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쪽 발을 들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많은 신체 나이를 판정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 발 균형 테스트’ 또는 ‘한 발 서기 테스트’라 불리는 방법이다.
아직 해보지 않았다면, 굳이 검색해볼 필요는 없다.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한쪽 다리를 지면에서 뗀 상태로 균형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때 손을 허리나 몸에 붙이는 것이 포인트다. 양팔을 벌리면 균형 잡기가 훨씬 수월해지니까.
만약 40초 이상을 버텼다면, 통상 20대 정도의 신체 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대로 20초를 버티지 못했다면 50대 정도의 신체 나이가 된다. 스스로 ‘아직 한창 건강할 때’라고 생각한다면, 최소 30~40초는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좋은 결과를 받지 못했다면, 아마 ‘이런 엉터리가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한 발 균형 능력’을 토대로 ‘신경근의 노화를 예측할 수 있다’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된 내용이다.
한 발 균형, ‘신경근’의 노화가 문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걸음걸이는 변화를 겪는다. 마찬가지로 몸의 균형도 조금씩 변한다. 매일 쓰는 자신의 몸이기에, 당사자는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걸음과 신체 균형이 변하는 것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중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신경근’의 변화다.
신경근(Neuromuscular)이란 신경계와 근육계의 상호작용을 통한 신체 기능 조절을 포함하는 말이다. 근육이 신경의 자극에 반응해 수축하고 이완하는 일련의 과정을 가리킨다. 모든 신체 기능이 그렇듯, 신경근의 작용 또한 노화를 맞이한다.
누구나 과거에는 한 발로도 능히 체중을 지탱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한 발로 서 있으려면 몸이 떨리거나 휘청거린다. 신경근의 노화가 더 진행되면 한 발로 채 몇 초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노인들에게서 ‘낙상’이 흔히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노화가 진행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더라도 근력과 균형 감각을 개선하기 위한 운동을 꾸준히 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당연히 더 이른 나이부터 꾸준히 수행할수록 그 효과는 착실히 축적된다. 위의 테스트에서 자신의 나이보다 더 오래 버텨냈다면, 그런 훈련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움직임 안정성, 나이에 따른 차이는 없어
노화의 속도가 저마다 다르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다. ‘동안과 노안’을 가르는 원인이기도 하니까. 신경근의 노화 속도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미네소타 주에 위치한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연구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경근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예측하고자 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연구진은 ‘한 발 균형 능력’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한 발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근력, 여러 감각, 신경근 조절 등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 한 발로 서는 능력이 약할수록 균형 능력이 더 빠르게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진이 논문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은 50세 이상의 건강한 사람 40명을 모집해 소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의 절반은 65세 이상, 나머지 절반은 65세 미만이었다. 참가자 전원의 연령, 키, 체중, 평상시 활동 수준을 기록한 다음, 양쪽 팔과 다리 중 어느 쪽이 더 우세한지를 판별해서 체크해두고 균형 테스트를 진행했다.
먼저 주로 사용하는 쪽의 손과 무릎 힘을 각각 측정했다. 그런 다음 30초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두 발로 눈을 뜬 상태와 두 발로 눈을 감은 상태의 균형 능력을 측정했다. 그런 다음 각각 양쪽 발을 번갈아가며 든 채로 균형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했다. 다음으로 광학 모션 캡처 시스템을 통해 평지에서의 걸음걸이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움직임 중의 균형 유지 능력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손과 무릎의 힘은 남성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왔으며, 남녀 모두 10년마다 3.7% 동일한 비율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걸음걸이와 움직임 중의 균형은 나이가 많다고 감소하지는 않았다.
두 발 균형, 한 발 균형 모두 나이에 따라 감소
한편, 두 발로 섰을 때 균형을 유지하는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했다. 눈을 뜨고 있을 때의 균형 유지 시간은 10년마다 6.3%, 눈을 감고 있을 때의 균형 유지 시간은 10년마다 10.4% 감소했다. 한 발로 섰을 때는 균형 역시 마찬가지다. 힘이 더 우세한 쪽 발로 섰을 때는 10년마다 1.7초씩 감소했으며, 힘이 더 약한 쪽 발로 섰을 때는 10년마다 2.2초씩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복잡해보이는 실험이지만, 가장 마지막의 ‘한 발 균형’ 측정 결과만 봐도 핵심을 발견할 수 있다. ‘균형 능력이 약한 쪽이 더 빨리 감소한다’라는 것이다. 이는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양쪽 다리에 비대칭이 발생하는 가장 뚜렷한 증거라 할 수 있다.
태평양 신경 연구소의 신경학 전문의인 윌리엄 벅스턴 박사는 “우리 몸은 상당한 유연성을 갖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신체의 한 부분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다른 부분이 개입해 작업이나 운동을 수행하는 능력을 유지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즉, 한쪽 다리가 약해지면 다른쪽 다리가 이를 보완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뻔하다. 약해진 다리는 계속 다른쪽 다리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게 되고, 결국 양쪽 다리의 비대칭과 불균형은 계속 심해지는 것이다.
균형 유지, 약할수록 더 신경 써야
이 연구는 ‘약한 쪽 다리에 좀 더 신경을 쓰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양쪽 다리를 번갈아가며 균형 테스트를 해보고, 5초 이상 차이가 난다면 비대칭이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실제로 버틴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을지라도, 어느 한쪽 다리로 버틸 때 몸이 더 휘청이거나 근육이 떨린다거나 했다면, 이 또한 비대칭의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비대칭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사람이든 간에 양쪽 다리가 똑같은 힘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진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비대칭 운동’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평상시 코어 근육 단련에 신경을 쓰면 기본적인 균형 능력을 유지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보다 세밀하게 양쪽 다리의 균형을 맞추고 싶다면, ‘B 스탠스 운동’과 같은 비대칭 운동 방법을 통해 약한 쪽 다리를 좀 더 단련해주면 된다.
한편, 이는 좀 더 넓은 범위에서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 사람에게서도 더 약한 쪽 다리의 균형 능력이 더 빠르게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달리 말하면, 평소 근력이나 균형 능력이 약한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더 빠르게 약화될 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꾸준한 운동, 그것도 근력 단련을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
B 스탠스 운동, ‘진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의도적 비대칭
일상생활과 운동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일상생활에서도 인간은 많은 근육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근육 유지 및 단련에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로 근력 운동을 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생활근육’과 ‘운동근육’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간단히 생각해보자. 일상에서의 움직임은 대부분 ‘한쪽 다리’에 힘을 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바지를 입을 때, 한쪽 다리씩 번갈아가며 들게 된다. 이때 다른 한쪽 다리로 균형을 잡으며 버티는 것이다. 계단을 오를 때, 지각하지 않 -
만인을 위한 걷기 운동, 나는 바르게 걷고 있는가?
‘걷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운동’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한 가지 표현이 빠져 있다. 정확히는 ‘(바르게) 걷기’라고 적어야 맞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다. 사람마다 걷는 자세가 모두 똑같지는 않다. 어떤 사람은 발을 터벅터벅 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팔자 걸음을 걷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변수를 배제하고 ‘걷기는 좋은 운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걷기가 운동이 되기 위해 신경써야 할 점들을 짚어보도록 한다. 혹시 잘못된 습관으로 걷기를 하고 -
‘손아귀 힘’ 괜찮으신가요? 악력이 말해주는 건강
나이가 들면 여러 부분에서 신체 기능이 떨어진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악력’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악수를 주고받는 일은 흔하다. 이때 손을 쥐는 힘이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튼튼한 힘이 느껴지는 사람은 전반적으로 건강하고 활기차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미국 건강전문 미디어 ‘웹엠디’에 따르면, 악력이 실제로 전반적인 건강을 보여주는 ‘신뢰성 있는 지표’라고 한다. 특히 심장과 혈관이 충분히 건강한지를 보여주는 잠재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혈관 질환부터 사망 위험까지미국 몬태나 주에 있는 클리어워터 물리치료 센터의 -
발 건강의 완성, 엄지 발가락이 잘 움직여야
발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아마 발바닥의 특정 지점마다 신체 부위 또는 장기와 연결돼 있어, 발바닥 마사지를 통해 전반적인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았을 것이다.하지만 ‘발가락’은 어떤가? 발가락 역시 발의 일부로서 체중을 지탱하고 균형을 잡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발 전체에 비하면 크기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전체 체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발가락이 뻣뻣하거나 유연성이 떨어져보면 알게 된다.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즉시 지장이 발 -
필라테스, 노인 근력운동으로도 좋다
필라테스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근력, 운동능력, 뼈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훌륭한 운동법이다. 몸의 구조를 정렬하고 강화할 수 있는 전신 운동이면서, 충격이 적은 운동법이기도 하다. 혹시, 필라테스는 젊은 사람들만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는가? 혹은 여성들의 몸매 교정 운동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은가? 성별, 나이, 체력, 운동능력 무엇이든 상관없다. 필라테스는 누구든지 수준에 맞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특히, 근감소가 빨라지고 뼈 건강이 악화되기 쉬운 노인층에게도 필라테스는 매우 적절한 운동이 될 수 있다. 필라테스, 신체 -
근육, 혈관 말고, ‘힘줄 강화’에도 신경 쓰자
‘운동’은 무엇에 초점을 맞추는가? 그것은 운동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유산소 운동은 심혈관계 건강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근력 운동은 근육의 크기 혹은 지구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그런가 하면 스트레칭과 같이 ‘늘려주는’ 운동은 몸의 유연성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둔다.근골격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그 어느 운동에서도 목표로 하지 않는 요소가 있다. 바로 ‘힘줄’이다. 힘줄은 근육과 뼈를 연결해, 운동 시 힘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부상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전반적 -
태극권 기반 온라인 수업, 허리 통증 완화에 효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태극권 기반 프로그램이 안전하게 허리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온라인 프로그램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매우 저렴하다. 태극권·기공 기반 온라인 수업뉴욕 의과대학과 웨일 코넬 의과대학을 비롯한 4개 기관은 공동으로 무작위 임상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12주 동안의 태극권, 기공, 명상을 결합한 온라인 클래스에 참여한 환자들의 통증 개선 정도를 점검했다. 연구에는 무작위로 선발된 허리 통증 환자 35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12주 동안 Zoom을 통해 주 2 -
건강 수명 늘리는 유연성, 한 동작당 ‘누적 10분’씩
다리를 앞으로 뻗고 앉은 상태에서, 무릎을 굽히지 않고 발끝을 잡을 수 있는가? 혹은 다리를 붙이고 선 자세에서 무릎을 굽히지 않고 바닥에 손끝을 대거나 손바닥을 붙일 수 있는가? 이는 유연성을 테스트할 때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 방법이 더 있지만, 이 둘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유연성은 근력이나 지구력 등 다른 체력 지표와는 별개의 요소다. 근력이 좋아도, 지구력이 훌륭해도, 혹은 둘 다 우수한 수준이어도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흔하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근력과 지구력이 약 -
혈액 분석을 통한 정확한 ‘신체 나이’ 측정법
혈액 내 대사산물을 토대로 신체 연령 및 노화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킹스칼리지 런던 산하 정신의학·심리학·신경과학 연구소(IoPPN)에서는 혈액으로부터 여러 생체 지표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런 다음 이를 토대로 개인의 건강상태 및 기대수명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반 노화 시계’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혈액 성분 분석을 통한 ‘마일에이지’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로부터 40세~69세 범위에 있는 22만5천여 명의 데이터를 확보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17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고 수명을 얼마나 -
신체 나이 측정법, 앞으로 더욱 유용해질 것
인간의 나이는 '실제 나이'와 '신체 나이'로 나뉜다. 신체 나이를 측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며, 현재로서는 혈액 샘플을 통한 측정이 가장 정확도가 높다. -
어깨 비대칭 교정법, 좌우 높이 1cm 이상 차이 난다면?
인간에게 좌우 비대칭은 흔한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대칭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대로 방치하면 비대칭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어깨 비대칭 교정법으로 자연스러운 교정을 꾀해볼 수 있다. -
발목 불안정성, 한 번 다치면 더 쉽게 다칠 수 있다
발목을 다쳐본 적이 있다면, 같은 부위를 또 다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는가? 이는 부상으로 인해 발목 불안정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발목 불안정성의 예방 및 관리법을 알아본다. -
남성 노인 낙상 위험 및 사망률 더 높아
고소득 국가일수록 남성 노인 낙상 사망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건강 수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낙상 위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야 할 것이다. -
한 발 버티기, 가장 간단한 건강 종합진단 방법
한 발로 서서 버티는 능력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다. 복잡한 검사를 거치지 않고도, 균형 감각부터 근력, 유연성, 신경계 기능까지 통합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