 몸의 면역 시스템이 병원체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이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다. 감염 자체를 막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감염됐을 때 보다 빠르게 작용해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질병의 진행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접종’이라는 단어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특정 종(種)’을 미리 ‘접해보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어떤 바이러스에는 어떤 식으로 대응하면 되는지를 사전에 학습시키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패턴을 알아두면 비슷한 상황에 보다 쉽게 대응할 수 있는 원리다.
백신은 어떤 식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세부적인 종류가 다르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종류는 ‘불활성화 백신(inactivated vaccine)’이다. 화학물질 등을 통해 병원체를 사멸시켜 만드는 것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해 해당 병원체를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독감 백신이나 A형 간염 백신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독소 백신(Toxoid vaccine)’이 있다. 병원체가 내뿜는 독소를 희석시켜 미리 주입함으로써 그 해독 원리를 면역체계가 습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파상풍, 디프테리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 다음은 ‘부분 백신(Subunit vaccine)’이다. 특정 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 성분(항원)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병원체가 가진 핵심 부분만을 활용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 흔히 말하는 ‘사백신’ 혹은 ‘재조합 백신’이 여기에 해당하며, B형 간염 백신이나 대상포진 사백신이 그 예다.
다음으로 ‘약독화 백신(Live-attenuated vaccin)’은 병원체를 의도적으로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만든다. 소위 ‘생백신’이라 불리는 것으로,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실제 병원체인 만큼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접종이 제한된다. 다만, 건강한 사람이라면 가장 확실하게 면역력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다. 홍역이나 수두 바이러스 백신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개발된 ‘mRNA 백신’ 등이 있다.

성인들에게 필요한 백신 접종은?
국내에서 성인들이 접종하게 되는 가장 흔한 백신이라고 하면 인플루엔자, 즉 독감 백신일 것이다. 보통 12월 즈음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유행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기에, 가을이 되면 독감 접종 건수가 늘어난다. 접종 후 약 2주 정도가 지나야 항체가 형성되며, 한 번 만들어진 면역능력은 대략 6개월 정도 지속된다.
폐렴은 국내 사망원인 3위로 집계되는 질병이다. 대략 10만 명 중 46명 정도의 사망자 수를 보이지만,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병으로 선정돼 있다. 성인 폐렴 환자 중 대략 3~40%가 폐렴구균(폐렴사슬알균)에 의한 감염이며, 단 한 번의 예방접종으로 감염 가능성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다.
대상포진 역시 3명 중 1명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흔하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에게 잠복해 있는 수두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활성화되는 질병이다. 주로 고령자에게 발병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나 영양 불균형으로 면역력을 잃은 젊은이들에게도 종종 발병한다. 50세 이상에 해당하고 평소 피로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일 경우 접종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A형 간염과 B형 간염도 접종 권고를 받아본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완치율은 높은 편이지만 감염 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중년 이상일 경우 가급적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단, A형 간염의 경우 오히려 젊은 연령대에서 면역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 따라서 A형 간염은 20~30대에도 권장되는 접종이다. B형 간염의 경우 접종 시 D형 간염까지 함께 예방할 수 있다.
이외에 질병관리청에서는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폴리오, 일본뇌염, 로타바이러스, 수막구균 감염증, 사람유두종바이러스 등을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으로 권고하고 있다.
예방접종 주의사항
백신을 접종한다는 것은 대부분 병원체를 활용해 미리 주입하는 원리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이러한 이상반응의 유형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백신을 구성하고 있는 특정 물질에 대해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혹은 접종이 불가한 조건을 확인하지 못하고 접종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는 백신의 운반 및 보관, 접종 과정에서의 오류 등으로 인해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코로나19 당시 백신 접종을 받아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주사 부위가 붓거나 뻐근한 통증이 오는 경우, 혹은 열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면역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흔한 이상반응으로, 보통 2~3일 정도 내에 자연스레 호전된다.
하지만 드물게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 후에는 병원 내에 잠시 머물다가 이상이 없으면 귀가하는 편을 권장한다.
이상반응을 한 번이라도 겪어본 사람들은 불안함 때문에 백신 접종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백신마다 대상 병원체 및 만드는 원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기저 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해진 경우, 혹은 임신 중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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